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예감]’을’들의 이어말하기 (3)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 Ⅱ : 숨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세 번째 이어말하기 |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Ⅱ

 

차별은 사람들을 특정한 자리로 몰아넣고 가두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리를 빼앗고 내 쫓습니다.
공장과 학교의 담벼락, 공공장소, 국경, 병원 문턱, 화단과 농사짓는 땅이 누군가에는 넘지못할 벽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삶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

 


 

 

 

 

세 번째 이야기손님 

차별을 말하기가 검니 어려운,

 

 

 

안녕하세요. 저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루머 숨이라고 합니다.
홍보물에 제 소개를 한 걸 보면, ‘차별에 대해 이야기 하기 겁니 어려운’ 숨이라고 되어 있을 거예요. 저는 성매매와 관련해서 차별을 이야기 하는 일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요. 그건 성매매에서 반차별을 이야기 할 때, 무엇을 차별하지 말자는 것인지가 늘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모호하다고 하는 것은 성판매 여성의 차별의 경험이 모호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저희가 생각하는 성판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너무도 명확하고, 성매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 호소하는 차별 경험은 너무도 생생해요. 문제는 성판매 여성이 말하는 피해 혹은 차별을 전해 듣는 사람들의 생각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첫번째 문제는

 

어떤 사람은 성판매 여성의 피해 이야기를 듣고, 아, 성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성매매에 대한 국가적인 규제가 성판매 여성의 생계가 위태하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두 가지 모두 성매매시장에 대한 입장과 성판매 여성의 인권의 문제를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합법화나 근절주의와 같은 성매매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인 문제로 모든 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각각의 입법정책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는 건 굉장히 이원화되고 단순화하고 도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문제는

 

성판매 여성들이 경험하는 피해를 아무리 이야기 해도 그걸 차별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모든 문제를 성판매 여성의 ‘선택’의 문제로 돌려 버리는 것인데요, 성판매 여성이 성매매 시장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거부하거나 선택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거나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한 번 선택하면 그 안에서의 문제에 문제제기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봐요. 우리는 누구나 선택한 것 안에서도 끊임 없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동성애를 선택하면, 결혼 했으면, 공장에 들어갔으면, 아무 것에도 저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죠.

 

보통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직장 내에서 혹은 일상 생활 공간에서 똑같은 경험을 한다면 분명히 차별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을 성산업 안에서도 예외 없이 경험합니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이 차별이라고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겪는 안전의 위협과 경제적인 족쇄는 성매매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질 때가 많아요.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 성폭력으로 명확하게 고소해도 경찰이 성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차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주나 사채업자들 혹은 구매자들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도 하죠. 하지만 제 3자의 눈으로도 판단하기 힘들다면 그만큼 우리도 차별에 공모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차별이 낙인으로 이동하는 지점입니다. 두 가지 모두에서 성판매 여성의 차별 경험에 대한 ‘무감각함’을 느낍니다. 모호하고 무감각하고 그러나 이중적이고, 그래서 막막하기도 한 게 성매매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보통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언니들은 문제와 말썽이 많은 구매자들을 경험할 때가 있는데, 이를테면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술이 꽐라가 되어서 정신을 못차리고 토한다거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떼를 쓴다거나 강제로 원치 않는 체위를 시도한다거나 자기 성기에다가 구슬 박아와서 진물이 흐르고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거나 잠도 안 재운다거나 사정하지 못했다고 돈을 줄 수 없다며 한 번 더 하자고 한다거나 하는 등의 난동을 부리기도 하죠. 이런 구매자들을 진상이라고 이름 붙이거든요. 보통 우리가 진상이라고 부르는 종류의 내용과는 천지차이입니다. 이 정도 진상짓 아니면 진상이라고 명함도 못내미는,, 이 정도만 아니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반면에 얼마전에 글 하나를 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야톡이라는 밤문화 사이트가 있는데요, 성구매자들이 유흥업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어플겸 블로그였던 것 같아요. 이 곳에서는 아가씨 진상에 대해서 성토를 하고 있는 글이 있었어요. 우리만 진상이냐, 너희도 진상이다 하면서. 가슴을 만지려고 하니 몽우리가 져서 아프니 만지지 말라고 한 것, 치마 속에 손을 넣자 팬티가 있어서 제대로 만질 수 없었던 여성, 술을 아무리 권해도 조금씩만 마셔서 술취한 모습을 보는 재미를 안 준 여성, 노래를 시켰는데 노래를 못 부른다며 앉아서 이야기로 접대한 여성,, 모두가 진상 아가씨에 포함 되어 있었는데요, 진상의 수위가 다르다는 것이 너무나 느껴집니다. 언니들은 구매자들의 거의 파렴치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진상이라고 이름 붙이는 반면, 구매자들은 자신들의 그런 행동으로 부터 여성들이 감히!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것 자체가 진상으로 찍히는 일이라는 것. 언니들은 이미 선택을 한 이상 그 곳에서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는 것을 구매자들이 당연시 한다는 겁니다.  피해가 있건 없건은 중요하지 않죠.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구조가 굉장히 명확한 풍경입니다.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혹은 안마시술소나 룸살롱과 같이 구매자를 위해 세팅된 공간에서, 성판매자들이 권력을 가지기란 매우 힘든 일이어서, 실제로 많은 경우에 성구매자들의 폭력에 노출되는 일이 많습니다. 물론 성판매자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직장에서 상도덕이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무너졌을 때, 내규로서 혹은 암묵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정도의 안전이 있는 반면에, 성판매자들을 지킬 수 있는 장치는 별로 없어요.

 

업주나 관리자들과의 관계에 따라 공식적인 대처는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고, 대신 성판매자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지침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 안전지침이라는 것은 운이 좋거나 나 자신이 대단한 담력과 싸움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의미가 사라질 수 밖에 없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별 것 아닌 개인의 노하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정말 안전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인 위안이라도 필요해서 입니다.

 

하지만 이런 안전지침은 오히려 아가씨를 진상이라고 낙인찍게 하고 낙인 찍는 자들은 여성이 성산업에 자신을 완전히 오픈하도록 길들입니다. 이것은 국가를 막론하고 성매매가 합법적이거나 금지되어 있거나를 막론하고 성판매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성판매자에 대한 차별의 문제는 성산업의 합법화나 불법화와 별 상관이 없고, 정숙하지 않은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만 이루어지는 사회적인 관리와 통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요즘 성판매자의 비범죄화를 주장하고 법개정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성매매와 관련한 문제를 성매매 관련법으로만 해결할 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여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세상에 있는 차별이 몽땅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죠. 하지만 차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해와 보호로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다양한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성판매자의 비범죄화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간접차별에 제동을 거는 일이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구요, 여성을 창녀와 성녀로 구분지으려는 시도를 멈추는 일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저희가 사람들에게 성매매와 차별을 연결해서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성판매 여성이 겪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서 왜 이런 차별이 만들어 지는가, 왜 여성은 성판매라는 인권이 열악한 시장에 보다 열려 있는가, 왜 여성은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지, 혹은 왜 여성은 스스로 그 일을 선택하고 있는가, 성판매를 한다고 해서 어떠한 차별이든 겪어도 되는가, 같은 이야기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 이어말하기 | 차별의 자리, 자리의 차별Ⅱ

 

 

01

02

03

04

첫 번째 이야기손님

늦잠 자는 시간을

사수하고 싶었던

난다

두 번째 이야기손님

상품 말고 사람이 숨  

쉬는 서울역을 바라는

이동현

세 번째 이야기손님

차별을 말하기가

겁니 어려운

네 번째 이야기손님

쫓겨나는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자는

미류

 

 

활동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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