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예감]’을’들의 이어말하기 (5)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 아리데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다섯 번째 이어말하기 |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우리는 일터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일터에 들어간 후까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합니다.
그리고 일터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그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끊임없이 밀어냅니다.
‘반차별’은 어떻게 자본의 힘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서로 다른 일터에서 경험하는,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주세요.

 


 

 

 

 

두 번째 이야기손님 

이름을 불리고 싶었던, 아리데

 

 

 

안녕하세요. 아리데입니다. 어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고민하다 그냥 제 이야기를 쭉 풀어나가는 게 제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해보려고 해요. 두서없더라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가출을 참 많이 했어요. 하도 많아서 셀 수도 없어요. 부모님께서 제가 단체활동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제가 활동하는 것을 못하게 하려고 했거든요. 저는 그게 싫으니까 자연스럽게 싸우는 횟수도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점점 집을 나오는 일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짧게는 2일에서 길게는 1년 동안 가출을 했구요. 저번 달에 부모님이랑 화해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싸우고 지금 또다시 집을 나와서 살고 있어요.

 

 

당장 집을 나오니 막막하더군요.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청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없고 모두 다 “친권자 동의”가 필요하더라구요. 어쨌거나 당장 집을 나왔으니 돈을 벌어야겠다 싶어서 홍대에 있는 한 고깃집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갔어요. 마침 사장님이 있었는데 참 쿨하시더군요. “응 이름이 뭐야?”, “학교는? 안 다녀? 그럼 오래 할 수 있겠네. 하루 12시간 해도 되지?”, “당장 내일부터 나와.”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몇 마디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시급 5000원에 주6일 하루 12시간을 일하기로 했어요. 아르바이트 구하는 게 이렇게 후다닥 이루어지는 건가… 싶었어요.

그리고 그 고깃집에서 2달 조금 넘게 일했던 것 같아요. 일하면서 온갖 모욕과 폭력을 경험했어요. “똥파리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도 들어보고, 정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욕도 들어보고.. 아마 평생 살면서 그렇게 집약적으로 욕을 먹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렇게 두 달을 일하고 나니 “내가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식점 일을 그만뒀어요. 사실 정확히 표현하면 도망쳤어요. 말 그대로 “내일부터 안 나가겠다”라고 이야기하고 안 나갔어요.

 

나오고 나니 후련하기는 한데, 또다시 알바를 구할 걱정에 힘들었어요. 아르바이트 면접 보는 것은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저를 압박하기에 충분했어요. 고깃집에서 한 번 크게 상처를 받고 나니까 또다시 알바를 구하기가 싫어졌어요. 아르바이트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보다 “살기 위해 해야지”라고 말하면서 하기 싫은 걸 꾸역꾸역 해야하는 게 너무 답답했던 것 같아요. 한 달 내내 일해서 80만원 받는데 방세에 공과금에 핸드폰 요금에… 이것저것 내고나면 남는 돈이 없어 매일 굶주리는 삶이 지긋지긋했어요. 아무 생각없이 잠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어쨌거나 저는 또다시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패스트푸드점, 사무보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부당한 대우는 말로 다 설명할 수도 없을 만큼 많아요. 주휴수당을 비롯한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저 퇴근하는데 매니저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것저것 어렵고 힘들고 지저분한 일은 항상 아르바이트가 했어요. 혼자 이것저것 다 하는 건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그럼 너가 매니저 해, 내가 알바 할게.” 라면서 비웃기 일쑤였어요.

 

수많은 부당한 일들이 많았지만 제가 가장 상처받았던 것은 사람들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었어요. 그저 일을 하는 기계일 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오랫동안 일해보자고 이야기했으면서 갑작스럽게 비성수기가 되니 나오지 말라는 문자를 받은 적도 있어요. 제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할 때는 벽에 있는 달력에 “인건비 절감!” 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어요. 툭하면 “싫으면 나가든가.”라고 이야기하고. 조그만 실수에도 욕을 들으며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에서 까겠다고 이야기해요. 몸살이 나서 일을 못나간다고 하면 “아 그래? 그럼 그냥 내일부터 나오지 마, 너 말고도 쓸 사람은 많아.” 라고 이야기해요. 함께 일하고는 있지만 감정적인 교류는 거추장스러운, 정말 일하는 기계가 된 느낌이죠.

 

수많은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직장에서 나올 때 도망치듯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것을 빼면 사실 다 도망치듯이 나왔구요.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직장을 도망치듯이 나오면 어른들은 항상 “청소년들은 미성숙해, 책임질 줄 몰라.”라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책임질 관계라는 게 존재하기는 했는지 의문이에요. 일방적으로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문자를 보내는 건 왜 책임지지 않는다는 질책을 받지 않는지도 모르겠어요. 청소년 노동자들은 일하면서 이름을 불리지 않아요. 그저 “야”, “너”, “알바”로 불리게 돼요. 이름 없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무책임하다고 하기 전에, 그들이 왜 그렇게 도망쳐야 했는지를 한 번이라도 물어봐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섯 번째 이어말하기 |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01

02

03

첫 번째 이야기손님

나를 잃지 않고

일하고 싶은

형태

두 번째 이야기손님

이름을 불리고 싶었던

아리데

번째 이야기손님

현수막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애여성노동자

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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