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https://equalityact.kr Mon, 18 Mar 2024 17:56:24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4.9.8 https://equalityact.kr/wp-content/uploads/2018/04/cropped-1-1-32x32.jpg 차별금지법제정연대 https://equalityact.kr 32 32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릴레이 북토크 https://equalityact.kr/relay-book-talk/ https://equalityact.kr/relay-book-talk/#respond Mon, 18 Mar 2024 17:17:26 +0000 https://equalityact.kr/?p=7159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릴레이 북토크 <평등 픽! 이 주의 도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017~2021년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진정·결정례를 검토한 후 꼽은, 현재 한국사회가 주목해야 할 네 가지 키워드! ‘성X가족차별’, ‘노동영역 성차별’, ‘비가시화된 인종차별’, ‘사회경제적 지위와 빈곤’를 주제로 릴레이 북토크를 엽니다.

 

릴레이 북토크는 네 가지 키워드X네 권의 평등 픽! 도서를 함께 살펴보고, 구조적 차별과 그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분투를 통해 차별철폐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한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여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함께 해주세요 😘

 

📅 일시 : 2024년 4.4(목), 4.18(목), 4.30(화), 5.14(화) 오후 7시 30분, 총 4회차
🧩 장소 : 한국성폭력상담소 지하 1층 이안젤라홀 (서울시 마포구 성지1길 32-42)
🔗 참여 신청 : https://bit.ly/equality-book-talk
💫 주관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

 

📚 안내사항
• 개별 회차 신청 가능하며, 참가비는 1회당 5,000원입니다.
  (입금계좌 : 우리은행 1006-201-507617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오프라인으로만 진행하며, 문자통역이 있습니다.
• ‘마음에 와 닿은 구절’과 함께 사전 질문을 남겨주세요! 질의응답 시간에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1차] 2024년 4월 4일(목) 19:30 사라진 호주제? 공고한 가족질서를 넘어서

 

“ 아주 많은 차별이 가족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 인터뷰 중

 

2005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 한국사회 가족법에 뿌리박혀 있던 ‘정상가족’ 질서는 이제 과거의 ‘잔재’일뿐일가? ‘남성이 가족의 주인’이라는 관념/각본의 폐해는 가족 내 여성의 위치로만 수렴될 수 있을까? 제도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지지만 가족각본은 여전히 여성을 비롯한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삶을 제도의 폭력에 방치하고, 가족에 따른 차별을 ‘자연화’하는 결과를 낳는 현재적 사건이다. 성차별 철폐 투쟁의 핵심 과제이자 한국여성운동의 역사적 성과이기도 한 호주제 폐지 이후, 한국사회 성차별x가족차별의 현재를 짚으며 개인의 삶을 억압하지 않는 새로운 가족각본의 가능성을 나눈다.  

 

– 사회 : 몽 (인권운동사랑방)
– 저자 : 김지혜 (『가족각본』,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 패널 : 류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2차] 2024년 4월 18일(목) 19:30 일하는 여성들의 딜레마, 평등으로 전망 찾기

 

“임금, 성장, 안정성, 인정의 생산지이지만 동시에 부정의, 피폐함, 맹목성, 경쟁이 기본값인 일터는 욕망의 목적지이며 동시에 도망가고 싶은 격전지이다.” – 책 속에서

 

노동 중심 생애를 기획하는 지금의 여성들에게 일터는 사회 속에 스스로를 위치시키기 위한 결정적인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강력한 남성동성사회 속에서 여성·소수자들은 탁월함을 증명함으로써 평등을 ‘쟁취’하고자 일-중독 상태에 빠져들거나, 적대적·온정적 성차별이 일상문화로 자리잡은 젠더화된 노동공간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여성·소수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거나 도망치지 않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차별금지법운동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일터에서 차별의 구조를 문제시할 여력을 잃고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소수자들에게 일터가 유의미한 정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평등을 바라지만 일할수록 혼자만의 분투 속에 파편이 되는 여성들”의 구체적 경험 속에서 공동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실마리를 함께 찾아본다.

 

– 사회 : 동은 (한국성폭력상담소)
– 저자 : 김현미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 패널 :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

 

 

 

[3차] 2024년 4월 30일(화) 19:30 그림자 속 온실, 이주민과 평등의 단서

 

“ 공장에서 일하고 집으로 가는데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되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다시 걸어가는데 또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뒤돌아보니 목장에서 풀을 뜯어 먹는 소가 부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랑 나는 똑같아! 너 한국에 들어올 때 도장 받고 들어왔지. 나도 한국에 들어올 때 귀에 도장 받고 들어왔어. 너랑 나는 똑같아! 너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필요 없으면 기계처럼 버릴거야. 나도 목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필요 없으면 고기가 되겠지.” – 책 속에서

 

1994년 1월 20,000명의 이주민 산업연수생이 입국한지 30여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은 여전히 타자로 여겨진다. 국가는 노동력 부족,  혼인 등을 이유로 이주민 유입을 독려했고 지역의 인구 위기, 출산 위기, 대학의 생존 문제를 이주민 유입으로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이주민의 숫자가 늘어나도 이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온 이주민’들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 온 것이기에 ‘우리’ 마음대로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쫓아내면 된다. 이주민의 인권은 30년간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내국인과 이주민의 경계를 공고히 하는 움직임만 커졌다.  한국은 더 이상 내국인만으로 사회와 국가가 구성될 수 없지만, 인종 차별을 규율하는 규범, 법, 제도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마석가구단지에 살고 있는 이주민의 이야기에서  이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자.

 

– 사회 : 훈창 (인권아카이브)
– 저자 : 이영 (『그림자를 찾는 사람들』, 대한성공회 신부)
– 패널 : 정혜실 (『우리 안의 인종주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4차] 2024년 5월 14일(화) 19:30 빈곤, 취약한 삶들과 마주한다는 것

 

“빈곤을 수급이라는 공공부조의 컨테이너에 격리함으로써 빈자와 비빈자를 구분하는 작업, 복지라는 프리즘을 거쳐야만 인식-논의-대응이 가능한 범주로 만드는 작업은 빈곤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책무를 심각하게 반감시킨다.”  – 책 속에서

 

오늘날 빈곤은 우리가 아닌 ‘약자’의 문제이거나, 능력/노력 부족의 결과로만 다뤄진다. 이런 사회에서 정치는 ‘무능력을 입증하면 도움 받을 수 있지만, 능력을 통해 스스로 빈곤을 극복하라’는 복지제도를 반복하며 빈곤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다. ‘공부 못/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는 협박과 낙인이 가능한 사회에서 빈곤은 어떻게 다른 차별금지사유들과 만나고 있을까? 한국 사회가 빈곤을 ‘약자 복지’ 차원의 문제로 다루는 동안 능력주의에 포섭되어 혐오의 대상이 된 빈곤과 취약한 삶들을 낯설게 마주해보자. 

 

– 사회 :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저자 : 조문영 (『빈곤 과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 패널 : 김윤영(빈곤사회연대)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qualityact.kr
문의 : 이메일 equalact2017@gmail.com | 카카오채널 @equality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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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평등UP] 3.8 세계여성의날과 함께, 3월의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UP! https://equalityact.kr/2024-3-up/ https://equalityact.kr/2024-3-up/#respond Fri, 08 Mar 2024 07:53:24 +0000 https://equalityact.kr/?p=7154 [월간평등UP]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기 뉴스레터가 매달 찾아갑니다! 👉 새창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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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UP] 2024-3월호 | 이 달의 이슈, 여기 있슈 : 0.65 https://equalityact.kr/2024-03-issue/ https://equalityact.kr/2024-03-issue/#respond Thu, 07 Mar 2024 07:34:20 +0000 https://equalityact.kr/?p=7138 차별금지법과 결을 같이 하는 여러 입법 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고, 알뜰한 내용을 꽉꽉 담아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입법 이슈가 궁금해유? 바로 바로 “여기 있슈~”

 

2024년 첫 번째 입법대응팀의 이슈는 “저출생”입니다.

 

 

2023년 4분기 출생률이 0.65명을 기록했다. 매해 4분기 기록으로 0.7이 깨진 것은 처음이다. 곧 0.5를 기록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의 기자는 1년동안 한국에서 이 기록적인 저출생에 대한 심층 취재를 했다.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도 우리나라의 출생률을 보며 안도할 지경이다. 늘 자랑스러워하는 OECD 국가의 일원인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출생률 1.0명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수조원에서 수백조원까지 썼다는데 도대체 어디에 쓴 것이냐는 조소가 나올 법도 하다. 정부와 언론은 연일 쇼크를 받는 듯 하지만 시민들은 더 이상 1.0명을 넘지 못하는 출생률에 놀라지 않는다. ‘그럴 법도 하지’ 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버렸지만 대한민국의 출생률이 1.0명 밑으로 처음 떨어진 것은 2018년으로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현상은 아니다. 

 

가임기 여성 출산지도를 그리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와 행정 

 

2024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김현숙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표를 5개월만에 수리하였다. 온 나라가 잼버리사태, 김행 전 여성가족부장관후보자의 청문회 등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해를 생각해보면 김현숙 씨가 여전히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다. 김현숙 씨는 자신의 사명이라 생각했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뤄내지 못해 아쉬워하며 떠났다. 윤 대통령은 후임을 결정하지 않고 차관대행체제로 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선까지 일단 내버려두고 총선의 결과에 따라 정부조직법 통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밀어부칠 속셈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이러한 꼼수로 2년째 여성가족부 폐지에 뜻을 굽히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태도는 시민들이, 특히 여성 시민들이 이 나라에서 다음 세대를 낳아 키울 의지를 꺾고 있다.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에게 여성가족부가 전담하고 있던 성폭력 피해자 지원의 문제는 부차적인 일일 것이다. 나쁜 가해자들이 벌이는 성폭력을 부처씩이나 두어서 피해자를 지원하고 성폭력 추방을 위한 일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할 리 만무하다. 장관직은 차관이 대행하고 부서를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 복지부 인구정책실 사회서비스정책관이 임명됐다. 여가부 핵심 보직에 외부인사가 임명되는 것이 처음은 아니라 하지만 여가부 전체부서를 총괄하는 자리에 인구정책실을 담당하는 인물이 온 것은 정부가 여성이 해야 할 핵심 정책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반영한다. 

 

정책이 여성들이 출산하도록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은 금방 들통이 난다. 그리고 그런 정책들을 보며 재생산을 결심하는 사람은 없다. 출산과 양육이 여전히 ‘여성의 일’인 분위기에 여성들은 마음을 닫는다. BBC의 취재에 응한 이도 그러한 답변을 하였다. 가사노동과 양육을 분담할 배우자는 찾기 어렵고 홀로 양육하는 여성에게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고 말이다. 출산과 양육이 엄마의 영역으로 갇혀있는 제도 하에서 여성들의 재생산 거부는 심화될 것이다. 

 

아이를 맡아주면 애를 낳을까

 

물론 당장의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맡아줄 곳이 절실한 양육자들이 매우 많다. 더 길기도 짧기도 하지만 직장에서 집까지 1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자. 6시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와도 벌써 저녁7시가 된다. 그마저도  양육자들이 직장에서도 어린이집, 돌봄교실 등에서도 쩔쩔 매게 된다. 자연히 아이 하나 키우다보면 둘째 낳고 다시 처음부터 이 돌봄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부 정책도 더 편하게 아이를 맡아줄게,로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여성가족부는 2024년 저출산대책 중 하나로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의 확대를 걸고 있다. 지원대상도 8.5만가구에서 11만 가구로 늘리고 최소 4시간 전 신청해야하던 요건을 최소2시간 전 신청으로 요건을 완화한다. 2024년 3월 6일, 윤대통령은 범부처지원본부 2차회의를 열고 초등방과후 돌봄프로그램인 ‘늘봄학교’의 성공을 위해 모든 부처가 자원을 총동원해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지역의 기업, 기관, 대학, 전문가들까지도 재능기부 등으로 힘을 합쳐달라 요청했다. 물론 그 이유는 국가차원의 돌봄체계 구축이 저출산을 타파할 아주 중요한 정책이기 떄문이다. 그런데 정말 국가가 긴 시간 아이를 맡아주면 더 많이 낳는 것일까. 육아가 아무리 힘들다지만 사실 양육자들은 아이와 시간을 직접 갖기를 원한다. 노동시간과 출퇴근시간, 맞벌이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감당불가한 고물가 등의 조건이 아니라면 아이를 긴 시간 위탁하고 양육자 모두 긴 노동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필자는 얼마 전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가족이 살고 있어서 벌써 3번째 방문이다. 생후 70일부터 만난 조카는 뒤집기도 못하던 때부터 걸음마를 시작하고 이제는 말을 시작할만큼 쑥쑥 자랐다. 양육자인 언니와 조카를 돌보며 이 나라는 어쩌고 사는지 궁금했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 출산율이 1.5명대로 떨어졌다가 2000년대 들어서 다시 1.6~1.7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1년 네덜란드가 전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것이 비단 우연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네덜란드의 대도시에 살고 있는 언니를 통해 본 네덜란드 사회는 이러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양육자 둘 모두 넉 달 정도 완전한 육아휴직을 쓴다. 두 사람(양육자가 두 사람인 경우) 모두 종일 아이를 함께 본다. 넉 달이면 아이는 이제 통잠도 자고 스스로 뒤집기도 하고 생활의 패턴이 잡혀간다. 한국에서도 ‘100일의 기적’이 있듯 말이다. 이후 양육자들은 선택을 한다. 보통 이 즈음부터 각각 요일을 정해서 쉰다. 한 명은 화요일, 한 명은 수요일 이런 식으로 정한다. 주4일처럼 근무하는 육아휴직이 몇 년 간 이어진다. 주3일은 돌봄센터에 아이를 맡기고 엄마가 아이를 보는 날은 마마스데이, 아빠가 아이를 보는 날은 파파스데이라 부른다. 물론 마마스데이만 이틀이거나 파파스데이만 이틀인 부부도 많다. 공공도서관의 어린이실이나 박물관, 미술관 체험 프로그램 부스에는 마마스데이, 파파스데이를 맞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양육자들의 성별이 고루 보인다. 대부분 유연근무제로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는 한 명은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고 한 명은 아이를 등원 혹은 등교 시키고 늦게 출근한 후 다른 양육자가 하원, 하교 시킨 이후 조금 늦게 퇴근한다. 그래봤자 5시즈음이면 둘 모두 퇴근한다. 기본적으로 양육자들이 자아실현을 할 직업을 갖고, 가족을 부양할만큼의 임금을 버는 노동의 시간이 과도하지 않아야, 노동시간이 짧아야 가능한 일이다. 주 69시간이라도 노동하고 싶은 이들에게 일하게 해야 된다는 발상의 정부에서, 밥 벌어먹고 살려면 일상을 노동으로 보내고, 그 시간 동안 애는 최대한 국가가 봐주겠다는 것이 이 나라의 기본 골격인 이상, 그런 가족을 꾸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양육자들의 당장의 필요는 맡길 곳이지만, 근본적인 욕구는 적당한 노동시간과 그로 인해 늘어나는 가족과의 시간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현저히 낮은 수용도

 

여성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반드시 출산과 양육을 바라지 않는 것도 아니다. 방송인 사유리씨의 비혼출산 소식이 들려오고 한참 여론조사가 진행되던 때의 결과를 보면 여성들은 비혼여성도 정자기증 등으로 자녀를 가질 수 있다면 낳을 생각이 응답이 26%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혼출산을 선택하기에 망설여지는 이유 중 첫 번째는 **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었다. 제도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한국에서 정자기증 등으로 자녀를 직접 출산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그보다도 높은 장벽으로 느껴진 것이 한부모가정에 대한 편견인 것이다. 이러한 사정이니 아직 동성커플, 동성부부에 대한 제도적 권리보장이 아무것도 되지 않은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라는 것은 상상되기도 어렵다. 제도안에서의 구현도 꿈도 꿀 수 없다.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 IPSOS가 2023년 조사한 결과, ‘동성커플도 다른 부모들처럼 자녀를 훌륭하게 양육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50%가 동의하지 않는다 답변하였고 38%만이 동의한다고 답변하였다. 조사국가 기준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의 평균치는 27%로 한국은 2배 가까이 반대비율이 높았다.

 

한부모가족을 받아들이는 것도, 동성커플과 그들의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은 사회. 비단 이러한 ‘정상가족’의 틀에서 벗어난 가족 당사자뿐 아니라 그러한 가족들을 향한 시선을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 영향을 받는다.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에서 구태여 나의 다음 세대를 이어가야할지 의문인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서, 시민들은 더 이상 출생률의 수치를 두고 놀라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재생산을 거부하고 있다. 자녀를 원하는 사람들도 여러가지 사회적인 이유로 재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저출생은 문제인가. 그에 대한 생각은 각자가 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생산을 거부하는 시민들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은 어떤 사회로 나아가려 하는가. 여전히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어머니’인 여성만이 국가정책에서 여성의 필요이며 정상가족 밖의 출산은 문제의 영역인가, 정상가족 안으로 편입시키려 안간힘을 쓰는가. 생계를 위한 장시간의 노동에 지친 시민들의 아이를 대신 맡아주며 일을 하고 출산을 하라고 등을 떠밀 것인가. 인간적인 노동시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 성평등한 노동환경과 일상에서의 지위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를 그려보게 할 열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진단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시민들은 알고 있다. 범부처가 힘을 모아 이뤄낼 것은 늘봄학교의 성공이 아니라 성평등한 국가를 향한 전면적인 개편이다. 당장 여성가족부를 정상화하여 성평등한 체계를 구축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며 동성결혼을 법제화하는데서 시작하자. 

 

*기본적으로 출생률, 저출생으로 적고 인용하는 정책명이나 지표에 따라 출산율, 저출산으로 표기도 되기도 하였음.

** [기사] 서울신문 – 비혼여성 26% “결혼않고 출산 고려”…임신˙출산 정책선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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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UP] 2024-3월호 | 당차(당연하지 않은 차별이야기) :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 – ‘지금 여기, 체제전환 페미니즘’ https://equalityact.kr/2024-03-study/ https://equalityact.kr/2024-03-study/#respond Thu, 07 Mar 2024 07:02:10 +0000 https://equalityact.kr/?p=7130 ‘차별’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수많은 연구활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단위를 비롯,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반차별 단체 및 연구활동가들의 발간·연구물을 톺아봅니다.

 

 

📚 이 달의 주목할 자료는,

<2024체제전환운동포럼 자료집> 입니다.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 : 우리의 대안을 조직하자>는 2023년 11월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의 제안으로 78개의 단체와 함께 주최한 포럼입니다. 사회운동이 체제전환운동으로 모이면서 어떤 전망을 벼리고 밝힐지, 체제가 만들어내는 위기에 맞설 대중의 힘을 어떻게 조직할지 등을 탐색하는 자리, 사회운동 안팎의 다양한 쟁점을 교통하고 토론하며 서로 이해하는 가운데 향후 어떤 실천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 서로의 운동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며 두터운 사회운동을 만들어가는 자리로서, 2024년 2월 1일~3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체제전환운동포럼의 공동주최 단위로 함께 하며 또한  ‘지금 여기, 체제전환 페미니즘’ 가로지르길 세션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정체성의 복원 혹은 소수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개별화를 넘어 신자유주의 국가의 통치전략이 만들어내는 차별과 억압을 정치화하고, 차별 철폐로 나아가는 페미니즘 운동의 전망과 실천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를 고민하며,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의 발제와 다양한 페미니즘 운동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토론으로 세션이 구성되었습니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모두가 위기를 말하는 시대, 사회운동이 우리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체제전환운동으로 나아가길 기대하는 모든 분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과 선언하고 ‘젠더갈등’을 이용하는 국가의 통치에 맞서 페미니즘 운동의 전략과 실천을 고민하는 분들”

 

 

✨👀 차별금지법에 관심 있는 사람들 눈에 들어올 문장들

 

“‘지금 이 시대 세대가 페미니즘의 역사를 분절할 때, 적대가 연대를 구축할 운동의 에너지를 빼앗아갈 때, 우리 스스로 무력감이 들 때, 페미니즘의 문제설정은 언제나 “다른 누군가가 해방시켜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선언”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리고 싶다.”

 

“체제전환을 지향하는 반성폭력운동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적어도 교차적 관점을 지향하는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교차적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성별이 다른 정체성 혹은 사회적 범주들(장애, 계급, 인종, 성적지향 등)과 중첩되었을 때 하나의 범주로는 드러나지 않는 공백지점들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누구도 의존과 돌봄 없이 살아왔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회에서 어떤 이들의 의존과 돌봄의 권리는 독립의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지, 성공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지 드러내야 한다. 독립의 자격을 묻는 것은 사회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자격을 묻는 것과 같다.”

 

 


[자료집]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 ‘우리의 대안을 조직하자’

 

🔗 자료집 다운로드 하기 [클릭!] 

🔗 각 세션 별 후기 및 사진 보기 [클릭!]

 

자료집 목차
[오프닝 세션] 이때다! 체제전환
[가로지르길 1] 주거권과 가족구성권, 하나의 지도만들기
[가로지르길 2] 불평등을 가르치는 학교에 저항하는 연대를 위하여
[가로지르길 3] 자본에 포획된 농업으로부터 정의로운 전환
[가로지르길 4] 지금 여기, 체제전환 페미니즘
[가로지르길 5] 기후위기 시대, 공공재생에너지로 체제전환운동을!
[가로지르길 6] 체제전환을 향한 노동/운동의 도전
[가로지르길 7] 도래하는 전쟁위기에 맞서 사회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
[종합 세션] 자본주의를 질문하기, 체제전환을 모의하기
[폐막식] 봄을 부르는 편지

 

[가로지르길 4] 지금 여기, 체제전환 페미니즘
• 사회 : 류민희 (플랫폼c)
• 발제 : 편입과 분할의 정치를 넘어 구조적 차별에 맞서기 –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토론1. 닻별 (한국성폭력상담소)
• 토론2. 진은선 (장애여성공감)
• 토론3. 정은희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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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기독교대한감리회는 부끄러움을 알라 이동환 목사 출교 확정 강력하게 규탄한다 https://equalityact.kr/%eb%85%bc%ed%8f%89%ea%b8%b0%eb%8f%85%ea%b5%90%eb%8c%80%ed%95%9c%ea%b0%90%eb%a6%ac%ed%9a%8c%eb%8a%94-%eb%b6%80%eb%81%84%eb%9f%ac%ec%9b%80%ec%9d%84-%ec%95%8c%eb%9d%bc-%ec%9d%b4%eb%8f%99%ed%99%98-%eb%aa%a9%ec%82%ac-%ec%b6%9c%ea%b5%90-%ed%99%95%ec%a0%95-%ea%b0%95%eb%a0%a5%ed%95%98%ea%b2%8c-%ea%b7%9c%ed%83%84%ed%95%9c%eb%8b%a4/ https://equalityact.kr/%eb%85%bc%ed%8f%89%ea%b8%b0%eb%8f%85%ea%b5%90%eb%8c%80%ed%95%9c%ea%b0%90%eb%a6%ac%ed%9a%8c%eb%8a%94-%eb%b6%80%eb%81%84%eb%9f%ac%ec%9b%80%ec%9d%84-%ec%95%8c%eb%9d%bc-%ec%9d%b4%eb%8f%99%ed%99%98-%eb%aa%a9%ec%82%ac-%ec%b6%9c%ea%b5%90-%ed%99%95%ec%a0%95-%ea%b0%95%eb%a0%a5%ed%95%98%ea%b2%8c-%ea%b7%9c%ed%83%84%ed%95%9c%eb%8b%a4/#respond Mon, 04 Mar 2024 07:35:20 +0000 https://equalityact.kr/?p=7125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부끄러움을 알라
이동환 목사 출교 확정 강력하게 규탄한다

 

오늘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 총회재판위원회는 이동환 목사의 상소이유 전체를 기각하고 경기연회의 출교결정을 확정지었다. 지난 2019년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하여 정직 2년을 받은 이후에도 계속 축복기도를 하고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위한 단체를 설립하는 등 교리와 장정이 금지하는 동성애 찬동행위를 지속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연회차원의 재판과정의 문제점을 검토할 책임있는 총회 재판부는 기각된 공소의 재기소절차 없는 재판진행 등 절차적 하자 투성이인 경기연회 재판의 절차를 지적하기는 커녕 교리와 장정 및 해당 규정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을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갖다붙이고 얼토당토 않은 모든 절차를 인정했다.

 

또한 이동환 목사가 교회를 모함하고 악선전에 동참했으며 교회의 기능을 문란케했다는 혐의 역시 모두 인정했다. 지금 진정 교회를 모욕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가. 성소수자 환대목회가, 교회의 부당한 행패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한 사람의 목회직을 박탈하고 교단 신자의 자격조차 박탈시키는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의 부끄러운 출교 결정이야말로 사랑과 환대의 그리스도 공동체인 교회를 정면으로 모욕하였다.

 

결국, 사랑이 이긴다하였다. 성소수자와 함께 하겠다는 용감한 선언을 거두지 않는 이동환 목사 곁에는 나의 모습 그대로 세상의 환대를 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시민들이 있다. 함께 걷는 길이 고난의 길이든 환대의 길이든 굳게 잡은 이 손을 놓지 않겠다 다짐하는 우리는 사랑이 이긴다는 진리를 믿는다.

 

2024년 3월 4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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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인권의 역사는 거스를 수 없다. 충남도의회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여라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재의한 표결에 부쳐 https://equalityact.kr/%eb%85%bc%ed%8f%89-%ec%9d%b8%ea%b6%8c%ec%9d%98-%ec%97%ad%ec%82%ac%eb%8a%94-%ea%b1%b0%ec%8a%a4%eb%a5%bc-%ec%88%98-%ec%97%86%eb%8b%a4-%ec%b6%a9%eb%82%a8%eb%8f%84%ec%9d%98%ed%9a%8c%eb%8a%94-%ec%a7%80%ea%b8%88%ec%9d%b4%eb%9d%bc%eb%8f%84-%ec%9e%90%ec%8b%a0%ec%9d%98-%ec%86%8c%ec%9e%84%ec%9d%84-%eb%8b%a4%ed%95%98%ec%97%ac%eb%9d%bc-%ec%b6%a9%eb%82%a8%ed%95%99%ec%83%9d%ec%9d%b8%ea%b6%8c%ec%a1%b0%eb%a1%80-%ed%8f%90/ https://equalityact.kr/%eb%85%bc%ed%8f%89-%ec%9d%b8%ea%b6%8c%ec%9d%98-%ec%97%ad%ec%82%ac%eb%8a%94-%ea%b1%b0%ec%8a%a4%eb%a5%bc-%ec%88%98-%ec%97%86%eb%8b%a4-%ec%b6%a9%eb%82%a8%eb%8f%84%ec%9d%98%ed%9a%8c%eb%8a%94-%ec%a7%80%ea%b8%88%ec%9d%b4%eb%9d%bc%eb%8f%84-%ec%9e%90%ec%8b%a0%ec%9d%98-%ec%86%8c%ec%9e%84%ec%9d%84-%eb%8b%a4%ed%95%98%ec%97%ac%eb%9d%bc-%ec%b6%a9%eb%82%a8%ed%95%99%ec%83%9d%ec%9d%b8%ea%b6%8c%ec%a1%b0%eb%a1%80-%ed%8f%90/#respond Fri, 02 Feb 2024 07:32:47 +0000 https://equalityact.kr/?p=7111  

 

 

 

 

인권의 역사는 거스를 수 없다. 충남도의회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여라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재의한 표결에 부쳐

지난 12월 15일 도의회 본회의 가결로 폐지 위기에 몰렸던 충남학생인권조례가 가까스로 존치되었다. 충남교육감의 재의요구로 오늘(2일) 다시 도의회에 회부된 폐지안이 가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지 못하여 부결된 것이다. 전국 첫 학생인권조례 폐지라는 역사적 불명예를 남겼던 충남도의회가 늦었지만 조금이라도 존재 의의를 남겼다 할 것이다.

특히 처음 폐지안 가결 시에는 전체 44명 중 31명의 찬성표가 나왔으나 이번 재의안 부결시에는 43명 중 27명의 의원만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폐지를 밀어붙였던 국민의힘 도의원들에게도 이탈표가 나왔다는 것이다. 모든 충남 도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을 없애나가야 할 도의원이라는 책무를 망각하고 조례 폐지를 밀어붙였던 의원들의 행태가 명확한 신념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진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할 것이다. 이번 재의안 가결에 동참하지 않은 의원들이 늦게라도 자신들의 소임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를 바란다.

비록 이렇게 학생인권조례는 존치되었으나 아직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보수개신교단체 등이 주민발의로 제기한 충남학생인권조례 페지안이 도의회에 계류 중이고, 충남인권기본조례를 다시 폐지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혐오와 차별 선동을 막아야 하는 것이 충남도의회 앞에 놓여진 과제이다. 오늘의 재의안 부결로 도의회가 안주할 것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와 인권기본조례를 존치시키고 조례의 정신에 따라 도민들의 일상, 교육, 노동 전반에서 존엄과 평등이 지켜질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서울,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연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시도하는 이들도 이번 일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인권의 역사를 후퇴시키고 차별과 혐오에 기반해 아동청소년들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는 것을 가로막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충남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인권의 후퇴에 맞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평등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4년 2월 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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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평등UP] 2024-1월호 | 2024년도 차별금지법! 1월의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UP! https://equalityact.kr/2024-1-up/ https://equalityact.kr/2024-1-up/#respond Fri, 12 Jan 2024 00:05:35 +0000 https://equalityact.kr/?p=7104 [월간평등UP]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기 뉴스레터가 매달 찾아갑니다! 👉 새창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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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UP] 2024-1월호 | 평등이 차오르는 전국 방방곡곡 : 부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https://equalityact.kr/2024-1-regional/ https://equalityact.kr/2024-1-regional/#respond Thu, 11 Jan 2024 22:54:07 +0000 https://equalityact.kr/?p=7090 전국 15개 지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함께 싸우는 지역네트워크가 있습니다. 매월 한 지역씩 각 지역별 차별 사안, 반차별운동 이슈와 활동을 소개합니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반차별 운동 이야기에 집중해주세요!

 

1) 구성 : 부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구성과 운영/논의 방식을 알려주세요.

2022년 1월 [차별금지법 있는나라 만들기 유세단] 부천유세일정이 잡혀 유세단이 꾸려지고 그 계기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개인활동가들이 반차별 운동을 이어가자는 뜻을 모아 [부천차제연]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천시민사회단체 15개 단체와 개인활동가로 구성되어있고, 주 소통방식은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소식을 비롯해 각 단체별 소식과 연대활동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2) 활동 내용: 지역 내 반차별 활동으로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부천시민사회는 부천차제연이 결성되기 이전부터 부천시민이 인권과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잘 알고 누릴 수 있도록 문화다양성 조례와 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펼쳤습니다.

 

  • 「부천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 운동

민간단체들과 부천문화재단은 201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인 무지개다리사업을 9년간 진행하며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습니다. 2014년 11월 28일 국회에서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민관 거버넌스인 부천문화다양성협의회는 2015년부터 ‘부천시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2018년 12월 ‘부천시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하고 조례안을 마련, 2019년 3월 시민공청회를 통해 공론화를 거친 후 4월 의원발의로 조례를 발의했으나, 부천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에서 조례 제정이 보류되었습니다.

보류 이유는 조례안의 ‘문화적 차이’를 규정할 때 ‘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 즉 ‘성’에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포함하여 해석할 것인가와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성을 가진 당사자’에 포한하는가가 쟁점이었습니다. 조례 보류 이후 조례 발의 시의원과 추진위는 6월 4일 조례를 재상정하여 해당 상임위인 재정문화위원회에서 통과되었으나, 같은 달 25일 시의회 본회의 상정 직전 대표발의 의원이 조례 상정을 철회했습니다.

 상정철회 이유는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종교계 등의 강력한 반대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 반대자들은 문화다양성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이슬람을 확산’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부천시의원과 부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고, 부천시의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하며 부천시의회를 압박했습니다. 추진위는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종교계에 대응해 시의원들을 설득하고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여 여론을 형성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2020년 1월 조례추진위는 문화다양성 조례를 주민조례 청구제도로 발의(이하 ‘주민발의’)하기로 결정하고 주민발의 운동을 진행했고 주민발의 운동을 통해 주민발의 대표자를 대신해 서명을 받는 수임인 138명이 1월 28일부터 5월 12일까지 1,674명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주민발의 충족 요건인 부천시 유권자의 1%(7,028명)를 채우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추진위는 주민발의 운동 후 발표한 성명에서 주민발의 운동은 문화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의미 있는 실천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 「부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 운동

2019년 4월, 시의원 박명혜와 민변부천지회, 부천시공무원노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등은 부천시 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고 지역 단체와 시민에게 공동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2차모임부터는 세계로지역아동센터, 경기글로벌센터, 평화미래플렛폼파란, 사단법인청소년노동인권노랑, 부천YMCA, 부천시민연합, 부천여성의전화,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천주교인천교구부천노동사목,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부천청소년인권공동체세움, 정치하는엄마들부천모임 등 여러 단체가  참여하여 더불어 조례안을 마련하고, 조례 제정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 있던 2019년 6월, 앞서 진행되고 있던 문화다양성 조례가 반대 세력의 거센 항의에 밀려 자진 상정 철회 되면서, 인권조례 또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민간단체들은 이주, 여성, 청소년, 장애 등 각 영역별로 인권 영화 상영, 조례안 소개 행사 등을 진행하고, 같은 해 8월 6일 문화다양성조례와 인권조례 제정, 성평등 조례 개정 등의 운동을 공동으로 펼치기 위해 ‘부천시민한걸음더캠페인(이하 한걸음더캠페인)’을 기획 운영했습니다.

 2019년 9월 23일 박명혜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6명이 발의한 「부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와 김성용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발의한 「부천시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가 상임위인 재정문화위원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한걸음더캠페인은 그 이유를,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반대 세력의 집단 보이콧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 김경협의원의 의견이 관여되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그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후 한걸음더캠페인은 ‘부천시민의 삶을 바꾸는 조례 5종(문화다양성 조례, 인권조례, 성평등 조례, 민주시민교육조례, 혐오표현·차별예방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 집담회-수작질’을 기획 운영하며, 2020년 총선까지 인권 관련 이슈를 살리며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20년 9월21일, 박명혜 의원이 재차 대표 발의하여 [부천시 인권 기본 조례]가 제정되었습니다. 한걸음더캠페인은 인권조례를 공동 발의한 박명혜, 김성용, 송혜숙, 양정숙, 김병전, 이소영, 정재현, 박홍식, 최성운, 박찬희, 홍진아, 박순휘, 권유경 의원의 용기를 기리고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찬성을 표하여 조례를 제정한 의원들에게 감사하는 논평을 내어 화답했습니다.

부천은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서울에서 진행하는 집중유세, 2022인 릴레이단식행동, 평등텐트촌 단식투쟁, 집중문화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2022년4월20일 부천차제연 이름으로 [장애인차별철폐의날/차별금지법제정 촉구] 부천시민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정책질의서, 여성가족부 폐지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면담요청 및 입장문을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방문하여 전달하였습니다. 

부천시내에 대형교회에 차별금지법 제정반대 현수막이 여러개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국민신문고에 제보하여 현수막을 모두 철거 하는 활동도 했습니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지지 현수막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부천에 있는 무슬림 주민들의 상황은 어떠한지 살펴봐야 할 필요성도 느꼈습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개악에 대응하기 위해 도의원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고 간담회도 가졌습니다.

 

 

3) 고민과 집중하는 이슈는 무엇인지 (특정한 이슈에 꼭 집중하지 않더라도) 알려주세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개악이 시도되는 움직임이 있어 차제연 활동가들과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살펴보고 의견을 나누며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부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인권침해, 상담, 조사, 구제 및 연구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인권옹호관’이 삭제되어 전문적 인권보장 기능이 축소되고, 시민위원이 ‘시 소속 공무원 및 시장이 지도 감독하는 시설 등에서 인권침해 감시 및 진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삭제하여 인권 달성을 위한 시민위원의 역할에 제동을 건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보완하여 시민의 인권보장에 허술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례개정이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부천시민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부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반차별 운동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2022.01.28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 부천유세 사진

 

2022.04.20  420 장애인차별철폐의날/차별금지법 제정촉구 부천 시민 합동 기자회견

 

021.12.13 판타스틱 씨네클레스 [너에게 가는길] 영화상영회 관람객 조직 및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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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UP] 2024-1월호 | 평등, 삶의 현장! 축복과 환대의 길을 여는 사람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https://equalityact.kr/2024-1-membership/ https://equalityact.kr/2024-1-membership/#respond Thu, 11 Jan 2024 22:48:59 +0000 https://equalityact.kr/?p=7082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행동하는 연대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는 170여 개의 인권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평등이 차오르는 전국방방곡곡>이 지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함께 싸우는 지역네트워크를 소개한다면, <평등이 차오르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제연에 함께 하고 있는 단위들의 반차별 이슈와 활동을 소개합니다!

 

차별금지법을 알리기 위한 교육이나 간담회를 가면 흔하게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 운동에 함께 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의 긴 역사 안에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큰 걸림돌이었음에 틀림없고 현재까지도 가장 극렬한 대척점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에 넘겨졌던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끝내 출교 징계를 당하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기독교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욱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차별과 불평등, 소외와 혐오에 저항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2024년을 열어보려 합니다. 함께 만나보실까요?

 

 

  • 함께 이야기 나눈 사람들:

 

  1. 정경일 (평등세상 집행위원장)
  2. 오수경 (청어람 ARMC 대표)
  3. 손주환 (느헤미야 교회협의회)
  4. 정다빈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
  5. 자캐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6.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7. 고운(서울인권영화제), 지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왼쪽부터: 고운, 오수경, 장예정, 정경일, 정다빈, 자캐오, 손주환)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수경 : 저는 청어람ARMC라는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있고요. 개신교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고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이하: 평등세상)에 결합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개신교 내 퀴어 관련된 활동들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청어람은 개신교 내에서 고민하면서 질문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강좌와 모임을 진행하는 곳이고요. 신앙의 이름으로 사회적인 연대가 필요한 곳에 연대활동도 같이 하고 있는 곳입니다. 회원조직은 아니고요 주로 강좌, 교육, 아카데미 운동을 하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장예정 :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예전에 민주화운동 시기  주교회의 산하에서 인권에 관심 있는 평신도들이 모여서 만들어졌어요.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가 1987년부터 체계가 개편되면서 천주교 1세대 인권변호사들이 주교회의에서 나와서 만든 위원회가 천주교 인권위입니다. 그 당시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산하에 있었고 그 기준으로 보면 35년 됐고 천주교 인권위로 독립해서 독자적 단체가 된 건 30년 됐어요. 그렇게 오래된 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하고 있고 지금은 가톨릭 LGBTQ 앨라이 모임 아르쿠스가 생겼지만 그 이전부터 성소수자 인권관련 하여  일관되게 입장을 내던 단체입니다. 그리고 현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함께하고 있고요.

 

정경일 : 안녕하세요?  저는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평화와신학, 한국민중신학회,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학자로서  사회적 영성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리가 고통의 자리여야 하고, 거기서 어떻게 영성이 기여할 수 있나 고민하다보니, 현장과 연결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평등세상에서는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다빈: 저는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정다빈이고요. 저희 센터는 천주교 안에 예수회라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인권이나 사회정의와 관련한 운동하는 단체입니다. 정의, 평화, 생태환경을 위한 연구, 활동, 연대, 조직 활동과 강좌, 세미나, 컨퍼런스 준비해서 열기도 하고 현장 연대 활동도 하고 있고요. 천주교 안에서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단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캐오 : 저는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과, 나눔의집협의회 소속인 용산나눔의집 원장이고요. 정의평화사제단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영향으로 몇 년 뒤에 성공회에서 시작되었고요. 나눔의집협의회는 86년 9월에 도시빈민운동의 맥락에서 시작했어요. 둘 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하느님의 우선적 선택’이란 해방 신학 관점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요. 9개 나눔의집 모두 불평등과 소외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요.

특히 나눔의집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자리 잡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는 등, 사회 복지라는 영역이 자리 잡은 과정에서도 나름 역할을 하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저희는 전통적인 지역 교회의 형태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사회 속의 교회’라는 맥락과 모습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경계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저를 소개할 때에 성공회 사제이자 사회 활동가로 소개해요.

제가 일하는 용산나눔의집은 20년 전에 미등록 이주민과 동행하며 시작했고, 시작부터 함께한 길찾는교회는 성소수자와 동행하는 교회로 시작했어요. 이처럼 저희한테는 ‘경계, 동행, 당사자와 함께 만드는 이야기’ 등이 중요합니다.

 

손주환 : 저는 느헤미야 교회협의회 소속 걷는교회 목사입니다. 느헤미야 교회협의회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라는  대안신학교 같은 성격의 신학교의 가르침과 방향에 동의하는 교회 40여개 정도가 모여서 만들었습니다. 제가 오늘은 개인으로 와서 대표성을 가지고 온 건 아니고요, 느헤미야 교회협의회에서 임원, 서기입니다.  

 

Q. 평등세상  출범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경일 : 2019년에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센터에서 임보라 목사님 등과 함께 몇 분이 교회적, 신학적 언어로 성소수자 운동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 전망을 만들어보자 얘기를 나누며 모임을 가졌어요. 그러다 2020년에 국가인권위에서 개신교 반발이 심하니까 개신교의 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다 해서 서로 추천해가면서 열 몇 명이 모였어요. 그렇게 인권위원장 및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했고, 그 다음 국회 장혜영, 박주민, 권인숙 의원 등과도 몇 차례 대화를 추진했어요. 그렇게 계속 인연과 활동이 이어지다가, 2020년에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을 하면서 개신교인들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지지합니다’라는 성명 공동작업을 했었고요. 그 과정에서 개신교 복음주의 그룹, 가톨릭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제안들이 있어서 천주교에선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가 참여했고, 복음주의 그룹에서는 유일하게 청어람이 참여했어요. 이때 110개 교회 및 단체가 서명했고 1384명 그리스도인이 서명을 했어요. . 사실 그때도 저희는 아주 소수였지만 사회적 상식과 걸음을 같이했기에 언론에서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던 것 같아요.. 체계적 조직도 없이 선언을 준비했는데, 선언문 작성부터 발표, 후속활동가지 모두 자발적으로 기꺼이 역할을 나눠 맡았어요. 선언 이후에 제정 투쟁이 진전되지 못하고 민주당이 책임 방기를 하면서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평등세상 네트워크 구상을 하게 되었어요.

평등세상을 준비하면서 대안적 교회 문화를 만드는 것과 교회 안에서 통용될 수 있는 평등 언어 만들기를 장기적 비전으로 삼았어요.  반동성애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만들고 모두를 환대할 수 있는 교회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저희가 선택한 방식은 조직부터 만드는 게 아니라 먼저 공동 실천부터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2021년 6월에서 8월까지 8주 연속으로 ‘세상을 바꾸는 여름’ 포럼을 통해 한국사회의 차별과 반차별 주제를 모두 다뤘어요. 그러고 나서 2021년 9월 6일 27개 단체가 참여해서 평등세상을 공식 출범했습니다. 지금은 가톨릭과 개신교 30여 단체 및 교회가 함께하고 있어요. 

 

자캐오: ‘퀴어성서주석’ 만들면서 출판 하기도 전에 번역 과정에서 보수적인 몇몇 교단이 대표적으로 임보라 목사님을 괴롭혔죠. 책도 안 보고 퀴어신학이라는 이름만으로 괴롭혀서 많은 분들이 분노했어요. 그런 흐름 속에서 대안/대항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었어요. 더불어 사회적 소수자 운동이 성소수자 운동만 언급되는 것보다 반차별/평등 지향으로 확산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어요. 차별을 강화하고 평등을 불편해하는 한국 주류 교회 문화와 언어, 담론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마음이 모인 거죠. NCCK인권센터가 허브 역할을 해서 개신교, 천주교 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던 분들이 공동 제안 형태로 모였어요.

 

 

 

 

Q. 종교인으로서 사회운동을 함께 하는 목표와 소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손주환 :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수준이에요. 활동가로 전임을 하거나 주도적인 활동을 하고 있진 못해요. 목회 현장에서 교회 안에 있는 소수자, 약자들이 혐오와 차별을 당하고 있을 때 그 안에서 저는 당신들이 잘못하거나 잘못된 게 아니다 편 드는 것 정도에요. 저희 교회 이름이 ‘걷는 교회’인 이유가 성공회 걷는 교회 이름을 빌려서 교회도 고난받는 사람들의 현장으로 들어가자는 뜻이에요. 제 개인이 운동가라는 느낌보다 저희 교회가 그런 현장을 찾아가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목표와 소명이  목회적인 지향과 어느 정도 맞닿아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다빈: 제가 활동가라고 할 수 있을까 조심스러워요.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종교인인가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남성 수도사들과 일하는 평신도 여성으로서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일종의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고 믿어요. 저희 세미나에 오시는 분은 주로 천주교 신자들이지만, 교회와 세상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여러 다른 목소리들을 알리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장과 교회 사이를 잇고, 사회의 언어와 교회의 언어를 번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정경일: 저도 활동가라고 하기엔 활동가들에게 미안해요.  저의 본업은 신학자고, 제 연구 영역은 종교 간 대화에요. 주로 불교-그리스도교 대화를 중심으로 여러 종교 전통과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늘 깨닫는 것은,  기독교의 빛나는 독특성은 예언자적 실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이라는 사실이에요. 고통받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가장 민감하게 듣고 책임있게 실천으로 응답하는 게 그리스도인다운 우리의 목표와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장예정:  천주교는 사회교리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천주교인의 사명 같은 걸로 중요시 여기고 있고요.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천주교는 인권주간, 사회교리 주간을 같이 지내요. 대림2주 시작하는 시기죠. 개신교도 인권주간 그때 지내는 곳들이 있어요. 사회교리라는 건 천주교에서 중요한 활동이고 그걸 기반으로 천주교 인권위도 출발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다니는 성당을 이십 몇 년째 다니는데 거의 학교 다니듯 살았어요. 개인사에서 가까운 사람들은 우리 성당 사람들, 동생, 언니, 아는 지역 주민들입니다. 저한테는  내가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가르침이 성경은 아니지만 종교에요. 성당 다니는데 착하게 살아야지가 청소년기 삶의 중심이였어요. 지금도 활동가로 살게 되는 계기가 종교인데 그만 두는 계기도 종교가 될 거 같긴 해요.  저한테는 인권운동이 종교와 떨어질 수 없는 문제였는데 내가 배척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이 활동을 왜 시작했나 근본적 어려움이 생겨요. 저한테는 둘이 다른 언어가 아니었고 지금도 활동하는 중심 가치에는 여전히 종교가 있어요.

 

수경: 보수적인 신앙 영역에서 자랐어요. 사회문제, 특히 동성애 관련해선 보수적인 신학을 배우면서 자랐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었고 반대하는 쪽에 오히려 가까웠어요.  분기점은 2014년 신촌 퀴어퍼레이드에요. 당시 우리 사무실이 신촌에 있어서 우연히 방문했다가 굉장히 충격적인 혐오 움직임을 보고 첫 번째 들었던 생각이 ‘이렇게까지?’란 당혹스러움이였고 두 번째는 부끄러움이였어요. 그리고 일종의 무력감도 있었고요. 왜 저 안에서 저 사람들을 막아내지 못했나. 그날 밤에 돌아와서 그간 배웠던 동성애 반대 근거로 볼 수 있는 성경 구절 다 찾아서 읽어보고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그 다음부터 계속 관심 가지고 청어람에서도 관련 강좌를  진행했어요. 

제 신앙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는데 이런 변화된 모습을 되도록 널리 알리고 싶어요. 신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 속에서 배우면서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고, 그렇게 드러냄을 통해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는 분들, 중립지대에 계신 분들과도 연결되고 싶어요. 밖에서 보기에 개신교는 양극단으로 갈려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그 안에 무수한 생각들과 역동이 있는데요. 그런 분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고, 혐오 그리스도인이 과잉대표된 곳에서 개신교인으로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저는 사회 운동을 거창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제 신앙의 실천이라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데 자기 신앙을 실천하지만, 저는 세상을 더 궁금해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제 변화 가능성을 그 안에서 발견하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저에게는 신앙 실천이고 사회 운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저는 되게 보수적인 신앙인이에요. 신앙의 언어, 신앙의 힘을 여전히 믿거든요. 신앙의 기본은 사랑인데 그게 너무 오염되었어요. 그걸 다시 되찾고 싶어요. 제가 속한 단체는 그런 신앙의 언어를 발견하게 하고 신앙적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아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의 틀거리와 언어를 제공하고 있어요.

 

자캐오: 제가 속해있는 성공회는 사회 속의 교회를 강조해요. 교회가 세상의 알파와 오메가, 즉 시작과 끝으로 보지 않죠. 한국인권학회 학술대회에서 정교 분리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는데, 정치와 종교의 관계도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고 각 나라마다 맥락이 있어요.  한국의 경우, 정교 분리가 필요한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는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작동하는 게 필요해요.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 사회의 성공회는 많이 다르죠. 교회가 그 사회 변화의 역동 안에 영향을 받는 거에요. 물론 교회도 사회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요. 그러므로 사회와 교회 안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소외의 문제가 교회가 강조하는 사랑과 환대, 은총과 동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관점에서, 사회와 교회는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야 하죠. 특히 교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게 신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모든 존재가 동등하고 독특하게 사는 세상이 만드는 일이라는 고백 가운데 살아야 하죠.  

 

 

 

Q.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수경: 오히려 굉장히 보수적으로 나오시는 분들한테는 별로 타격감이 많진 않아요. 앞에서 막 큰소리 치는 분들이야 정치적인 목적이든 뭐든 있을 수 있지만 거기서 너무 눈물 흘리면서 신실하게 기도하시는 분들이 마음에 걸려요.  저분들과 내가 같은 신앙을 공유하고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분들을 너무 쉽게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어요. 본인들 나름대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분들인데 그걸 어떤 목적으로든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쁜 거지 순수한 신앙의 열정으로 혐오를 하는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심적으로 괴롭죠. 제가 속한 영역이 복음주의 사회운동 영역인데 동성애 문제에 대해선 사실 관심이 별로 없어요. 여기 패러다임은 과거 민주화운동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의 정의와 평화를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거지만 그 이후 세대가 겪는 어려움이나 퀴어, 페미니즘 등에 관해서 생기는 사회적인 문제나 개신교가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 말을 아끼세요. 워낙 신학적으로 정리가 안 된 부분이기 때문에 생각을 달리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말을 아끼고 방관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많이 난감해요. 

운동이라는 게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뭐든 될텐데 잘 안 넘어가지네요. 이런 면에서는 개신교 운동은 일반 영역 사회운동과도 비슷해요. 민주화운동 다음 챕터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아득한 마음, 중간에 낀 세대로서 이 분들과 심정적 대립을 할 때가 괴롭고요. 또 이쪽저쪽 욕하면서 냉소하면서 방관하는 분들을 보는 것도 참 괴로워요. 냉소가 결코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맥이 빠지죠. 저도 맥이 빠지는데 앞서서 운동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맥 빠지지실지 민망하고 죄송하고 그런 때가 좀 괴롭습니다.

 

경일: 한국에 신학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몇 천 명 될 거예요. 전문적으로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사회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목소리를 내는 신학자가 너무 적은 것 같아요. 특히 기독교인들로부터 상처받은 분들을 보면 부끄럽고 죄송해요. 세월호 그리스도인 가족과의 연대도 죄인의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세월호 참사 초기에 기독교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엄청 상처를 주어서, 많은 기독인 가족이 교회를 떠나기도 했어요. 교회 가면 ‘세월호 참사엔 우리가 모르는 하느님 뜻이 있을 거다’, ‘당신 아이는 이제 하느님 품에 안겨 있으니 그만 슬퍼하라’고 하거나, 투쟁하느라 삭발을 하고도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가족에게 ‘선생님이 삭발하고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냐’고 하면서 상처를 주었거든요. 이런 잘못된 신학에 맞서는 대안적 신학의 노력이 너무 부족했어요. 그런 교회의 현실이 너무 죄송해서 처음 2~3년은 조용히 연대하며 다녔어요. 

저는 미국에서 공부했는데, 동성애에 대해서는 보수교단, 진보교단 모두에서   반대와 찬성이 있어요.복음주의 교회 안에서도 급진적인 성평등, 동성애 지지 운동을 하는 그룹도 많고요. 중요한 것은 같은 교단이나 교회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신학교에서는 자유로운 토론과 활동이 가능하고요. 그에 반해 한국은 교단이 신학교를 너무 강력하게 통제하고 지배해요. 그래서 신학자, 신학생 모두 공포의 문화 속에 갇혀 있어요. 반동성애 담론이 힘을 잃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기독교 활동가들과 함께하면서 맘이 무거운 것은 활동가들이 너무 지쳐있다는 거예요. 번아웃 상태면 일을 못하고 안 해야 하는데, 번아웃 상태에서도 계속 일을 해요. 심한 경우는 쉬어야 하는 데 ‘쉴 힘’도 없어 보이기도 해요.. 자기를 돌보고, 서로를 돌보는, 상호 지지 방식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아요.

 

다빈: 복합적으로 왔던 감정은 무력감이에요. 천주교 교리 안에서는 반박하기 어려운생명윤리, 성윤리를 토대로 아무렇지 않게 상처주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안에서 더 많은 존재를 향해 우리를 확장해가는 신학의 언어가 부족하다 보니 여러 군데 걸쳐있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죄책감과 부채감이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평신도 연구자이자 활동가로서 제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느낄 때도 많아요. 아무래도 성직자 중심으로 활동이 조직되고, 일이 진행될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평등세상이 제게는 힘이 많이 됐어요. 평등세상이 지향하는 가치 뿐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 또한 수평적이고 평등하고자 여러 방식으로 애쓰고 있거든요.

 

주환: 저는 되게 보수적인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시청에 동성애 반대 집회 나가라고 주보 올리는 교회에 있었어요. 그 안에서 내가 비겁해지는 걸 느끼며 더 크게 소리내고 싶은데 내 안위 때문에, 개인적인 불이익을 당할까봐 머뭇거리는 자신이 너무 괴로울 때가 있어서 나왔어요. 나와서 지금 속한 곳이 복음주의 그룹에서는 진보적인 편에 있는 곳인데 여전히  여기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때 힘들었던 것도 있어요. 개인적인 자성의 목소리이기도 한데 차별금지법 해야지, 동성애 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입장문 냅시다 할 때는 침묵하고요. 좀 천천히 갑시다, 하시는 분들과 얘기해보면 대부분은 다 생각이 동일한데 교회 내 반대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시는 거죠.  이런 현실에 부딪힐 때 제가 가고 싶은 속도와 제가 속한 곳에서 가는 속도가 달라서느끼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여기 올 때 항상 약간 죄인처럼 부채감 같은 게 있어요.

 

자캐오: 제가 활동하는 나눔의집 운동은 오랜 시간 지역 사회에서 주민 운동과 반빈곤 운동의 맥락에서 활동했어요. 때로 적극 앞장서서 활동하기도 했죠. 그런데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거나 시민사회 영역과 함께해야 할 때에는 늘 일할 사람이 부족했어요. 사회와 종교 영역의 경계에서 활동할 때, 이런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죠. 종교인으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함께할 때도 비슷했어요. 임보라 목사님과도 자주 얘기했지만 ‘우리 외로우면 지는 거다’라며 눈에 띄는 소수가 되어 싸우는 문제를 많이 고민해 왔어요. 최근 이동환 목사님 사례처럼 못처럼 튀어 나와 보이는 사람만 못 박아 버리면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물론 어느 운동이든 앞장 선 한두 사람이 버틸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어요. 운동에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잖아요. 그런데 눈에 띄는 한두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거는 방식은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죠. 그래서 저도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세계를 계속 이야기하고 실천하며 경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게 너무 현실과 거리가 먼 이상적인 이야기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저도 버겁고 자주 자기 검열을 하다 보니 지칠 때도 많고요. 무엇보다 한국 사회와 교회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이고, 특히 한국 주류 교회는 보수가 기본값이다 보니 어려움이 크죠.

 

 

Q.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덧붙여 차별금지법있는 나라가 되었을때 기대되는 교회의 변화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경일:  한 번은 인도에서 달릿(불가촉천민) 신학자들이 왔는데, 이분들이 세월호 가족을 만나고 싶어했어요. 인도와 한국의 문화적 차이도 있고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달릿과 세월호 가족이 만나자마자 서로 마음이 통해버리는 거예요. 배제된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바로 알아차린 거죠. 서로 끌어 안고 아픔을 나누고, 나중엔 손편지까지 써서 전해달라고 하셔서 번역해서 전해드렸어요. 또 한번은 세월호 가족들이 광화문에서 농성할 때 퀴어문화축제가  있었어요. 사실  염려가 되기도 했어요. 세월호 가족은 계속 초상집이나 마찬가진데,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축제를 가시화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부모님들이 차별받고 혐오당하고 배제당하는 성소수자의 고통에 바로 공감하시더라고요. 지금 세월호 가족과 이태원 가족이 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고통받는 사람들이 서로 알아보고 끌어안고 동행하는 것, 아픔과 아픔의 연대, 그것이 하느님 나라인 것 같아요. 

최근 NCCK 기독교 사회운동 100년사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데, 1970년대에서 90년대초까지의 역사를 보면 너무 가슴이 벅차요. 노동자든 도시빈민이든, 힘없는 사람들이 갈 곳 없고 호소할 곳 없을 때 찾아간 곳이 기독교회관이고 명동성당이었거든요. 고통받는 사람들이 종교를 신뢰하며 의지한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죠.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고통받는 성소수자를 가장 배제하는 곳도 교회고요. 그럴수록  평등세상 같은 그리스도인들이 더 애써서 소수자와 연대하며 환대하고, 그래서 미래 사회의 소수자들이 교회를 찾아와 기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오늘의 교회 현실을 보면 그런 바람에 대해 낙관하기 어려워요. 희망과 비관 사이에서 비틀비틀대는 거죠.

 

예정: 저는 어쨌든 다른 교회도 마찬가지지만 천주교도 청년 세대가 안 와서 고민이 깊어요. 천주교 문제점 중 하나가 완전 정상가족의 관점이라는 것인데 교리적인 측면이 아니라 성당 운영도 그 중심으로 돌아가요. 비혼가구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청년, 장년, 중년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요. 청년회는 미혼인 청년들만 활동하고 결혼하면 나이와 무관하게 청년회 못 들어가요. 청년회는 결혼하지 않은 20~30대 중심이고 마흔이 된 비혼 1인가구는 성당에서 갈 곳이 없는 거예요. 예수님, 성모님 ,성요셉 정상가족이 천주교 핵심인데 그래서 떠나가는 사람들 많을 거 같아요. 그걸 벗어나도 괜찮다는 상상력, 틀에 갇혀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전체사회 프레임 전환이 필요해요. 교회 안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어쨌거나 몰래 통과될 수 있는 법이 아니잖아요. 통과되는 시점이  한국사회 전반이 그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하면 교회가 원하든 원치 않든 발 맞춰서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져올 변화에 발 맞출 줄 알았으면 합니다.

 

수경: 저는 두 가지 소소한 건데요. 저희가 모임을 되게 많이 하는데 되게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 제일 뭉클했던 건 모임에 오시던 분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커밍아웃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같이 모임하던 사람들이 그냥 ‘응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고. 저는 그게 되게 고마웠던 게 저희 모임을 안전하게 여겨준 것, 그분은 계속 일상 같이 나누고 가끔 ‘너네 너무 이성애 중심적이야’ 쓴소리도 하시고. 그게 계속 고맙고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있고요. 그리고 제가 신문에 칼럼을 쓰는데 칼럼 목록을 쭉 봤더니 교회 비판하는 거랑 차별금지법 관련 주제를 꽤 썼더라고요. 어느때 댓글에 악플이 달렸는데 ‘누가 퀴어 아니랄까봐.’ 이렇게 달린 거예요. 그게 고마운 거예요. 나는 늘 동떨어진 이방인 같이 서성이는 사람처럼 빚진 마음으로 있었는데 (내 칼럼을 보고 나를 퀴어로 알았다는 점이 오히려~) 그렇게 봐주고 여겨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를 상상했을 때 사실 망할 교회는 망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신앙이 교회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때는 제도화된 교회가 굉장히 쓰임을 받았겠지만 이 교회가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의 제도 교회가 빠르게 보다 보편적인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고 환대하는 공동체로 재편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상상하는 공동체는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공동체였으면 좋겠어요. 나이, 직업, 성별, 성정체성 몰라도 안전하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상상을 해요. 

 

주환: 제가 있었던 보수적인 교회에서 특강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희는 성경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동성애에 대한 성경 해석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있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어요. 비판을 엄청 당했는데 교회 안에 성소수자 청년들이 몰래 저를 찾아오거나, 저한테만 커밍아웃하기도 하고요. 인상깊었던 여성 청년이 있는데 다른 예배에서 어떤 목사님이 예배 인도 하면서 ‘이땅에 동성애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주시고’라고 말해서 너무 괴롭고 정죄감이 어마어마 했다고 했어요. 내가 진짜 그렇게 죄인이고 저주 받을 존재인가. 그 친구를 지지해주고 죄의식 느낄 필요 전혀 없다고 했을 때 저를 찾아왔다가 편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길 잘했구나 싶었어요. 인구 대비 성소수자 비율이 있는 것처럼 교회 안에도 그정도 있다, 숨기고 있다가 이들이 나와서 위로를 받고 하는 것에 용기도 얻었어요. 그동안 욕 먹은 게 그런 사건 하나둘로 다 괜찮아져요.

교회는 태세전환을 잘하고 생각보다 주류 지향적이라 대세가 바뀌면 변하는 게 교회에요. 차별금지법 제정되고 대세가 그렇게 가면 성경에 동성애 이야기는 죄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하고 가르칠 거예요. 반대하던 사람들이 바뀌는 걸 볼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젠더 갈등이 청소년까지 내려가면 엄청 심하죠. 애가 타지만. 어쨌든 그런 카타르시스를 더 늦기 전에 느껴보고 싶어요.

 

다빈: 저희 센터랑 교류하는 일본 조선학교가 있어요. 서강대 학생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재일 조선인은 일본과 한국 사회로 부터 받은 차별로부터 민족 공동체를 지켜오면서,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면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대학생들은 문화적으로 진보적이고 성평등에 관한 의식이 높은 편이어서  두 공동체가 굉장히 부딪혔어요. 재일조선인 공동체 특유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오늘날 20대 친구들에게는 불편하게 다가간 지점이 있었죠. 양쪽 공동체 사이에 낀 입장이자, 프로그램의 기획자로서 저는 각자의 입장이 이해가 가면서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어요. 한편으로는 천주교가 왜 조선학교를 지원하느냐는 비판을 받으면서, 현타가 좀 쎄게 왔어요. 런데 그래도 그 프로그램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프로그램 후속 모임에서 한 청년이 자신은 한국 사회의 여성으로서 늘 여성이 받는 차별에 관해서만 민감했는데, 이 경험을 통해 재일조선인의 고유한 차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고 말하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서로 다른 가치와 문화에서 기인한 갈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차별 받는 사람들이 서로를 더 이해하는 기회였다고 믿어요. 

또 저희를 도와주신 선생님이 재일조선인이면서 천주교 신자였어요. 종교인이라는 게 자이니치 공동체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경우인데, 어떻게 그리스도인이면서 재일조선인이라는 두 정체성이 공존할 수 있냐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그리스도인이 소수인 일본에서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일본 사회에서 차별받는 조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본인에게는 전혀 충돌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수자이자 배제된 사람으로서 자신을 더 큰 사랑과 더 넓은 포용으로 열어주는 길이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차별 받는 사람들끼리의 연대가 쉽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이 갈 수 있고, 가야하는 길이라고 믿어요. 실제로 조선학교도 천주교도 모두 조금씩 더 열린 공동체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교회가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연결하고 이어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캐오: 이 질문 받고 여러 장면이 떠올랐는데, 2014년 서울퀴어문화축제 때 퍼레이드 직전 임보라 목사님이랑 함께 축복식했던 자리로 가게 되네요. 그 자리는 제가 공개적으로 적극 환대받은 자리이었어요. 제가 축복하러 갔지만, 실상은 축제에 함께한 많은 분들이 저희를 환대해줬죠. 저한테 그 경험이 정말 특별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축복하고 환대하는 자리이었거든요. 페스티벌이 일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 이유가 그런 것 같아요.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익숙함에 사로 잡혀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이야기들을 적극 꺼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게 만들죠. 그런 점에서 그날 그 자리는 제게 굉장히 중요한 자리이었어요. 또한 그날 함께한 임보라 목사님이 계셨기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여기에 계신 평등세상 분들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어떻게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다음 사람이 있는 거죠.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때 임보라 목사님이 제게 많이 고마워하셔서 당황했는데,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워낙 자주 말씀드린 거지만, 차별금지법 만들어져도 아무 교회도 망하지 않을 거에요. 교회는 차별금지법 있는 세상에서 빠르게 변할 거에요. 90년대 중반 주류 교회 안에서 여성 목사 안수 등 얘기할 때에 어떤 분들은 목숨 걸고 순교의 정신으로 막겠다며 어마어마하게 반대했죠. 한두 해 뒤에 호주제 폐지 운동이 본격화되었을 때에 어떤 분들은 작두를 들고 나오는 등 정말 심한 반대가 있었지만, 아무도 안 죽고 아무도 안 망했어요. ‘사회 속의 교회’라는 말처럼, 종교 영역은 사회를 넘어선 부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 안에 존재하죠. 차별금지법 제정은 교회에 훈풍이 될 거에요. 이미 다양한 가족 구성 등으로 존재하는 교회 안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교회가 좀 더 다양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는데 일조할 겁니다. 여기 있는 분들은 그 다음을 위해 또 뭔가 할 것 같지만요.

 

수경: 전 안 할 건데요. 전 예정쌤과 함께 떠나겠습니다!!^^

 

자캐오: 차별금지법 있는 교회에선 그 다음을 위해 달려가는 분들이 있을 거고 그런 힘들을 기대하죠.

 

 

 

Q. 덧붙여 꼭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나요.

 

수경: 저희 단체가 지금 모인 분들 중에서는 보수적인 영역에 속할 수도 있겠는데요. 예전에 저희가 페미니즘 퀴어 이슈로 인해 공격 아닌 공격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유튜브에서도 그러고 교단에서는 상종 못할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핍박을 받을 때마다 오히려 후원이나 지지 목소리가 많아져요. 그만큼, 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이들이 조용히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죠. 교회가 비록 사회 변화를 막아서는 것 같고 가장 앞장서서 핍박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 굉장히 다양한 역동이 있고 이 교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차별금지법 제정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용기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귀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평등세상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한 편의 고해성사 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은 인터뷰였어요.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분들인데 이토록 많은 괴로움과 부끄러움, 죄책감을 품은 채 ‘나의 편’에 함께 한다는 사실이 먹먹해지는 시간이었고, 종교인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의 무게가 깊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안에서는 지난 투쟁의 성과 중 하나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약칭: 평등세상)’의 결성을 꼽고는 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투쟁을 통해 만나고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이루고 이를 계기로 서로를 의지하며 다음의 길을 만들어 갑니다. 어찌 이롭지 아니할 수 있을까요. 이 분들이 있기에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습니다. ‘희망과 비관 사이를 비틀대며’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우리의 움직임이 다음 사람에게 환대의 장소가 되도록 ‘퀴어하게’ 연대하며 나아가기를 또한 소망합니다. 더불어 부디 이 글이 교회 안에서 차별에 고통 받는 분들, 평등의 언어들을 고민하는 분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많은 분들께 가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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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UP] 2024-1월호 | 이 달의 이슈, 여기 있슈 : 성소수자 이슈와 함께한 성탄 https://equalityact.kr/2024-1_issue/ https://equalityact.kr/2024-1_issue/#respond Thu, 11 Jan 2024 22:32:51 +0000 https://equalityact.kr/?p=7075 차별금지법과 결을 같이 하는 여러 입법 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고, 알뜰한 내용을 꽉꽉 담아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입법 이슈가 궁금해유? 바로 바로 “여기 있슈~”

 

2024년 첫 번째 입법대응팀의 이슈는 “성소수자 이슈와 함께한 성탄”입니다.

 

거리거리마다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즐비하고, 귀에 익은 캐롤이 들려오던 지난 해 12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준비하며 분주하던 기독교계에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먼저 12월 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이하 ‘감리교’)는 성소수자 축복기도와 성소수자 권리 옹호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출교를 결정하였습니다. 성직자로서 더는 목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감리교의 신자로서도 남을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징계입니다. 

 

얼마 후 12월 18일(바티칸시국 현지시각)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축복에 대한 사목적 의미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이며 지난 몇 년간 교황과 교황청을 향해온 성소수자 커플이 청하는 축복에 대한 답변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가톨릭의 신앙과 교리해석에 있어 가장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이 문서를 통해 성소수자 커플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축복에서 배제될 수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엇갈린 신교와 구교의 판단, 어떤 내용이었는지 살펴봅니다.

 

新교에서 죄가 된 축복

 

“교리와장정 재판법 제3조 제8항이 규정에 따라 ‘동성애 찬성 및 동조’행위를 한 피고 이동환에게 출교를 선고한다.”

 

2023. 12. 18. 이동환 목사 출교 판결 항소 기자회견 ⓒ뉴스앤조이

 

출교, 영어로 excommunication. 너와의 소통을 단절한다. 

이동환 목사는 목회자의 한 사람이며 신자의 한 사람이기도한 자신을 교단밖으로 쫓아낸 재판의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출교의 사전적 의미를 짚었습니다. 감리교가 자신들의 교단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목사에게 출교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근거는 이와 같습니다. 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기도를 하여 정직 2년의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자리에서 계속해서 성소수자 축복 기도를 참여하였다.  ‘큐앤에이’라는 단체까지 만들어 성소수자 옹호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뷰나 토론회 등에서 한국 교회가 쇠락하고 있는 원인을 교회의 도덕적 문제라고 비판하는 등 교회의 질서와 기능을 문란케한 죄가 있다. 그는 이러한 ‘죄’를 지어 감리교로부터 출교, 즉 내쫓김 당하였습니다. 감리교가 교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출교를 명한 것은 31년만의 일입니다.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를 축복하고 교회안에서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이들과 함께 기도한 그의 죄목 ‘동성애 찬성과 동조’ 즉 그의 죄는 사랑의 실천이었습니다. 

 

 

舊교에서 모두를 포용한 축복

 

프란치스코 교황 ⓒ Vatican Media

 

“[속보] 교황청, ‘동성커플 축복’ 공식 승인…“하느님은 모든 이 환영””

 

한편, 보수적이기로 둘째가면 어이없을 가톨릭의 지도부는 이즈음 놀라운 발표를 합니다. 현지시각 12월 18일, 한국 시간으로는 12월 19일 새벽 여러 언론사에서 위와 비슷한 제목의 속보들을 띄웠습니다.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신을 믿는 이들의 12월은 ‘성소수자 축복’에 대하여 왜 이런 다른 분위기가 되었을까요.

 

교황청 발표의 배경

2021년 2월,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성소수자 커플 등이 청하는 축복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한바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한 이래 여러차례 성소수자에 대한 옹호적인 입장을 밝혀 왔기에 이와 같은 교황청 정부부처의 입장은 의아했습니다. 청빈한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쓴 것이 266명의 교황 중 처음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교황에게 주어진 수많은 의전, 최고 예우의 집과 차량 등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시작과 더불어 아동 성범죄 성직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HIV/AIDS 예방을 위한 아프리카의 콘돔 사용 등과 같은 이슈에서 보수적인 고위 성직자들이 결코 좋아하지 않을 행보를 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 사이의 갈등을 꽤나 심각해지고 2021년 신앙교리성은 위와 같은 공식입장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간청하는 믿음”이 발표되는 2년 사이에 신앙교리성은 신앙교리부로 부처가 승격하고, 담당 장관이 교체되는 등 바티칸 시국 역시 하나의 국가답게 이런저런 정치적인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표된 “간청하는 믿음”은 교황이 직접 쓰는 문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권위를 갖는 신앙교리부의 공식 선언문입니다. 그 이전에 이 부처에서 공식 발표한 선언은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 문서는 각국 가톨릭에서도 공식번역을 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도 지난 1월 5일, 공식번역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핵심은 신의 축복의 대상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교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구절들을 인용합니다.

 

“세상의 죄는 엄청나지만 무한하지는 않다. 오히려 구세주의 자비로운 사랑이 무한하다.”(22)

“그러므로 성직자의 사목적 감수성은 축복 예식서에 없는 축복도 자연스럽게 실행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35)

“이렇게 모든 형제자매는 교회 안에서 언제나 순례하고 언제나 간청하며 언제나 사랑받는 것과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축복받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45)

 

그러나 명확한 한계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7가지의 거룩한 예식이 있습니다. 흔히 7성사 부르는데 혼인은 이에 속하는 매우 신성한 예식입니다. 그 외에 세례, 견진, 성체 등이 여기 포함됩니다. 신앙교리부는 축복을 허용한다는 것이 성소수자 커플들이 혼인성사에 결단코 포함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여기서는 허용하는 축복은 혼인과 비슷한 의복을 입어서도 안되고 미사나 혼인성사와 비슷한 어떤 형식에서 진행되어서도 안된다며 세밀한 규정들을 열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환 목사의 재판을 지켜보며 “축복이 죄가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마찬가지로 교황청에도 “사랑하는 사람간의 결혼을 2000년 넘도록 반대할 일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성찰과 토론, 그리고 대화 : 뒤바뀐 舊교와 新교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간청하는 믿음”의 도입부에 이런 선언을 발표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2021년 당시 신앙교리성이 동성애자 커플을 축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한 후 적지 않은 반응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전통교리에 수호에 박수를 보내고 어떤 이들은 그러한 입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신앙교리성의 답변이 모호하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대한 화답을 위하여 이에 대해 교리적 측면과 사목적 측면을 일관성 있게 통합하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해보였고 그를 위해 공식적, 비공식적 여러 질문들을 검토하여 전문가들, 그리고 교황과도 이를 논의하였다. 마침내 이 선언은 교황의 서명으로 승인되었다.’

 

가톨릭의 입장도 현대 사회의 인권의 관점에서 전적으로 지지할 수 만도 없습니다. 종교라는 울타리에서 결단코 혼인성사의 범위에 동성애자는 포함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며 혼인과 출산에 대한 보수적인 성관념이 여전히 공고합니다. 또한 엄연히 다른 종교인 여타 개신교단이 가톨릭의 방향을 따라야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온누리에 축복과 기쁨을 바란다는 공통점을 지닌 그리스도계 여타 교단들은 부패하고 타락한 舊교를 비판하며 새로운 종교로 다른 길을 내어왔습니다. 당대의 낡은 종교 가톨릭의 폐단을 바로 잡으며 시작한 새로운 종교들이 교황청만큼도 성찰과 토론을 통한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말 그대로 신-구가 뒤바뀐 모습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워보입니다.

 

국민의힘 불참속 반쪽으로 진행된 평등법 공청회 ⓒ 박주민TV 갈무리)

 

당신과의 소통, 진의는 성소수자라는 존재와의 소통을 끊어버리겠다는 감리교와 대대적인 사상검증에 나서며 목회지망생과 목회자의 입을 막고 있는 新교가 새겨야 할 태도 아닐까요. 또한 이것은 성소수자, 성평등, 인권을 외면하며 침묵하는 정치 역시 새겨야할 것 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최초로 법안이 발의된 2007년 이래 단 한번도 국회의 회의장에서 안건으로 논의되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 어떤 토론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식절차로도 들어서지 못한 해당 상임위의 소위 공청회는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국민의힘 의원석을 비워둔채 반쪽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정치의 적나라한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에 며칠 앞선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총회에서는 평등법에 대한 대표발의 의원의 법안 설명을 진행하려 하였으나 보수개신교 세력을 등에 업은 모 의원의 극렬한 항의로 제대로 진행조차 되지 못하였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차별금지법에 대한 긴 침묵으로 들어섰습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가장 먼저 작별해야 할 것은 논의를 틀어막고 대화를 거부하며 혐오의 힘을 키워주는 평등과의 소통을 끊어내는 정치입니다. 

 

이동환 목사를 끝내 감리교에서 내치려는 자들의 다음 싸움은 다시 교단안의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앨라이들을 향할 것입니다. 교단밖으로는 차별금지법, 성평등, 모든 인권이 들어가는 법과 제도를 겨눌 것입니다. 이들의 집요한 공세에 꺾이지 않는 이동환 목사의 꿋꿋한 투쟁의 길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곁에서 함께 걷겠다 다짐해봅니다.

 

*많은 뉴스보도에서 ‘신앙교리성’이라고 쓰고 있으나 근 몇 년 사이 교황청 조직개편이 있었고 현재는 ‘신앙교리부’가 공식명칭입니다.

** 성경의 원문은 같지만 위경, 외경 등으로 분류하는 차이가 있어서 가톨릭 성경이 개신교보다 2권 더 많음.

***2021년에는 공식명칭이 ‘신앙교리성’이 맞습니다.

**** 감리교의 교회법상 재판은 지역연회에서 1심, 상소(감리교 장정상 상소라 표현함)할경우 총회재판에서 최종심을 심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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