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리를 주장한 사람이 먼저 잘렸다 : 메타 해고 소송으로 본 AI 시대의 고용 차별


안녕하세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는 헌법상 평등이념을 실현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하는 전국 17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연대체입니다. 차제연의 기획과 실행의 역할을 수임하는 집행위원회를 비롯하여 캠페인팀, 조직팀 등의 팀과 법률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법률위원회는 법학자, 변호사, 노무사 등 차별금지법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법률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고, 20명 내외의 위원들이 꾸준히 차별금지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자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률위원회는 국내, 해외의 차별과 관련된 사안(판결 등 포함)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법적 시각을 담은 논평을 발행합니다.

 

쉬지 않고 일하며, 돌봄 책임을 지지 않는 노동자를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세계에서 휴직자가 평가에 불이익을 받는 현상은 새롭지 않습니다. 이런 평가 관행은 오랫동안 여성과 돌봄 노동자를 주변으로 밀어내왔기 때문인데요. AI는 이 관행을 더 정교하고 은밀하게, 더욱 큰 규모로 만들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AI 면접을 도입하고 있는 한국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입니다. 사유와 영역별로 흩어진 개별법으로는 여러 차별사유가 교차하는 간접차별 형태로 주되게 나타나는 알고리즘 차별을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 칼럼에서는 메타 해고 소송 사례를 통해 차별이 알고리즘 뒤에 숨는 시대에 기술이 기존의 차별을 답습하지 않도록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에 대해 고민해봅니다.


 

권리를 주장한 사람이 먼저 잘렸다
: 메타 해고 소송으로 본 AI 시대의 고용 차별

 

올해 5월 메타(Meta Platforms, Inc)는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8,000명을 해고했다. 두 달 뒤인 7월 13일, 전·현직 직원 26명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1 이들은 모두 출산휴가, 육아휴직, 간병휴직 등 법으로 보호되는 휴직을 썼거나 장애에 따른 편의 제공을 요청한 사람들이다. 출산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은 연구원도 있었다. 원고들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회사는 AI 사용량, 키 입력과 활동 모니터링 데이터, 알고리즘이 개입해 매긴 성과 순위 등을 활용해 해고 대상을 추렸다. 그런데 문제는 휴가 또는 휴직 기간에 생긴 데이터 공백을 보정 없이 결과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기간의 키 입력을 비롯한 ‘활동량’은 0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결국 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명단에 올랐다는 것이 원고들의 주장이다.

 

누구도 “휴직자를 해고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차별 여부를 가해자의 의도로 판단하던 시대는 이미 반세기 전에 끝났다. 1971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그릭스 대 듀크 전력회사 사건(Griggs v. Duke Power Co.)에서, 업무와 무관한 학력 요건과 적성검사가 흑인 노동자를 배제했다면 차별 의도가 없더라도 위법이라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2 외견상 중립적이고 차별 의도가 없는 기준이라도, 그것이 이전의 차별을 유지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낳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차별이라는 ‘간접차별’ 법리는 여기서 출발했다.

 

이번 사건은 이 오래된 법리가 AI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되살아나는지를 보여준다. 키 입력 수나 AI 사용량은 성별도, 임신 여부도, 장애 여부도 묻지 않는다. 그러나 휴직 기간에는 수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이 지표는 사실상 ‘휴직을 했는가’를 측정하는 대리변수가 된다. 중립의 외양을 한 기준이 보호받아야 할 특성을 우회하여 걸러내는 것이다. 원고 가운데 육아휴직을 쓴 남성 4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성별을 넘어 돌봄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휴직자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현상 자체는 새롭지 않다. 쉬지 않고 일하며 돌봄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적 노동자’를 기준으로 삼는 평가 관행은 오랫동안 여성과 돌봄 노동자를 주변으로 밀어냈다. AI는 이 관행을 더 정교하게, 더 큰 규모로, 더 은밀하게 만든다. 2018년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AI 채용 도구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력서를 감점하고 여자대학 졸업자를 낮게 평가했다. 누구도 여성을 배제하라고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 다만 남성이 다수였던 지난 10년간의 이력서를 학습한 AI가 과거의 차별을 그대로 재현했을 뿐이다.3 한 관리자의 편견은 한 팀에 영향을 미치지만, 알고리즘의 편향은 수천 명에게 동시에 적용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당사자에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 불투명성이야말로 AI 차별의 핵심이다. 7월 17일 법원은 해고 절차를 멈춰 달라는 원고들의 임시금지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메타 측이 이번 해고에 AI를 쓰지 않았다고 단언하고 있고, 원고들이 이를 반박할 증거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판단을 덧붙였다. 8월 심리에서도 재판부는 원고 측 증거가 메타의 전면 부인에 의문을 제기하기는 하지만, 금지명령을 내릴 만큼 설득력 있지는 않다고 보았다. 차별을 입증할 정보는 모두 회사가 쥐고 있는데,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 피해자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내려진 결정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게다가 이 사건의 본안은 고용계약상 중재 조항에 따라 비공개 중재로 넘어간다.4 회사 안에 감춰진 정보는 비공개 절차 속에서 다시 한번 더 가려진다. AI가 해고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끝내 공론장에서 다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20년 시민단체들이 AI 면접을 도입한 공공기관 13곳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 대부분의 기관은 업체의 비밀 등을 이유로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5 심지어 AI 면접 도구의 운영을 용역업체가 맡고 있어 자료가 없다고 답한 기관도 있었다.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기관조차 AI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를 모르고 있던 것이다. 올해 1월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약칭 ‘인공지능기본법’)은 채용 영역의 AI를 ‘고영향 AI’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 법은 AI의 영향을 받는 사람의 권리와 구제에 관한 실효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남녀고용평등법이 간접차별을 정의하고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사유와 영역별로 흩어진 개별법으로는 성별, 장애, 나이, 돌봄 책임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알고리즘 차별을 포착하기 어렵다.

 

이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모든 차별 사유에 걸쳐 간접차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차별이 없었음을 입증할 책임은 정보를 가진 쪽이 져야 한다. 채용과 평가, 해고에 쓰이는 자동화 시스템이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낳는지 사전에 점검하도록 하고, 당사자가 그 판단의 근거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AI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기존의 차별을 학습하고 증폭하는 것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를 갖추자는 것이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무엇을 측정할지 정하는 사람의 판단과 가정, 그리고 과거의 차별이 담긴 데이터가 기술 안에 녹아 있다. 차별이 알고리즘 뒤에 숨는 시대에 의도를 묻고 피해자에게 증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차별에 대응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이 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 위원인 강솔지(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님이 작성하였습니다.

 


1. 소송에 대한 내용은 아래 기사들을 주로 참고했다.
문화일보, “‘AI가 해고자 추렸다고?’ 발칵 뒤집힌 메타…출산 이틀 전 해고 통보, 소송 당해”, 2026. 7. 16., https://www.munhwa.com/article/11602989
아시아경제, “메타 전현직원 26명 소송 제기…‘AI로 병가자·임산부 해고 표적’”, 2026. 7. 15.,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71504265897639
CBS News, “26 Meta workers sue over alleged AI-aided layoffs targeting employees on medical or family leave”, 2026. 7. 15., https://www.cbsnews.com/news/26-meta-workers-sue-ai-aided-layoffs-medical-family-leave/
Courthouse News Service, “No immediate relief for Meta workers claiming AI fired them”, 2026. 7. 17., https://www.courthousenews.com/no-immediate-relief-for-meta-workers-claiming-ai-fired-them/
Courthouse News Service, “Meta workers claiming AI fired them unlikely to see relief”, 2026. 8. 24., https://www.courthousenews.com/meta-workers-claiming-ai-fired-them-unlikely-to-see-relief/

 

2. Griggs v. Duke Power Co., 401 U.S. 424 (1971). 미국 연방대법원이 간접차별 법리를 처음으로 확립한 판결이다. 자세한 내용은 조순경 외(2002), 『간접차별 판단 기준을 위한 연구』, 노동부 연구용역보고서(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16–20쪽 참조.

 

3. 서울신문, “아마존의 AI 채용비서, 여성차별 논란으로 결국 폐기”, 2018. 10. 11.,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2018/10/11/20181011500090

 

4. Hinckley Allen, “Meta’s AI Layoff Lawsuit: A Warning Shot for Companies Nationwide”, 2026. 8. 12., https://www.hinckleyallen.com/publications/metas-ai-layoff-lawsuit-a-warning-shot-for-companies-nationwide/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정보인권연구소·진보네트워크센터, “시민단체, 인공지능 채용 공공기관 13곳에 정보공개 청구 및 결과 발표”, 보도자료, 2020. 10. 27., https://digitaljustice.kr/4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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