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님의 이름으로 거절하노니 : 아트하우스 모모의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취소 차별 결정


안녕하세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는 헌법상 평등이념을 실현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하는 전국 174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연대체입니다. 차제연의 기획과 실행의 역할을 수임하는 집행위원회를 비롯하여 캠페인팀, 조직팀 등의 팀과 법률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법률위원회는 법학자, 변호사, 노무사 등 차별금지법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법률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고, 20명 내외의 위원들이 꾸준히 차별금지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자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률위원회는 국내, 해외의 차별과 관련된 사안(판결 등 포함)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법적 시각을 담은 논평을 발행합니다.

 

“종립학교의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언뜻 보면 어느 지점이 어색한지 알기 어려운 문장입니다. 해당 단어를 조목조목 살펴보면 종립학교는 한 마디로 종교에서 세운 ‘학교’입니다. 그러므로 이 곳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기도 하지만 교육기관인 학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되려던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가 이화여대측의 대관 거절 요구로 끝내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이화여대의 대관 거절 요구를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이라는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고 인권위 결정의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거절하노니
: 아트하우스 모모의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취소 차별 결정

 

지난 해 4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다가오는 6월에 개최될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소식을 공유했다. 영화제 개최 장소는 2024년과 동일한 아트하우스 모모라고 공지되었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다양한 퀴어영화를 관람해왔던 시민들에게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한국퀴어영화제는 어색할 것이 하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주 뒤, 한국퀴어영화제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성명이 올라왔다. “불허된 것은 공간이 아닌 존재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아트하우스 모모의 2025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거부에 부쳐”

 

수없이 많은 퀴어영화를 상영해 온 아트하우스 모모이기에 시민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대관은 거절되었고 2025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는 다른 장소에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해 발생한 이 사건이 올해 7월, 다시 한 번 주요 뉴스에 등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가 이번 대관 거절사건을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이라고 명시하는 결정문을 공지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공지된 결정문을 찬찬히 살펴보면 당시 상황은 이러하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선술하였듯 이미 1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한국퀴어영화제를 개최한 바 있고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된 퀴어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지금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는 “민원” 때문이다.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개최 소식이 공지된 후 온라인에서 ‘이화여대 퀴어영화 상영반대 서명 및 항의’라는 제목의 서명링크가 돌기 시작하고 총장실을 비롯한 학교측으로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4월 30일에는 총 5,096명이 서명한 상영반대 서명지도 학교로 도착하였다. 같은 날 이화여대는 아트하우스 모모측에 대관 취소 ‘요청’ 공문을 보냈다. 결국 영화관측은 5월 2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측에 대관 취소를 통보하였다. 양 단체는 계약서 날인의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한편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어지는 5월에는 학내 구성원들의 단체와 학외 단체 및 재학생, 졸업생, 시민 등 2,519명이 이화여대의 이 같은 결정을 규탄하는 연서명을 학교측에 제출하였다.

 

‘종립’ ‘학교’라는 특성

 

학교측은 이번 대관 취소 요청이 성소수자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탄핵국면에서 학내에서 진행된 외부인의 난입으로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있었고 이와 같은 우려가 있기에 구성원 보호 차원에서 요청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측에서 아트하우스 모모에 발송한 공문상 요청 사유 1번은 “본교의 창립 이념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바, 상기 영화제는 이러한 본교의 창립 이념과 교육 목적에 위배됨”이다. 학내 갈등 및 분열 조장 우려는 그 다음에 등장한다. 또한 ‘요청’이라는 제목이지만 해당 공문은 “해당 영화제 관련 대관 및 상영 일체를 금하고자 함.”으로 끝맺는다. 아트하우스 모모측과 학교측은 운영계약상 “교육 목적이나 학사 운영방침에 부적합하거나 이용자들로부터 불만사항이 제기되는 경우” 학교측은 이를 금지하는 요구를 할 수 있고 영화관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화여대는 기독교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하는 소위 말하는 종립학교이다. 그 설립 목적 범위 내에서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 있고 대학의 교육과정에도 이를 반영할 자유가 보장된다. 그러나 건학이념을 이유로 시설 이용에 제한을 두거나 배제하는 것이 용인되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인권위는 바로 이 지점을 지적한다. 특히 이화여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육부의 지도·감독을 받는, 즉 교육체계와 분리될 수 없는 시스템 속 기관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종립학교라 하여도 종교기관의 성격만을 갖는 것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 학교 당국이 해야할 일을 판단하여야 한다. 결정문은 구체적으로 종립학교의 교육과 운영의 자유, 시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이익형량을 거치고 양 기본권 사이의 실질적 조화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한계를 정해야한다고 판시한 과거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388)를 언급하며 이 사건의 경우 학교측의 관리 권한은 학교의 교육과정과 관련한 운영, 종교적 교육활동에 직접 연관된 활동에 한하여 그 요구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학교측의 교육내용과 무관한 외부 시설에 대한 이번과 같은 요구는 그 정당성이 없다 할 것이다. 나아가 인권위는 이같은 시설이용 제한 조치를 시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흔히 차별사건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는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의 권리로 잘 생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특히 이번 사건처럼 성소수자 영화나 관련 행사는 종종 이러한 대관 거절을 경험한다. 그런 주제로 장소를 빌려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 함께 보려는 영화의 내용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주목할 것은 학교측이 이 같은 갈등조짐을 해결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는 점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학교측이 취할 수 있는 안전조치가 무엇이 있을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사업의 당사자인 아트하우스 모모측의 입장은 어떠한지, 대관을 하고자 하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입장,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노력같은 것 말이다.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고 수백통의 전화에는 응대할지언정 이 사건의 당사자인 아트하우스모모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는 대화하지 않았다. 대화와 조율, 방법을 모색하기 전에 손쉽게 차별을 선택한 학교측의 결정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종교의 자유와 차별금지법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종교의 자유를 위축시키거나 종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 또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데 나아가기 전, 이에 대한 정지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우리 판례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등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차별금지법은 특별히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원칙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고용, 재화와 서비스, 교육, 행정서비스 영역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다. 이때 종교를 명목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차별대우를 한다면 이번 결정처럼 제동이 필요하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지 종교의 특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여 성소수자 차별이 마치 기독교의 종교적 교리나 신념이라는 듯한 주장이 공적인 영역에서 통용되는 논리로 작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주님께서도 당신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는 일을 반기실 리 없지 않을까. 사회적 소수자에게 어떤 자리를 마련하는가, 가장 좋은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야말로 기독 성경의 가르침이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 마태복음 25:40

 

 

*이 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자 법률위원회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장예정님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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