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제연 성명] 애도없이 안전 없다. 정부는 오송참사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상규명과 대책 수립에 나서라.
2023년 7월 15일 오송궁평지하차도 인근 제방 둑이 터지면서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감찰 과정에서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5개 기관의 관리 감독의 문제가 드러났다. 감찰 내용에 따르면 ① 행복청의 경우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 발주기관으로서 기존 제방 무단 철거, 부실한 임시제방에 대한 관리감독 위반 제방 붕괴 인지 이후 재난 관련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미조치 ② 충북도는 오송궁평2지하차도 관리주체로서 홍수경보 발령에도 교통통제 미실시 및 미호천 범람 신고에 따른 비상상황 대응 부재 ③ 청주시는 미호강 범람 위기 상황을 통보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 부재 ④ 충북경찰청은 112신고 접수에도 현장출동을 하지 않고 112신고 시스템 조작 ⑤ 충북소방본부 현장의 상황보고에도 인력과 장비 신속 투입 등 조치 부재 등의 문제가 참사로 이어진 원인이었다. 이로부터 잃어선 안될 목숨들이 희생당했다.
그러나 재난 대응과 책임에 있어 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이후의 과정에 있다. 진상규명은 커녕 꼬리자르기식 조사에 관계기관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한 형국이다. 심지어 지난 1일에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49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시민분향소를 철거하여 또다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건 직후 언론 보도를 통해 가장 많이 들려온 말은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것이다. 막을 수 있는 참사, 이 말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들어왔다.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참사, 그 사이에도 수많은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여러 의혹들과 함께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등이 제기되었지만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조차 없는 정부의 대응에 현재까지도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피해생존자들의 울분만이 쌓이고 있다. 울분 위에 또 울분이 쌓이는 이러한 일들이 왜 계속 되는가.
10.29 이태원참사 이후 정부에서는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 마련 이후 오송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실로 실망스럽다. 시민들은 이 사회에서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이 권리를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이것이 무너졌을 때 국가가 온전히 책임을 다하기 위한 첫걸음은 애도와 사과여야 한다. 시민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일, 재난으로 인한 고통에 공감하고 과오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는 일에서부터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외면으로 일관하고, 지자체는 치워버리기에 급급하며, 국회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종합대책이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으리라는 것쯤 보지 않고도 알겠다.
참사는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구조와 체계의 모순이 낳은 결과이다. 때문에 단지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구조와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 우리 자신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밝히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원인을 바꾸려는 노력없이는 또다시 ‘막을 수 있는 참사’가 우리 삶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현재 오송참사시민대책위와 유족협의회 및 피해자생존모임은 이번 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와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가, 책임 있는 자들이 온전히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함께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고통에 연대하며 우리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참사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국가의 책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 오송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고 관련 법에 따라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여 꼬리자르기가 아닌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피해자들의 곁에서 연대할 것이다.
2023년 9월 8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