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는 헌법상 평등이념을 실현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하는 전국 17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연대체입니다. 차제연의 기획과 실행의 역할을 수임하는 집행위원회를 비롯하여 캠페인팀, 조직팀 등의 팀과 법률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법률위원회는 법학자, 변호사, 노무사 등 차별금지법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법률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고, 20명 내외의 위원들이 꾸준히 차별금지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자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법률위원회에서 차별금지법의 시민사회법(안)을 작업하였고, 올해 중 토론회 등을 통해 외부에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번 달 부터 국내, 해외의 차별과 관련된 사안(판결 등 포함)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법적 시각을 담은 논평을 발행합니다. 이번 칼럼은 차별금지사유 중 ‘나이’, 차별금지영역 중 ‘고용’에 집중해 살펴보았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 칼럼
[나이 X 고용] : 채용비리 은행이 제기한 연령차별금지법 헌법소원, 헌재가 합법으로 본 이유
채용 시 나이 차별 금지, 헌재가 합헌으로 본 이유
2026년 1월 29일, 모집·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경우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조항과 형법상 ‘기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 결정은, 2018년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신한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은행권의 성차별적 채용 관행이 드러나 수많은 여성들에게 박탈감을 남겼다. 이미 여성들은 직장 내 성폭력, 임금차별, 승진 제한, 경력단절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이전 단계인 채용 과정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던 것이다.
신한카드는 서류전형에서 지원자를 직무별·성별로 서열화하고, 성별에 따라 합격선을 달리 설정하여 미리 정해 둔 남녀 비율 7:3에 맞춰 합격자를 선발했다. 국민은행 역시 전체 직원 구성에서는 남성이 더 많음에도, 일부 직군에서 여성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남성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등급을 상향하고 여성 지원자의 등급을 하향했다.
그런데 문제는 성차별에만 그치지 않았다. 채용 과정에서는 임직원 자녀나 특정 외부인을 부정하게 합격시키거나, 연령을 이유로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신한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서류전형 단계에서 자체 기준(군필 남성 29세, 여성 27세)을 초과한 지원자 34명, 이후 기준(군필 남성 28세, 여성 26세)을 초과한 9명 등 총 43명을 연령만을 이유로 탈락시키고, 나머지 지원자에게도 연령별 차등 점수를 부여했다. 이 행위는 적발되어 업무방해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연령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죄판결로 끝난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이들은 헌법소원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적용된 업무방해죄와 연령차별금지법의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개별적 차별금지법 중 하나인 연령차별금지법이 왜 문제라는지 살펴보았다.
연령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 법의 핵심은 연령을 이유로 특정 집단이 실제 능력과 무관하게 고용시장 진입에서 배제되거나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문제된 부분은 연령차별금지법 제23조의3 제2항 부분이다. 사업주가 사원 모집과 채용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내용이다.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첫째,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 중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의 의미가 불분명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둘째, 위 조항이 사적 자치의 원칙을 위축시키고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즉, ‘누구를 채용할지 결정할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연령을 이유로 채용을 꺼리는 배경에는 ‘나이가 많은 신입사원은 대하기 불편하다’거나 ‘조직 내 위계질서를 해친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직급이 낮은 신입사원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으면 업무 지시도 어렵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에서 나온 생각이다. 사실 거꾸로 뒤집어, ‘너무 어린 지원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관행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판단은 모두 개인의 실제 역량이 아니라 연령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차별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합리적인 이유’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에 대해, 법 제4조의5가 연령차별의 예외 사유¹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해석 기준을 충분히 제공한다고 보았다. 즉, 직무의 성격상 특정 연령이 불가피한 경우 등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고용 영역에서 평등을 실질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중대한 공익을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이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구인들은 형사처벌이 과도하다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는 단순한 과태료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고 제도의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채용 단계의 차별은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근로관계 성립 이전에는 차별이 발생하더라도 채용을 강제하기 어렵고 손해 입증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전 예방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우리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이 결정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2018년 은행권 채용비리는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대대적인 수사가 있었기에 드러날 수 있었다. 벌금 500만 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형벌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규정이 존재해야만 고용차별을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헌 결정은 의미가 있다.
이때, 한가지 의문이 든다. 왜 여전히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할까? 장애인차별금지법, 연령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개별 법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추가 입법을 요구할까?
개별법이 있어도, 여전히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적용 범위의 한계다. 예컨대 연령차별금지법은 고용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차별은 고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 공공서비스 이용, 시설 접근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여러 영역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차별 대응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구제 수단의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현행 연령차별금지법에서는 차별행위가 있는 경우, 그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 여부를 판단하고 시정 권고를 하며, 고용노동부가 별도로 시정명령을 내리는 구조다. 차별판단과 시정권고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하고, 시정명령은 고용노동부가 맡고 있는 이원화된 구조이다 보니, 기관 간 판단이 엇갈릴 경우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는 시정권고와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모두 할 수 있게되어, 보다 실질적인 구제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현행 연령차별금지법상 처벌은 최대 500만 원의 벌금에 그친다. 고용차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재정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악의적 차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차별 억제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물론 민사소송을 따로 진행해야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소송지원제도를 도입하기 때문에 국가의 도움을 받아 차별피해소송지원 변호인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동성애는 안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혐오세력도 문제지만, 이 사건 헌법소원처럼 아무도 모르게 이미 존재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조차 무력화하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현실이다. 개별 차별금지법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영역과 충분히 구제되지 않는 피해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어떻게 달랐을까, 함께 상상해보길 바란다.
¹ 제23조의3(벌칙) ② 제4조의4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여 모집ㆍ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4조의4(모집ㆍ채용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모집ㆍ채용
2.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3. 교육ㆍ훈련
4. 배치ㆍ전보ㆍ승진
5. 퇴직ㆍ해고
제4조의5(차별금지의 예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
1.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2.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3.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4.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ㆍ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