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연속토론회 5회차 “제도가 만들어지면 땡? 평등은 누가 키워?” – 차별의 구제, 소수자 인권보장과 평등의 실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 <차별의 구조에 맞서는 도전, 평등을 향한 연대>

 

📌 [후기] 5회차 “제도가 만들어지면 땡? 평등은 누가 키워?” – 차별의 구제, 소수자 인권보장과 평등의 실현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

 

차별금지법은 실효성 있는 차별의 예방과 구제를 제공하는 법입니다. 현재 차별을 받은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차별임을 인정하더라도 이후 내리는 시정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가해자가 이를 따르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인권위는 차별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국가기관이고 많은 경우 차별피해를 회복하는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인권위의 권고조차 무시하는 경우라면 한계가 있지요. 

 

이에 차별금지법은 투트랙의 구제방안을 제시합니다. 인권위 권고와 법원을 통한 손해배상소송입니다. 서로의 다른 절차가 보완적으로 작동하면서 차별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특히 소송의 경우 법적 절차가 익숙하지 않은 피해자를 위해 소송구조, 법률지원단 등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돕는 절차도 제시하고 있고요.

 

문제는 이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겁니다. 만일 국가인권위원들이, 소송을 진행하는 판사들이 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낮다면,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제대로 된 차별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5회차 토론회 “제도가 만들어지면 땡? 평등은 누가 키워? – 차별의 구제, 소수자 인권보장과 평등의 실현”이 기획되었습니다. 

 

 

 

이 날 첫 번째 발제자인 최현정 님(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장애인 차별 관련 다수의 소송을 진행하고 장애인권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상 구제수단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한계는 무엇인지, 차별금지법에서 참조할 지점을 짚어 주었습니다. 장차법의 구제수단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과 거의 같습니다. 특히 인권위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시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는 점은 장차법의 특징입니다. 

 

(차별금지법도 동일한) 장차법상 두가지 구제수단(인권위 진정, 민소소송)은 각기 장단점이 있습니다. 인권위 진정의 경우 절차가 간이하고 비용이 들지 않는 반면 권고만이 가능하고, 소송의 경우 강제력 있는 판결이 나오지만 법적 절차에 대한 지식과 소송비용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장차법상 구제수단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었는지를 보며 최현정님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짚어주었습니다. 첫째, 구체적인 법적 구제절차까지 가지 않아도 문제제기만으로 시정되는 결과가 있으며 바로 이것이 법 제정의 의의라는 점입니다. 둘째는 진정 후 조사과정에서 시정되거나 권고를 거쳐 시정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 셋째는 법 시행 후 구제기관의 판단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점, 넷째로는 시정명령과 법원의 적극적 판결을 증대시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법이 제정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차별금지법도 하루빨리 제정되어 이러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두 번째 발제는 이진숙 님(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 ‘차별의 구제, 지역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충남 지역에서 차별 사례가 다루어지는 실례와 필요한 논의를 이야기했습니다. 인권위처럼 각 지자체에도 지자체별 인권위원회나 인권센터가 있고, 해당 지자체 내에서 발생하는 차별사안을 조사하고 시정을 권고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자체장에 의해 그 구성과 운영이 좌우되는 특성상 선거결과에 따라 역할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진숙님은 충남 인권센터에서 그 동안 차별 시정권고를 한 사례들을 공유해주었는데요, 많은 것들이 행정조직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였습니다. 지역 주민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차별의 문제가 지자체로 많이 오지 못한다는 의미겠지요. 한편으로 수어통역 제공에 대한 권고가 이미 이루어졌음에도 지켜지지 않아 다시 같은 권고가 반복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실효성 있는 구제절차 마련이 필요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인권센터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지적해주었습니다. 특히 대전인권센터의 경우 오랜기간 성소수자 혐오를 선동해온 이가 센터장에 취임한 안타까운 사례도 공유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각 지역의 인권위원회나 인권센터를 통해 유의미한 성과들도 이루어집니다. 공유해준 사례 중 하나는 울산시가 봉사활동 및 후원물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초상권 보호’를 하도록 울산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가 의견표명을 한 사례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소수자 인권의 문제를 고민하고 개선을 논의해 온 결과물이지요. 이러한 지역의 의미있는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의 평등실현 의무가 보다 명확해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발제는 김지혜 님(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에서 법관의 다양성 생각하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성법관의 경우 3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합니다. 장애인 법관이 몇 명 언론에 회자되는 것 외에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법관은 공식적인 통계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법관의 다양성에 관심을 갖고 관련 지표와 통게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논의들도 해왔습니다. 

 

이러한 소수자 법관의 존재는 법원 내에서 인적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더 풍부한 논의를 이끌어내지만, 한편으로 일각에서는 이를 문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소수자 법관은 자신과 같은 소수자가 피해자인 차별 사건에서 ‘편향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그러나 김지혜 님은 이러한 우려가 근거가 없는 편견임을 발제를 통해 상세히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특히 “모든 판사는 경험, 관계, 관점의 배경을 가지고 법정에 온다. 어떤 판사의 마음이 완전한 백지상태라는 입증은 편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격이 없다는 증거다”는 인용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후기를 쓰는 저 역시 성소수자 차별 사안에서 경험이 없는 판사로 인해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사자로서 연대자로서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한 판사들이 더 많아지길, 그렇게 하여 반차별과 평등에 대한 사법부의 논의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발제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질문과 경험을 나눠줬습니다. 모든 질의응답을 소개해드리기는 어렵고 한 가지, 지역에서의 연대와 진전에 대한 질문과 이에 대한 진숙님의 답을 요약해드립니다. 대구시 같은 경우는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 인권위원회를 아예 없애버리자 시민들이 주민인권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는 인권위원회 활동가만이 아니라 여러 기관 단체들이 모여 연속적으로 부산인권정책포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어려움은 있지만 각 지역의 단체들이 모여 연대하고 서로를 연결하며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총 5회차에 걸쳐 이루어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토론회 패널과 참석자들을 통해 나눈 여러 풍부한 논의는 이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활용하는 것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하루빨리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이제는 제정 이후의 또 다른 쟁점들을 풍부히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토론회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 연속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받기 : https://equalityact.kr/structure-challeng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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