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연속토론회 4회차 “민원에 대응할 뿐,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과 한국사회 이슬람 혐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 <차별의 구조에 맞서는 도전, 평등을 향한 연대>

 

📌 [후기] 4회차 “민원에 대응할 뿐,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과 한국사회 이슬람 혐오

 

훈창 (인권아카이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

 

2022년 12월 대구 경북대학교 인근 대현동의 거리에 돼지머리가 등장했습니다.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한 일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150여 명의 무슬림 유학생들은 기도와 예배를 위해 학교 인근에 사원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원은 선주민들의 방해, 지방자치단체의 방관 등으로 인해 2023년 5월 현재까지 완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북대학교 인근 이슬람 사원 건축 과정은 우리 사회에 확장된 차별과 혐오의 공간,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가 가시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의 구조에 맞서는 도전, 평등을 향한 연대> 연속토론회 네 번째 자리로 “민원에 대응할 뿐,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과 한국사회 이슬람 혐오”를 열었습니다. 해당 토론회는 차별금지법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해소 및 문화 다양성 인식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과 책임, 변화의 방향을 짚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의 평화적 건축을 위한 대책위원회’ 활동을 하시고 있는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육주원 님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육주원 님은 먼저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습니다. 경북대에 다니는 무슬림 학생들은 대부분 이공계 학생입니다. 이 학생들은 9시부터 밤 늦게까지 랩에서 근무와 공부를 하는 형태로 일을 하고 있어, 거주하는 집과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가까워야 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월세의 부담 때문에 좀 더 싸고 저렴한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경북대의 경우 북문에 큰길이 들어서고 개발되면서 서문이나 후문 등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습니다. 그 곳의 지역 주민들도 북문에 비해 자신들의 주거 지역이 낙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슬림 학생들도 좀 더 싼 후문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고, 사원도 이 지역에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해당 사안에서 보이는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와 이슬람 혐오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육주원 님은 무슬림에 대한 인종주의적 본질화의 성격으로 무슬림이라는 타자의 유입과 치안불안, 슬럼화를 꼽았습니다. 무슬림은 테러리스트이고 여성을 억압하는 성적 포식자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일반화된 인종주의적 담론은 이들을 막을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치안담론으로 뒷받침 됩니다. 이곳 주민들이 대구 북구청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이와 같은 치안담론과 다음으로 이야기할 재산권 침해가 드러나 있습니다. 

탄원서를 보면 적극적 차별행위 가해자로서 선주민 집단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납니다. 첫째는 약자성의 경합과 역차별 담론입니다. ‘우리도 힘들고 우리의 재산권과 경제권은 중요한데, 왜 너희의 종교적 권리만 중요하냐’고 합니다. 권리를 경합시키며 ‘국민이 먼저’라는 구호를 이야기합니다. 이 구호는 모든 혐오 담론을 지배합니다. 국민과 비국인 사이에는 권리의 위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 다음으로 극우개신교 이슬람 반대세력이 이곳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합니다. 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주민들이 가진 인종주의적 언어는 더욱 정교화되고 구체화되었습니다.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의 특성, 한국사회와의 차이 등 해석의 틀이 극우개신교 세력에 의해 주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세계화 시대에 국가가 보내는 국경 만들기의 시그널입니다. 국가는 두 가지 한국사회에 두 가지 이중적인 시그널을 보냅니다. 한쪽에서는 ‘우리는 다문화사회이고 인권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또 한쪽에선 국경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돈과 자격으로 구분하고 관리합니다. 육주원님은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현재 국경은 인천공항이나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닌, 동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국가는 적극적 행위자가 됩니다. 대구 북구청의 이슬람 사원 공사 중지 명령은 반대주민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지자체와 경찰이 사원 인근에 펼쳐진 혐오 현수막, 공사방해 행위나 혐오 행위에 대응하지 않고 방관하며, 이곳에는 국경 안의 보호 받는 사람과 국경 밖의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다양한 차별사유에 놓인 사람들을 국경 밖으로 내모는 현상이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에서는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결합으로 나타납니다.

육주원님은 이러한 폭력적 인종주의자들이 얼마만큼 성장할 것인가는 국가와 사회가 양산하는 평범하고 비폭력적인 인종주의의 정도에 달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들의 노골적인 행동의 토양을 지금 사회가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국가와 사회가 이런 방식에 결탁할 때 시민사회가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고민을 나눠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진혜 님께서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 발제를 이어주었습니다. 이진혜 님은 한국의 인종주의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미처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한 가지 사례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1897년 6월 <독립신문>에는 “백인은 오늘날 세계 인종 중에 제일 영민하고 부지런하고 담대한…”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는 동양인과 미국의 원주민에 대한 부정적 묘사도 함께 실려 있는데, 개화기 지식인들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며 어떻게 인종주의를 펼쳤는가에 대한 한 사례였습니다. 이진혜 님은 한국사회가 가진 이슬람에 대한 혐오의 힌트를 이곳에서 찾았습니다. 우리가 이슬람 종교와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서구로부터 혐오를 수입하고 도입하는 과정인거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이진혜 님은 코로나19에서 보여준 국가와 지방단체의 정책에서 인종주의적 차별과 국경 만들기를 발견하였습니다. 코로나19 시기 각 지자체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코로나19는 국적과 인종을 나누어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는데,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은 국적과 인종을 나누었습니다. 서울시는 재난긴급생활비 지급을 하며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포함된 사람만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국인의 경우 주민등록법상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포함되지 않고 개인별로 거소 등록 혹은 외국인 등록이 되어 있어서 원칙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처음에는 외국인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였다가 이후 조례 개정을 통해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였습니다. 이후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은 경기도와 동일하게 혼인이주민과 영주권자에게만 지급되었습니다. 바이러스는 누구도 피할 수 없고 한국에 거주하는 모두가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했지만, 재난지원금의 경우 누군가에겐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는 또한 은폐돼 있던 제도적 차별을 보여주었습니다. 외국인 아동에게 지급되지 않는 보육료 차별로 인한 돌봄 공백의 문제,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는 외국인에 대한 활동 지원 서비스 배제로 인해 병원 방문 등의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과정에서 혼인이주민과 영주권자에 대한 지원만 이루어지자 지자체들이 복지정책을 혼인이주민과 영주권자에 제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서울 거주 임산부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 서울시의 정책에 대한 차별 행정이 지적되자, 국민의 배우자인 혼인이주여성에 한하여 지원을 확대하는 조례 개정으로 문제를 무마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국가와 정부의 인종차별을 드러내는 사건이 이주 가사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개정안 발의였습니다. 노골적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와 국민인 가사노동자의 임금을 차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두 분의 발제 이후 이어진 참여자들의 질의응답은 인종차별 해결과 문화다양성 인식을 위한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슬람 종교와 문화에 대해 알게 모르게 우리는 특정한 인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슬람 혐오담론은 이러한 이슬람의 단면 중 극단적인 면을 일반화하여 인종주의적으로 인식하도록 합니다. 이슬람 안에 존재하는 차이를 지운 채, 무슬림을 한 가지 존재로만 만듭니다. 다른 종교에도 극단주의는 존재하는데 이슬람에 대해서만은 소수의 극단주의를 일반화시키고 악마로 만듭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 국제 사회에 발생하는 전쟁이나 갈등에 대해 꽤 관심을 갖는 듯 보이지만 이슬람 문화권의 국가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슬람 극단주의에 가장 큰 피해는 다른 무슬림들이 받고 있는데, 그들에 대한 ‘지원’도 그 흔한 ‘동정’조차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와 함께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이주민 정책이 만들어낸 위계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국의 비자 정책은 ‘경제’ 와 ‘민족적 재생산’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대표되는 이주민 노동 비자는 사업장변경 제한, 이동 제한 등 다양한 기본권 침해가 존재합니다. 이주민 안에는 일제강점기에 해외에 나가 있던 동포라는 특수한 계층도 존재합니다. 결혼이주여성도 존재합니다. 이들에 대한 정책은 경제와 민족적 재생산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기본권을 제한합니다. 그리고 그 명목들이 만들어낸 합리화는 합리적인 차별이란 이름을 만들어 냅니다.

 

최근 장애차별에 대해 투쟁하는 단체와 이주인권 단체들이 모여 비국적 장애인에 대한 제도 개선에 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 운동은 이러한 여러 당사자들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이번 토론회는 다양한 차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이주라는 자리에서 서로가 교차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많은 활동에서 지속적으로 서로가 교차할 수 있길 바랍니다.

 

 

👉 연속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받기 : https://equalityact.kr/structure-challeng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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