[후기]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액션크루 1기, 거리 캠페인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액션크루 1기, 거리 캠페인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자 이제 시작이야~!

 

⚡️일시 : 2026년 6월 21일 (일) 오후3시-5시

⚡️장소 : 홍대 걷고싶은 거리 근처

⚡️액션 : 차별금지법 노래와 춤, 차별 경험 스티커 붙이기, 홍보물 배포, 자유발언, 차별 뿌수기 등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액션크루 1기’의 1조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진 강의와 워크숍을 마치고 직접 행동에 나서기 위해 지난 6월 거리에 모였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알려내기 위해 직접 거리 캠페인을 기획하고 프로그램과 퍼포먼스를 구상했는데요.

 

 

자그마한 부스를 만들고, 차별금지법제정송에 맞춰 춤을 추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알려내는 홍보물을 배포했습니다.

 

 

각자가 기억하는 차별의 경험과 차별금지법의 의미가 잘 기록된 액션크루의 발언물을 소개합니다.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액션크루 1기 거리 캠페인 발언문

_ 액션크루 선이

 

 

안녕하세요? 홍대 일대에서 살사 댄스를 추고 있는 선이입니다. 살사댄스는 살사라는 라틴 음악에 맞춰 둘이서 추는 춤인데, 한 사람이 신호를 줘서 춤을 이끌고 상대방이 그 신호에 따라 함께 추는 춤입니다. 춤을 이끄는 사람을 리더라고 하고 따라서 추는 사람을 팔로어라고 하는데 저는 여자라서 살사 리더가 되기 위해 우여곡절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살사는 남자와 여자가 추는 거고 남자는 리딩을 하고 여자는 팔로잉을 한다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여러 동호회에 리더로 들어가고 싶다고 문의했다가 모두 거절당했어요. 그래서 친분을 쌓아서 떼를 써보려고 한 동호회에 팔로어로 들어갔습니다. 8개월 동안 제가 듣는 수업의 선생님에게 무척 잘 보여서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른 동호회에 리더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제가 겪은 일에 차별금지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제가 여자라서 리더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성별에 의한 차별 사유에 속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동호회는 차별금지법이 적용되는 영역이 아니에요. 그러면 차별금지법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제가 왜 살사 동호회 경험을 얘기하고 있을까요? 저는 누구나 언제든지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는 어린 시절에도 할머니께서 가장 귀애하셨던 손주라서 차별받은 적이 없고 남자든 여자든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게 쿨했던 시절에 대학을 다녔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도 운이 좋게도 딱히 불편한 일이 없었어요. 살면서 제가 소수자라고 느낄 일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살사 리딩을 하면서 소수자가 겪는 어려움을 간접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자인 제가 리딩을 하고 싶어하는 게 이해되지 않아서 여자를 좋아해서 여자랑 추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많은 분들이 저를 레즈비언이라고 오해하고 있으시더라고요. 심지어 “그러면 너는 트랜스젠더야, 레즈비언이야?”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또 제가 리더라서 팔로잉을 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시더라고요.

 

결국 앞면에 크게 상남자라고 적혀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있고 저를 남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리딩을 하는 것을 바로 앞에서 봤는데도 “남자 역할을 한다고? 그럼 누구랑 춰?”라며 무척 헛갈려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제가 아주 즐겁게 리딩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제가 리더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을까요? 어쨋든 이렇게 6개월 정도를 버티니까 분위기가 많이 바뀌기는 했어요. 지금은 팔로잉을 해보겠다고 오는 남자분들도 있고 리딩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 여자분들도 생겼어요. 

 

제가 살사 동호회에서 겪은 일은 법적으로는 차별금지법이 적용되는 사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경험 덕분에 저는 소수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악의가 없더라도 자신이 익숙하게 생각해 온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배제하거나 이상하게 바라봅니다. 저 역시 단지 여자 리더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해야 했고, 오해를 받아야 했고, 제가 누구인지 증명해야 했습니다.

 

물론 저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었습니다. 살사를 포기하면 그만이었고, 다른 영역에서는 여전히 다수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성별, 장애, 나이, 성정체성, 성적 지향, 출신 지역과 같은 이유로 겪는 차별이 삶 전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살사를 통해 아주 작은 형태로 그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 덕분에, 제가 겪지 않은 차별에 대해서도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법이 아니라, 누구나 어느 순간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것은 모두가 똑같아지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다름 때문에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약속입니다.

 

여자가 리더를 하고 싶으면 리더를 하고, 남자가 팔로잉을 배우고 싶으면 팔로잉을 배울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싶다면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 차별금지법은 바로 그런 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차별금지법은 누군가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약속입니다. 저는 우리가 그런 약속을 만들고 지켜 나가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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