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UP] 2024-1월호 | 이 달의 이슈, 여기 있슈 : 성소수자 이슈와 함께한 성탄

차별금지법과 결을 같이 하는 여러 입법 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고, 알뜰한 내용을 꽉꽉 담아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입법 이슈가 궁금해유? 바로 바로 “여기 있슈~”

 

2024년 첫 번째 입법대응팀의 이슈는 “성소수자 이슈와 함께한 성탄”입니다.

 

거리거리마다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즐비하고, 귀에 익은 캐롤이 들려오던 지난 해 12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준비하며 분주하던 기독교계에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먼저 12월 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이하 ‘감리교’)는 성소수자 축복기도와 성소수자 권리 옹호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출교를 결정하였습니다. 성직자로서 더는 목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감리교의 신자로서도 남을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징계입니다. 

 

얼마 후 12월 18일(바티칸시국 현지시각)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축복에 대한 사목적 의미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이며 지난 몇 년간 교황과 교황청을 향해온 성소수자 커플이 청하는 축복에 대한 답변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가톨릭의 신앙과 교리해석에 있어 가장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이 문서를 통해 성소수자 커플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축복에서 배제될 수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엇갈린 신교와 구교의 판단, 어떤 내용이었는지 살펴봅니다.

 

新교에서 죄가 된 축복

 

“교리와장정 재판법 제3조 제8항이 규정에 따라 ‘동성애 찬성 및 동조’행위를 한 피고 이동환에게 출교를 선고한다.”

 

2023. 12. 18. 이동환 목사 출교 판결 항소 기자회견 ⓒ뉴스앤조이

 

출교, 영어로 excommunication. 너와의 소통을 단절한다. 

이동환 목사는 목회자의 한 사람이며 신자의 한 사람이기도한 자신을 교단밖으로 쫓아낸 재판의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출교의 사전적 의미를 짚었습니다. 감리교가 자신들의 교단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목사에게 출교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근거는 이와 같습니다. 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기도를 하여 정직 2년의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자리에서 계속해서 성소수자 축복 기도를 참여하였다.  ‘큐앤에이’라는 단체까지 만들어 성소수자 옹호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뷰나 토론회 등에서 한국 교회가 쇠락하고 있는 원인을 교회의 도덕적 문제라고 비판하는 등 교회의 질서와 기능을 문란케한 죄가 있다. 그는 이러한 ‘죄’를 지어 감리교로부터 출교, 즉 내쫓김 당하였습니다. 감리교가 교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출교를 명한 것은 31년만의 일입니다.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를 축복하고 교회안에서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이들과 함께 기도한 그의 죄목 ‘동성애 찬성과 동조’ 즉 그의 죄는 사랑의 실천이었습니다. 

 

 

舊교에서 모두를 포용한 축복

 

프란치스코 교황 ⓒ Vatican Media

 

“[속보] 교황청, ‘동성커플 축복’ 공식 승인…“하느님은 모든 이 환영””

 

한편, 보수적이기로 둘째가면 어이없을 가톨릭의 지도부는 이즈음 놀라운 발표를 합니다. 현지시각 12월 18일, 한국 시간으로는 12월 19일 새벽 여러 언론사에서 위와 비슷한 제목의 속보들을 띄웠습니다.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신을 믿는 이들의 12월은 ‘성소수자 축복’에 대하여 왜 이런 다른 분위기가 되었을까요.

 

교황청 발표의 배경

2021년 2월,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성소수자 커플 등이 청하는 축복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한바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한 이래 여러차례 성소수자에 대한 옹호적인 입장을 밝혀 왔기에 이와 같은 교황청 정부부처의 입장은 의아했습니다. 청빈한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쓴 것이 266명의 교황 중 처음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교황에게 주어진 수많은 의전, 최고 예우의 집과 차량 등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시작과 더불어 아동 성범죄 성직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HIV/AIDS 예방을 위한 아프리카의 콘돔 사용 등과 같은 이슈에서 보수적인 고위 성직자들이 결코 좋아하지 않을 행보를 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 사이의 갈등을 꽤나 심각해지고 2021년 신앙교리성은 위와 같은 공식입장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간청하는 믿음”이 발표되는 2년 사이에 신앙교리성은 신앙교리부로 부처가 승격하고, 담당 장관이 교체되는 등 바티칸 시국 역시 하나의 국가답게 이런저런 정치적인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표된 “간청하는 믿음”은 교황이 직접 쓰는 문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권위를 갖는 신앙교리부의 공식 선언문입니다. 그 이전에 이 부처에서 공식 발표한 선언은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 문서는 각국 가톨릭에서도 공식번역을 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도 지난 1월 5일, 공식번역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핵심은 신의 축복의 대상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교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구절들을 인용합니다.

 

“세상의 죄는 엄청나지만 무한하지는 않다. 오히려 구세주의 자비로운 사랑이 무한하다.”(22)

“그러므로 성직자의 사목적 감수성은 축복 예식서에 없는 축복도 자연스럽게 실행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35)

“이렇게 모든 형제자매는 교회 안에서 언제나 순례하고 언제나 간청하며 언제나 사랑받는 것과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언제나 축복받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45)

 

그러나 명확한 한계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7가지의 거룩한 예식이 있습니다. 흔히 7성사 부르는데 혼인은 이에 속하는 매우 신성한 예식입니다. 그 외에 세례, 견진, 성체 등이 여기 포함됩니다. 신앙교리부는 축복을 허용한다는 것이 성소수자 커플들이 혼인성사에 결단코 포함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여기서는 허용하는 축복은 혼인과 비슷한 의복을 입어서도 안되고 미사나 혼인성사와 비슷한 어떤 형식에서 진행되어서도 안된다며 세밀한 규정들을 열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환 목사의 재판을 지켜보며 “축복이 죄가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마찬가지로 교황청에도 “사랑하는 사람간의 결혼을 2000년 넘도록 반대할 일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성찰과 토론, 그리고 대화 : 뒤바뀐 舊교와 新교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간청하는 믿음”의 도입부에 이런 선언을 발표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2021년 당시 신앙교리성이 동성애자 커플을 축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한 후 적지 않은 반응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전통교리에 수호에 박수를 보내고 어떤 이들은 그러한 입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신앙교리성의 답변이 모호하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대한 화답을 위하여 이에 대해 교리적 측면과 사목적 측면을 일관성 있게 통합하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해보였고 그를 위해 공식적, 비공식적 여러 질문들을 검토하여 전문가들, 그리고 교황과도 이를 논의하였다. 마침내 이 선언은 교황의 서명으로 승인되었다.’

 

가톨릭의 입장도 현대 사회의 인권의 관점에서 전적으로 지지할 수 만도 없습니다. 종교라는 울타리에서 결단코 혼인성사의 범위에 동성애자는 포함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며 혼인과 출산에 대한 보수적인 성관념이 여전히 공고합니다. 또한 엄연히 다른 종교인 여타 개신교단이 가톨릭의 방향을 따라야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온누리에 축복과 기쁨을 바란다는 공통점을 지닌 그리스도계 여타 교단들은 부패하고 타락한 舊교를 비판하며 새로운 종교로 다른 길을 내어왔습니다. 당대의 낡은 종교 가톨릭의 폐단을 바로 잡으며 시작한 새로운 종교들이 교황청만큼도 성찰과 토론을 통한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말 그대로 신-구가 뒤바뀐 모습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워보입니다.

 

국민의힘 불참속 반쪽으로 진행된 평등법 공청회 ⓒ 박주민TV 갈무리)

 

당신과의 소통, 진의는 성소수자라는 존재와의 소통을 끊어버리겠다는 감리교와 대대적인 사상검증에 나서며 목회지망생과 목회자의 입을 막고 있는 新교가 새겨야 할 태도 아닐까요. 또한 이것은 성소수자, 성평등, 인권을 외면하며 침묵하는 정치 역시 새겨야할 것 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최초로 법안이 발의된 2007년 이래 단 한번도 국회의 회의장에서 안건으로 논의되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 어떤 토론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식절차로도 들어서지 못한 해당 상임위의 소위 공청회는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국민의힘 의원석을 비워둔채 반쪽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정치의 적나라한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에 며칠 앞선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총회에서는 평등법에 대한 대표발의 의원의 법안 설명을 진행하려 하였으나 보수개신교 세력을 등에 업은 모 의원의 극렬한 항의로 제대로 진행조차 되지 못하였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차별금지법에 대한 긴 침묵으로 들어섰습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가장 먼저 작별해야 할 것은 논의를 틀어막고 대화를 거부하며 혐오의 힘을 키워주는 평등과의 소통을 끊어내는 정치입니다. 

 

이동환 목사를 끝내 감리교에서 내치려는 자들의 다음 싸움은 다시 교단안의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앨라이들을 향할 것입니다. 교단밖으로는 차별금지법, 성평등, 모든 인권이 들어가는 법과 제도를 겨눌 것입니다. 이들의 집요한 공세에 꺾이지 않는 이동환 목사의 꿋꿋한 투쟁의 길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곁에서 함께 걷겠다 다짐해봅니다.

 

*많은 뉴스보도에서 ‘신앙교리성’이라고 쓰고 있으나 근 몇 년 사이 교황청 조직개편이 있었고 현재는 ‘신앙교리부’가 공식명칭입니다.

** 성경의 원문은 같지만 위경, 외경 등으로 분류하는 차이가 있어서 가톨릭 성경이 개신교보다 2권 더 많음.

***2021년에는 공식명칭이 ‘신앙교리성’이 맞습니다.

**** 감리교의 교회법상 재판은 지역연회에서 1심, 상소(감리교 장정상 상소라 표현함)할경우 총회재판에서 최종심을 심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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