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예감]’을’들의 이어말하기 (3)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 Ⅱ : 이동현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세 번째 이어말하기 |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Ⅱ

 

차별은 사람들을 특정한 자리로 몰아넣고 가두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리를 빼앗고 내 쫓습니다.
공장과 학교의 담벼락, 공공장소, 국경, 병원 문턱, 화단과 농사짓는 땅이 누군가에는 넘지못할 벽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삶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

 


 

 

 

 

두 번째 이야기손님 

상품 말고 사람이 숨 쉬는 서울역을 바라는, 이동현

 

 

 

서울역. 길의 끝, 길의 시작

 

작년 10월 서울역과 인근 쪽방 등지에서 살고 있는 다섯명의 홈리스가 서울역을 카메라에 담고, 광장에서 사진전을 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진전 제목이 “서울역, 길의 끝에서 길을 묻다”였습니다. 그들은 사진을 통해 “나의 인생 보관소”, “월세 없는 방” 등으로 서울역을 묘사했습니다.

 

서울역으로 대표되는 공공역사의 거리홈리스에 대해 여러 말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는 노숙인으로 인해 국가 이미지가 실추된다던지, 불결하고 위험하다는 류의 얘기입니다. 많은 이들이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의 존재를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이런 의견들에는 홈리스들이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굳이 공공역사를 선택한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노숙상태에 처한다는 것은, 이사할 때 여러 조건을 따져 집을 구해놓고 움직이는 것과는 다릅니다. 사적 공간을 유지할 경제적 능력이 소진됐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공공의 장소일 수밖에 없기에 그들은 갖가지 문제들을 안고 공공역사로 흘러옵니다. 아마도 이들은 인생의 종착역이란 심정으로 서울역을 마주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노숙 첫날밤의 고통은 하루 속히 서울역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절박함을 주었을 것입니다. 서울역에 홈리스가 많은 게 문제일까요? 그렇다면 서울역에서 출구를 찾으려 조바심하는 이들을 꾸짖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서울역을 우리사회 빈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 갖가지 문제들에 시달리는 민중들을 만나는 공간, 이들의 질문에 답을 같이 고민하는 공간으로 사고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햄버거와 명품에 빼앗긴 사람의 자리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했던 홈리스들은 서울역 구 역사 얘기를 많이 하십니다. 역사 한 중간에 있는 분수대 주위에서 많은 이들이 밤을 보냈다 합니다. 첫차가 다니기 전 자리를 털고, 청소 아줌마, 아저씨들과 함께 자리를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일과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2004년 신역사가 개통되면서 이런 방식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화역사(주)의 돈으로 지어진 신 역사는 금세 상업시설들이 빼곡히 입점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역 안에 박스 한 장을 깔려면 막차가 끊겨 점포들이 문을 닫는 새벽 1시 반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청한 잠이건만 첫차가 나가는 2시 반이면 영낙없이 일어나야 했습니다. 그나마 이 조차 오래지 않아 서울역 측이 누워자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철도공사 측은 2011년 8월부터 “야간노숙행위 금지”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말대로라면 특정 시간 특정 행위를 금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 조치는 사실 서울역 내 노숙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으로, 노숙인 퇴거조치로 기획되었고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철도공사는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의 원인으로 1)임계점에 다다른 높은 민원 2)테러 위협을 들었습니다. 서울역이 노숙인을 내 몰고 싶어서 내 모는 것이 아니라 ‘고객님’ 들의 요청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석연치 않습니다. 민자역사의 약 90%가 상업시설이란 점에서 알 수 있듯, 서울역을 비롯한 공공역사는 줄곧 상업시설의 유치, 광고수입 확대를 추구해왔습니다. 노숙인의 존재는 이런 상업화 경향과 충돌합니다. 구매력조차 없으면서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는 바로 서울역의 상업화 확대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실제, 서울역은 강제퇴거 조치 이듬해인 2012년에 전국신상품전시장(5월), 공예품전시장(6월)을 오픈했고, 지난 5월 13일에는 대합실 한 복판에 대규모 중소기업명품관을 설치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 서울역의 한 해 매장임대, 광고 수입은 37억 원으로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서울역은, 상품은 자유롭되 가난한 이들은 밀려나야 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폭탄 돌리기

 

“서울역 계엄군”, 노숙인 퇴거를 위해 고용된 이들을 일컫는 한 거리홈리스분의 표현입니다.

서울역에는 ‘특수경비용역’이란 이들이 있습니다. 경찰 특공대와 흡사한 복장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업무는 서울역에 있는 홈리스들을 내 모는 것입니다. 철도공사는 이들을 고용해 서울역을 노숙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건데, 이들은 사법경찰권도 없는 단순용역에 불과합니다. 법적 권한이 없다보니 의지할 것은 위협과 물리력 밖에 없어, 이들에 의한 빈번한 인신모욕과 폭행 사건은 예견된 것입니다. 결국 지난 5월에는 한 50대 거리홈리스분이 이들에 의해 두 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상처는 나았으나 그는 지금도 여전히 그 사건으로 인한 수치심으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6억 2천만원을 들여 7월 13일부터 또 새로운 용역업체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내몰린 홈리스들은 서울역 광장은 물론 인근 지역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주변 상인들이 모여 홈리스들을 내몰기 위한 행동에 나섰습니다. 지난 5월, ‘서울역 환경개선 연합회’라는 모임이 창립 총회를 가졌는데, 이 모임은 서울역 인근(13~14번 출구 인근) 상인과 건물주들이 연합한 것으로, 이 일대에서 노숙인들을 퇴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것입니다. 이들은 인근 노숙인들로 인해 영업권의 지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인근에 머무는 노숙인들을 “서울역에 가서 있어라”라며 내 쫓고 있습니다. 서울역 강제퇴거조치로 내몰린 노숙인들이 서울역 외부로 이동하니 인근 상인들은 영업손실을 이유로 다시 서울역으로 노숙인들을 몰아내는 것입니다. 폭탄 돌리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장소답다는 것

 

거리, 광장, 공원, 공공역사… 공공장소라고 인정하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홈리스는 이들 공간에서 삶을 의탁합니다. 노점상은 거리를 터전으로 생계를 의탁합니다. 자본에 의해 탄압 받는 노동자들은 광장에 천막을 치고 저항합니다. 탄압받는 민중들은 가두에 나와 현실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합니다. 이것은 공공장소를 변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 자체가 갖고 있는 본래 기능이고 성격이라 생각합니다. 정부와 자본은 이를 법 위반 행위라하고, 공공장소를 무단 점유한다며 비난하고 탄압합니다. 그러면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전파와 자본의 이윤챙기기에 공공의 공간을 무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장소답다는 것은 생의 절박함을 의탁하고 호소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 이를 바탕으로 떨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이어말하기 |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Ⅱ

 

 

01

02

03

04

첫 번째 이야기손님

늦잠 자는 시간을

사수하고 싶었던

난다

두 번째 이야기손님

상품 말고 사람이 숨  

쉬는 서울역을 바라는

이동현

세 번째 이야기손님

차별을 말하기가

겁니 어려운

네 번째 이야기손님

쫓겨나는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자는

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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