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UP] 2023-8월호 | 이 달의 이슈, 여기 있슈 : 학생인권법도, 차별금지법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평등UP] 2023-8월호 | 이 달의 이슈, 여기 있슈 : 학생인권법도, 차별금지법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과 결을 같이 하는 여러 입법 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고, 알뜰한 내용을 꽉꽉 담아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입법 이슈가 궁금해유? 바로 바로 “여기 있슈~”

 

[사진] 2006년 학생인권법 발의 기자회견 중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출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8월의 입법대응팀의 이슈는 바로 “학생인권법과 차별금지법” 입니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는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먼저 돌아가신 선생님과 유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안타까운 소식이 있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일부에서 문제로 지적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학생인권조례’ 입니다.

 

학생인권 법제화의 역사는 2006년부터 시작합니다. 2006년 3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학생인권법(「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처음으로 국회에 발의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참 파격적인 법안이었습니다. 학생인권법은 그동안 학교에서 교육적 목적이라는 명목으로 당연하게 여겨져온 체벌, 신체 및 사생활 통제, 강제보충학습 등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고, 학생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회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다만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로 학교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12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그 정신을 이어받아 내용과 취지를 살려 두 번째 대표발의자로 나섭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었지만 이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0년 10월, 전국에서 최초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었습니다. 국회를 통한 법제화의 길이 요원하니 각 시·도 지방의회(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입법을 시도하려는 움직임 속에 탄생한 성과였습니다. 이후 2011년 광주광역시학생인권조례, 그리고 2012년 1월에는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가 주민발의운동을 통해 제정, 시행되었습니다.

2022년 현재, 전국에서 6개 지역에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입니다. 조례의 내용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 차별받지 않을 권리, ▲ 체벌금지 등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 두발, 복장 완전 자유화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 ▲ 집회의 자유 및 정치활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의사 표현의 자유, ▲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 학생인권옹호관의 설치 등 학생인권침해 구제 등의 대표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과정은 인권의 역사가 언제나 그랬듯 순탄치 못했습니다. 최초로 경기도에서 제정될 당시부터 경기도교육감은 ‘집회의 자유’ 등의 내용이 빠진 안을 채택했습니다. 학생들이 ‘사상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는 내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체벌금지나 두발자유화 때문에 학교의 질서가 무너지고 교권이 실추될 거라는 반대 의견이 계속되어 경기도의회에서도 2009년 한 차례 통과가 좌절됐고, 2010년 지방 선거 이후 새롭게 구성된 도의회에서 재발의되어 어렵게 통과됐습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에서는 이러한 쟁점들에 더하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성소수자 혐오를 앞세운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인권활동가들의 투쟁을 거쳐, 원래의 주민발의안에 비해 일부 개악되었지만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당시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상태라 부교육감이 권한 대행)은 서울시의회에 재의요구서를 보냅니다. 교육청의 재의요구서에는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한 상위법과의 충돌 가능성, 그리고 ‘집회의 자유’,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금지’, ‘두발 자유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의 조항에 대한 우려,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학생인권조례 반대에 나선 극우 세력과 재의를 요구한 논리는, 2023년 차별금지법이 받고 있는 공격과 다른 내용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재의요구는 서울시교육감이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와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철회되었고,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2012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소송을 걸고 시행령을 개악했습니다. 또한 2013년 전북 이후로 수년간 여러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학생 인권 보장이 학교 질서를 허물어뜨릴 거라는 기우, 차별받지 않을 권리로 대표되는 소수자 인권에 대한 혐오 논리 등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되었습니다. 또 2020년 충남과 제주에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으나, 이 중 제주 학생인권조례에서는 성소수자·청소년 차별 논리를 받아들여 성적지향 등의 차별 사유가 삭제된 채 시행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과 충남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발안이 수리되어 서울시의회에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집회를 이어나가는 등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속도를 내는 듯 보입니다. 학생인권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간들 속,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극단적인 선택 소식이 들려왔고 이후 많은 이들이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기도 전부터 불거져온 독박교실 등 교사의 과중한 업무나 사회적 불평등, 교육제도 모순의 문제를 학생인권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학생인권법은 차별금지법과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던 시기가 비슷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학생인권법은 학생이 교육과정 속에서 인권을 보호받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고,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법률입니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공격을 받으며 오래도록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해 있는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법이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인권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자유롭게 이동하고, 차별 받지 않고,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고, 놀고, 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엄한 존재이고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혐오와 차별적인 시선을 기반으로 하여 그들에게 동일한 메세지를 돌려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차별금지법이 있는 나라, 학생인권법이 있는 나라, 인권이 존중받는 따뜻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각해보기는 했었는지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차별금지법, 학생인권법이 있는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