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예감]’을’들의 이어말하기 (5)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 김상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다섯 번째 이어말하기 |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우리는 일터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일터에 들어간 후까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합니다.
그리고 일터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그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끊임없이 밀어냅니다.
‘반차별’은 어떻게 자본의 힘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서로 다른 일터에서 경험하는,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주세요.

 


 

 

 

 

세 번째 이야기손님 

현수막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애여성노동자, 김상

 

 

 

나는 일상적으로 활동보조가 많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식사를 하는 이 모든 과정이 남의 손에 거쳐 이루어진다. 내가 스스로 있는 것은 또박 또박은 아니지만 말을 할 수 있고, 오른손을 움직여 전동휠체어를 자유롭게 작동할 수 있는 정도이다. 사실 아주 어릴 적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았기에 나는 내 장애에 익숙하다. 때론 거부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리고 나는 오래 전부터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꿈 꿨다. 성인이 되어가면서 그 꿈은 좀 더 명확해져 갔고, 실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게 되었다. 우선 독립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사회에서 노동자로서 갖춰야 최소한의 기준(학력, 건강한 신체, 전문적 기술 등)에 훨씬 못 미치는 내가 가진 조건에 부딪히며 번번이 좌절을 거듭하기도 했다.

그러다 장애인인권운동을 접하고 내가 받았던 차별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깨달으며 투쟁현장에 동참했었다. 그러면서 여러 장애인단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꿈에 그리던  독립도 할 수 있었다. 상상으로만 여겼던 삶을 내가 살아간다는 것에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라는 생각 대신 오늘의 스케줄을 생각해내고 바쁘게 출근 준비하는 내 모습이 가끔은 이질적으로 느껴진곤 했다.

나는 한 번도 노동자로서의 삶을 기대받지 못 했다. 우리 가족은 나에게 글을 읽을 정도만 교육을 시켜줬고, 좁은 집 안에서 가족들이 해 주는대로 살아가길 원했고, 후에 조용한 시설로 들어가주길 바랬었다.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저항감을 표현했지만 나 또한 어느 정도 수궁했었던 것 같다. 가족도 나도 사회적인 차별에 암묵적인 동의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나를 둘러싼 차별을 함께 혹은 스스로 떨쳐내며 10년이 넘게 노동을 하면서 살아 가고 있다.

물론 평탄한 길은 아니었다.
10년 동안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했던 시절…… 활동가를 직업군으로 보느나, 마느나에 문제를 떠나서 나한데는 직업적인 인식과 삶에 터전,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았고 서툴렀다. 집회에 나가선 어떻게 발언하고 고민을 해야 할지 몰랐으며, 실무에선 서류 하나 제대로 작성하지 못 했다. 동료들은 늘 기다려주고 지지를 아끼지 않았지만 스스로 갖추지 못 한 무언가에 매달리고 실망했던 적도 많았다. 그것은 활동가로서의 나만의 기준이 세워져 있어서 더 강박적일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뒤 늦게 들었다.

사실 현재 나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생산력을 필요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와 욕구로 사회적기업 현수막 업체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어렵다. 시민단체 주문이 많다 보니 급하게 기자회견 주문이 들어올 때면 느린 손동작과 빨리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마음속에 울림이 뒤엉켜 버리곤 한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나의 노동력은 보잘 것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와 동료들은 서로의 한계를 보듬어 주며 함께 노동하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아직은 우리와 같은 공간이 많지 않기에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철학을 세울 것인가에 대해 긴 논의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솔직히 작년에 사회적기업 정부 지원 기간이 끝난 이후로 사무실 사정이 안 좋다. 자본의 속도와 효율성을 배제한다는 기조를 지키기 위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사정이 안 좋아도 해고란 칼날을 빼 든 것 대신 함께 조금 굶어도 같이 생존하자란 구호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외침은 기존 노동현장에서 배제 당해온 절박한 마음에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 나와 동료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다섯 번째 이어말하기 |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01

02

03

첫 번째 이야기손님

나를 잃지 않고

일하고 싶은

형태

두 번째 이야기손님

이름을 불리고 싶었던

아리데

번째 이야기손님

현수막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애여성노동자

김상

 

 

 

 

 

 

 

활동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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