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UP] 2023-12월호 | 이 달의 이슈, 여기 있슈 : 성별의 법적 인정과 성별정체성 차별

차별금지법과 결을 같이 하는 여러 입법 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고, 알뜰한 내용을 꽉꽉 담아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입법 이슈가 궁금해유? 바로 바로 “여기 있슈~”

 

12월의 입법대응팀의 이슈는 “성별의 법적 인정과 성별정체성 차별”입니다.

 

지난 11월 20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누구나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법 앞에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기 위해, 외과적 수술없이 법적 성별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성별의 법적 인정(legal gender recognition)은 개인의 성별정체성을 법 앞에 인정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사진 :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장혜영 의원실

 

🏳️‍⚧️ 해당 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성별정체성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정당한 권익을 자유로이 실현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

② 호르몬요법, 외과적 수술 등 의료적 조치 없이도 정신과 진단서와 본인의 진술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성별의 법적 인정 결정을 함

③ 미성년자도 부모의 동의를 받아 성별의 법적 인정이 가능하고, 소재불명 등으로 동의를 받을 수 없거나 부모가 정당한 이유없이 동의를 거부할 때에는 법원 결정만으로 가능

④ 성별의 법적 인정 절차 전반에서 인권이 보장되고, 성별의 법적 인정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성별변경에 관하여 법안이 마련된 것은 2002년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에 관한 특례법안(김홍신 대표발의), 2006년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노회찬 대표발의) 이래 17년만입니다. 아쉽게도 발의정족수인 10인을 채우지 못해 아직 법이 공식 발의는 못되었지만 법안의 내용만으로도 여러 의미 있는 논의 지점들이 담겨 있습니다. 

 

 

성별정체성과 법적 성별의 불일치가 만드는 차별

 

성별은 인격을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요소입니다. 법률, 의료, 사회적 성역할 등 외부의 조건이 어떠한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별이 어떠하다는 인식, 즉 성별정체성을 갖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분법적으로 구획된 현재의 좁은 법적 성별이라는 틀 앞에 어떤 이들은 출생 시 부여받은 법적 성별과 성별정체성이 불일치하는 상황을 겪습니다. 트랜스젠더이지요.

 

이미지 : 트랜스제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KBS

 

이런 불일치는 다양한 차별을 가져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병원 이용입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는 상황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용무를 포기한 적 있느냐’의 질문에 554명 중 119명이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을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아프면 병원에 간다는 당연한 상식이 성별정체성 차별 앞에서 막히는 것입니다. 

📑 트랜스젠더 혐오차별실태조사 보고서

 

그럼에도 차별을 해소할 정부의 의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1월 트랜스젠더의 입원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라고 한 권고를 불수용했습니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입니다. 누구나 차별없이 병원을 이용하고 치료받고 입원하기 위해 최소한의 가이드를 만드는데 왜 합의가 필요할까요. 우리 사회의 합의는 차별을 없애고 평등으로 가자가 아닌가요?

📑 트랜스젠더 입원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 권고, 보건복지부 불수용

 

심지어 이미 법원을 통해 성별을 정정했음에도 차별이 발생합니다. 역시 최근에 법적 성별을 정정한 보험가입자에 대해 가입정보 변경을 해주지 않은 보험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시작되자 자체적으로 이를 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조사중 해결은 다행이지만 애초에 이런 일로 차별 진정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어이없는 일입니다. 외과수술 등 침습적 요건을 감내하며 성별정정을 해도 또 보험사의 허가를 구해야 하는 이 차별적 상황.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사진 : 2023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진, 트랜스해방전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서 성전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성을 진정한 성으로 법적으로 확인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법원은 2022년 11월 24일 미성년자녀가 있어도 법적 성별정정이 가능하다고 결정(2020스616)하며 위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의 말처럼 누구나 자신의 성별정체성대로 살아가는 것은 기본적 권리입니다. 그렇기에 트랜스 운동은 계속해서 ‘나답게 살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누구나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체가 바로 ‘평등’입니다. 성별정체성이 법적 성별과 다르다고, 법적인 성별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병원을 못가고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고, 일상을 위협당하는 상황이 없을 때, 누구나 성별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없이 대우받을 수 있을 때에야 트랜스젠더는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이 하루빨리 의원들의 동참으로 발의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다시 한번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외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