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110304 칼럼 : 우리도 법대로 살고 싶다고요

우리도 법대로 살고 싶다고요

우리도 법대로 살고 싶다고요 ① 내가 차별금지법에 꽂힌 이유

강위 (언니네트워크 편집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살다보면, 이게 뭐지? 하는 상황들이 있다.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건 분명 나인데,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이 당황스러움인지, 분노인지, 어이없음인지, 이 모든 것의 합인지, 맥이 잡히지 않는 상황. 며칠 전까지 내가 거주했던 건물의 주인은 나를 수차례 그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나이도 어린) 내가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말을 넘어선 육두문자를 퍼부어 댔고, 그런 그를 향해 녹음기를 들이대며 “욕하지 마세요. 녹음하고 있어요.”라고 말하자 “젊은 X가 어떻게 살아 왔길래 이렇게 나오냐”며 “니가 그렇게 법을 잘 아냐”고 삿대질을 해 댔다.


그날 이후, 그 대단한 ‘건물 주인님’(당신이 건물 주인이지 내 주인님이냐고, 허허허)은 회사로 전화를 걸어 내 직속 상사에게 싸움의 경위는 물론, 치명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내 사생활을 폭로하기에 이르렀고, 그로부터 몇 달 뒤 계약 종료일이 지났음에도 방이 빠지지 않으면 “돈을 못 준다”라는 문자를 당당하게 보낼 즈음, 나는 어서 빨리 이 ‘똥 밟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삿날, 내리는 비 때문에 이사 일정이 지연되자 그분께서는 “돈 줬으니 당장 나가!”라며 길길이 날뛰는 위엄을 보이셨으니, 묵묵히 재빠르게 손을 놀리던 친구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여자들이 아니었어도 저랬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누가 봐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건물 주인의 행태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치명적이지만, 그의 만행이 유독 응어리가 된 이유가 있다. 도대체 그는 나한테 왜 그랬을까? 내가 ‘만만해 보여서’이지 않을까. 내가 자기보다 어리고, 힘도 없어 보이고(덩치도 더 작고, 가진 것도 더 없고), 혼자 사는 여자니까, 그 정도 욕지기는 퍼부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나의 정체성이나 내가 처한 상황(비혼 여성, 저연령자, 세입자) 때문에 불합리한 폭력을 당하다 보니,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것에 절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나를 구제해줄 무언가를 바라고 찾게, 되더라.



“법대로 해!”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그래, 마포구 창0동 6-113번지 건물 소유주 국 모씨가 한 가지는 제대로 짚었다. 내가 처음부터 나한테 욕하는 사람에게 녹음기를 들이밀지는 않았다. 지금보다 내 심장이 보드라웠던 시절, 사람들이 뭣하러 ‘삭막하게’ 법 조항을 들먹이며 소송 같은 걸 하는지,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 되먹은 건물 주인님 같은 분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도무지 말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엉킨 실타래를 풀기보다는 가위로 싹뚝 끊어내는 심정으로 “경찰 불러!” “법대로 해!”를 외치고 싶어지는 것이다. 호기롭게, 법대로 해!


하지만 그 분께서 완전히 잘못 짚은 부분이 있었으니, ‘어떻게 쓰일지 모르지만 일단 증거를 확보해 놓자.’라는 정도의 정신머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내가 법에 대해서 잘 알 거라는 의견은 자신의 광적인 퍼포먼스에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 새로운 인종(?)을 처음 접해본 충격으로 인한 과대망상일 뿐이다.


법대로 해 보라고? 그래, 나도 그러고 싶다. 너무나 얄밉게도 그 분도 이미 알고 있다. 법이 쉽게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제로 내게 법이란 너무 어렵고 근엄한 대상인지라, 그 분 앞에 서기 전에는 늘 내 자신을 수백 번 점검하게 된다.

나를 도와줄 법이 있기나 한 건지, 있다면 그 법이 몇 조 몇 항인지 모르는 것에 대한 막막함을 시작으로, 내가 겪은 일이 명백한 폭력인지 자기 검열을 하다가,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를 괜히 크게 만드는 것 같은 불안을 지나, 법대로 하려다가 시간과 돈만 깨지고 실제로 얻는 것도 없을 것 같은 초조적 상태를 찍고,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까 하다가,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는 뾰족한 마음을 먹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상황은 지지부진해지고, 그러다 불쑥, 내가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이 마치 내가 못나서인 것 같고, 내가 원래 지지리 박복했다는 신세 한탄에 이르게 되면, 이놈의 세상, 뭐 이 따위야, 내 인생 왜 이래,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나와는 상관없을 줄 알았던 그 ‘법’이라고 하는 것이 실은 내게 꽤나, 절실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넘어선 물증을 가지고 있어서였을까. 지난 1월 15일 열린 LGBT 인권 포럼과 1월 29, 30일에 열린 언니네트워크 회원 워크숍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강연은 유난히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차별을 금지하겠다며 차별을 조장하는 법은 가라


여기서 잠깐.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하면 ‘차별금지법? 그거 이미 있잖아.’라고 말할 언니들,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상사에 관심 많은 언니들은 이미 알다시피, 차별금지법은 문자 그대로 사회에 팽배한 차별을 막기 위해 제정된, 아니, 그렇게 제정됐어야 할 법이다. 한데 2007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던 당시, 법무부는 입법예고안에 버젓이 들어가 있던 ‘성적지향, 학력,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이 7개의 차별사유 조항을 뒷발로 슬그머니 지우고 법을 만들었다.


이때 삭제된 7개 조항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수로 빠진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임을 알 수 있으니, 이쯤에서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보쇼, 법무부. 여기에 해당되는 차별은 계속 하겠다는 겁니까? 이 조항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차별받아도 된다’는 겁니까?”


‘차별금지법’이란 이름을 붙이고서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법, 이런 법을 믿고 “법대로 해!”를 어찌 외치겠어? 라며 가슴을 쾅쾅, 발을 동동 구르며 분노한 것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누더기 차별금지법’에 반대한 인권운동단체들은 합심하야 ‘무지개행동’, ‘반차별공동행동’을 결성했고, 노회찬 대표발의로 새로운 안을 제출했으나 폐기됐다. 명백한 문제 상황을 법무부는 2010년에 와서야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하기 위해 특별분과위원회를 출범했으나, 2011년 1월 어이없게도 법무부는 이번 18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입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에 전달했다.(고 보수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찬투데이가 보도했단다.)


더욱 기가 찬 노릇은, 그간 정부는 국제사회에 끊임없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 것이다.(보라, 그들도 자신들이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2008년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제도, 2009년 유엔 사회권위위원회 한국 정보 보고서 검토 시에도 ‘차별금지법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 말이 무색한지고, 정부는 자기 말에 책임지는 그 어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노력도 보인 바가 없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말자, 우리가 만들자


무능하고, 게으르고, 몰상식한 정부의 행태에 혀를 내두른 적이 한 두 번이었던가. 정부에서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올바른 차별금지법을 만들자’는 척박한 동토를 뚫고 나온 뜨거운 물줄기가 있었으니, 2010년 12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발족한 것. 나처럼 여러 개의 명사들이 오밀조밀 모여서 새로운 합성명사를 이루면 살짝 머리 아파지는 언니들을 위해 불필요할지도 모를 설명을 덧붙이자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올바른 법을 만들기 위해 여러 단체들이 한 데 모였단 말, 되시겠다. 2011년 1월에 발족 기자회견을 가진 이 따끈따끈한 연대체에는 현재 35개의 다양한 시민 사회 단위들과 뜻을 같이하는 개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쯤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은? 그렇다. 모든 차별을 금지하면 당연히 좋긴 한데, 2007년에 삭제된 7개 조항을 넘기만 하면 차별을 막을 수 있다는 거냐, 올바른 차별금지법이라는 게 뭐냐, 라는 날카로운 질문이 등장할 타이밍이다.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법 조항들이 있어야 하는 걸까. 현재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는 이런 질문들에 함께 답하기 위해, 우리가 원하는 법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으샤으샤, 들썩들썩 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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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언니네] 110113 통신 : 모두를 위한 평등









모두를 위한 평등

(이난 / 언니네트워크 편집팀, editor@unninetwork.net)









지난 1월 5일, 바람이 매서웠던 여의도의 아침, 사람들이 국회의사당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출범 기자회견이 있었던 날입니다. ‘무엇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권’ ‘차별지옥 인권천국’ ‘편견과 혐오가 없는 세상’ 등의 피켓이 사람들의 손에 들리고, 그들의 뒤로 무지갯빛 장막이 펼쳐졌습니다.


차별금지법 입법예고를 둘러싼 지난 2007년의 상황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의 공세에 밀려 법무부가 성적지향, 병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언어, 출신국가, 범죄 및 보호처분의 7개 조항을 입법예고안에서 삭제해버렸었던 것을요.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이들이 오히려 그 법으로 인해 ‘차별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공인되어 버린 거나 다름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우려하고 거듭 비판했습니다. 결국 누더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채 17대 국회의 회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상황이 일단락되었고요.


2010년 4월, 법무부는 다시 차별금지법제정분과위원회를 출범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거두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 등의 편견투성이 광고를 연이어 실었고, 7대 종단의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지난 2010년 12월 20일 “사회적 소수자 인권보호를 빌미로 ‘동성애차별금지법’과 같이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사상적 근간과 사회적 통념을 무너뜨리는 입법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법무부의 태도입니다. 보수기독교 신문인 크리스찬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번 18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입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는 법무부의 차별금지법 추진계획과 입장에 대한 공개질의를 한 상태이구요. 상황이 이러한데 07년의 누더기 차별금지법이 재현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어려워 보입니다.


이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정부 주도하의 입법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시민사회의 힘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 활동을 펼쳐 나갈 것임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입법운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하네요.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 내용입니다.


날씨는 추웠지만,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을 꿈꾸는 사람들의 눈동자는 그에 지지 않을 만큼 뜨겁고 또 빛났습니다. 그 날의 현장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또 기자회견문 전문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둡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출범 기자회견의 모습


▶언니네트워크의 몽국장!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발족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네요.


▶”무엇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인권” 이게 최선입니다. 확실해요!


▶천주교인권위의 김덕진 사무국장이 발언 중입니다.


▶”차별지옥 인권천국!”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미셸 위원장의 발언도 이어집니다.


▶모두 힘주어 외칩니다. “모두를 위한 평등,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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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여성신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 조속 제정 촉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 조속 제정 촉구

법무부 “차별금지법 따른 사회 경제적 부담 고려해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월 27일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높아가는 가운데 일부 종교계와 재계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반대한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중단한다는 것은 인권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법무부를 비난했다.

앞서 연대는 1월 13일 법무부에 차별금지법 중단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개질의서를 발송했고 25일 답변을 들었다.

법무부는 답변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혀 사실상 차별금지법 추진 중단을 인정했다.

연대는 “이전 정부부터 추진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를 이제 와서 다시 주장하는 것은 결국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왜곡하고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와 재계 등의 눈치보기를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1119호 [정치] (2011-01-28)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뉴스

[참세상]110127: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무부의 보수세력 눈치보기” 규탄



법무부 “차별금지법 부담스러워 중단”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무부의 보수세력 눈치보기’ 규탄


김도연 기자 2011.01.27 13:17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추진을 중단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 1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차별금지법
중단에 대한 우려를 담아 보낸 공개 질의서에 대해 법무부가 “만약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
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7일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높아가는 가운데에서 일부 종교계와 재계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반대한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중단한다는 것은 인권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법무부를 규탄하고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  지난 5일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출범 기자회견’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008년 차별금지법 추진이 중단된 지 3년만인 2010년,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해 10여 차례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법무부는 2010년 말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 운영이 만료되었음에도 현재까지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3일, 차별금지법 중단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개 질의서를 발송하였고 25일 법무부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법무부는 답변서에서 “법무부가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진정에 따라 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구속력이 없고, 차별금지 관련 개별법은 선언적 규정이 많으며, 구제수단이 규정된 일부 개별법만으로는 사회 내에서 주로 문제되는 차별행위의 피해자를 충실히 구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서도 “이와 같은 입법 필요성과 함께 차별금지로 인하여 제한될 개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또는 사적 자치와 종교의 자유, 공공의 안전 등과의 조화 문제도 차별금지 기본법 제정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차별금지 기본법을 선언적 입법이 아니라 차별금지 위반에 대하여 법적 강제력이 있는 구제조치를 포함하는 법률로 마련하고자 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그 상대방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자를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차별금지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며 “만약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혀 사실상 차별금지법 추진 중단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법무부가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합의’ 부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왔던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를 이제 와서 다시 주장하는 것은 결국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왜곡하고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와 재계 등의 세력들의 눈치보기를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사회적으로 차별과 혐오가 점점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법무부는 도대체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있느냐”며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홍보하고 사회구성원과 소통하는 역할, 설득하는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차별 앞에 무릎 꿇는 법무부는 인권정책을 해나갈 자격이 없다. 진정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누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지, 우려가 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무엇인지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뉴스

[공감 칼럼] 차별금지법안과 법무부의 직무유기-한상희교수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공감칼럼 : 2011년 1월 13일

 






 

차별은 폭력이다. 나와는 다른 모습,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별개의 집단으로 분류하고 열등한 존재로 규정해 버리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정면에서 부정하거나 폄하한다는 점에서 고문이나 학살에 다름 아닌 폭력이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사회생활로부터 배제하거나 굴종을 강요하는 것은 그들의 자율성과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노예제에 상응하는 폭력이 된다.


최근 일부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동성애반대운동은 이 점에서 폭력이다. 그것은 단순히 어떠한 사회변화 혹은 사회제도의 도입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동성애를 사회적 악으로 치환하고 동성애자들을 교정과 치료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한편, 에이즈에 관한 허위정보로써 동성애자들을 소수자집단으로 규정하고 이를 일종의 사회적 게토(Ghetto)로 선별해 내고자 한다. 이는 나와 다른 어떤 모습이나 행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다른 사람들을 이 사회로부터 배제하거나 고립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종교인들의 행위는 혐오발언의 전형에 속한다. 동성애자들을 폄하하고 겁박할 뿐 아니라 그들을 사회적으로 분류해내어 고립시키고 배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인권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자체를 침해하는 가장 본질적 의미에서의 범죄행위이다. 이 종교인들의 행위는 겉으로는 종교적 신념이나 교리에 입각한 듯이 보이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성적 지향에 대한 편견이나 왜곡된 인식을 신념과 교리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동성애자들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수준을 넘어 차별의 대상으로 삼아 사회로부터 배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종교의 영역으로부터 변별되는 순간이 바로 이 때이다. 종교적 신념이 어떠하든 법이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 혹은 폭력으로 전이될 때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그것은 더 이상 신념이나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행위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되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피해 또는 그 위험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안)은 이 지점에 존재한다. 그 어떠한 이유에서건 일정한 속성을 가진 사람들을 그 속성만으로 분류하고 그들을 일종의 사회적 게토로 몰아넣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함으로써 더 이상 차별이라는 폭력이 현재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반의지가 여기서 현현(顯現)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안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차별금지사유에다 고용형태와 같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안들을 추가하여 20개의 차별금지사유를 열거하면서 모든 영역에서의 배려와 박애의 정신이 충만한, 통합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음은 천부적인 인권을 최대한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 헌법의 이념 자체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일 따름이다.



하지만, 이 법안의 소관부서인 법무부는 정반대의 길을 향해 달려간다. 시민단체 등에서 촉발된 차별금지법안을 2007년 10월 국회에 발의하면서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경력, 성적 지향, 학력(學歷), 병력(病歷)과 같은 7개의 차별금지사유를 삭제하여 분노의 대상이 되더니만 그것마저도 미온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심의조차도 없이 폐기되도록 방임하였다. 그리고 이런 직무유기성 행태로 인해 2009년 11월 유엔의 사회권위원회로부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았으며, 차별금지법안 내에 국적과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삽입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유감성 권고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며칠 전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 종교성 단체는 이 법안의 처리부서인 법무부 인권국의 담당자로부터 현 국회의 임기 중에는 차별금지법안을 다루지 않겠다는 전화 약속을 받았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였다. 그동안 차별금지법안의 입법절차를 조속하고도 실효적으로 진행하라는 시민사회의 거센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인권국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종교단체들의 주장을 이유로 계속 이 법안의 입법절차회부를 미루어 왔다. 그런 터에 그 종교성 단체의 주장 혹은 전언처럼 법무부가 더 이상 이 법안의 처리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면, 이제 법무부 인권국은 직무유기의 죄악을 범하겠다는 언명을 공식화 한 셈이 되어 버린다.



대저 현대사회에 있어 민주적 의사표명과 타자에 대한 인권억압 내지는 폭력은 엄연히 구분된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반대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의사표명이겠으나, 그를 빌미로 일정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려는 것은 폭력이자 그들의 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된다. 법무부 인권국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의사표명이며 무엇이 인권침해적 폭력인지를 분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후자의 폭력으로부터 사회적 소수자집단의 인권을 옹호해 내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이자 직무상의 의무임을 깨달아야 한다.



인권국은 사회내의 다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바라보는 동시에 소수자의 인권이 그 다수자로부터 어떻게 침해되는지 또한 바라보아야 하며, 만약 소수자의 인권과 다수자의 의사가 충돌하는 경우 후자로부터 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법무부 인권국이 일반적인 정치기관이나 행정부서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다수자의 폭력이라는 어설픈 민주주의에서 나타날 수도 있는 해악으로부터 소수자의 기본적 권리들을 지켜내는 인권의 수호자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금지법안의 경우에도 이런 원리는 의연히 적용된다. 여기서의 법무부 인권국의 임무는 사회내의 행위자들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런 발언들 속에서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어떻게 규정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분간해 내고 그 다수자들의 폭력으로부터 이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창의적으로 사고해 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달린다. 법무부 인권국이 차별금지법안의 입법추진을 포기 혹은 유예하였다는 뉴스가 진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법무부 인권국은 인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종교인들을 향한 정치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그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음으로써 혐오발언을 일삼는 다수자의 폭력에 영합하겠다는, 철저한 권력의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와중에 법무부 인권국은 그 종교인들와 더불어 또 하나의 인권침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인권국이 차별금지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언명을 하였다면, 이는 또 다른 헌법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우리 헌법은 정교의 분리를 커다란 헌법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만약 법무부 인권국이 특정 종교인들의 동성애반대주장(이의 근원은 물론 성경이다)에 봉착하여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포기하거나 유예한다면 그것은 사회내의 특정분파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는 격이 되고, 이는 다시 특정 종교의 교리에 국가의지를 복속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환원되어 버린다.


특정 종교 단체들이 그 종교의 특정한 교리를 이유로 반대하는 입법안에 대하여 바로 그런 반대가 있기 때문에 입법추진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를 조금만 단순화시키자면 그 교리 자체를 법무부 인권국의 정책결정의 근거로 삼은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법무부 인권국은 이 결정이 내려진 다른 근거나 논거는 전혀 제시한 바 없다. 오히려 그런 결정조차도 특정한 종교 단체에 전화통화로 직접 알려주었다고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결국, 헌법이 그토록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정교유착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법무부의 인권담당부서가 직접 실행하고 있는 셈이 된다. 정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약자들의 인권을 옹호해야 할 법무부 인권국이, 최근 한국 정치의 가장 핵심부에 존재하는 종교 집단의 이해관계에 영합하여 그 약자들의 인권을 저버리는 전도된 현실이 목하(目下) 가공(加功)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차별은 폭력이다. 정의와 평화가 시대정신을 이룬다면 차별은 그 어떠한 근거에서 이루어지든 관계없이 최대의 사회악이 된다. 그것이 존재하는 한 자유와 평등과 박애라는 근대정신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다른 인간’으로 규정하고 자신과는 다른 삶을 강요하는 현실은 이 시대의 야만이다. 하루빨리 떨쳐야 하는 헌법의 적인 것이다.



 




글_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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