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예감]’을’들의 이어말하기 (4) 냄새의 출처 : 조승화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네 번째 이어말하기 | 냄새의 출처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들어본 말 중에 하나는 무엇일까요?
‘냄새나’ ,‘ 더러워’ , ‘가까이 가기 싫어’ …
누군가에 대한 차별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냄새의 자리에는 ‘진짜’ 냄새가 아닌 차별적인 시선이 있음을,

그 시선이 변화할 때 누군가들의 삶에도 향기가 깃들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냄새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두 번째 이야기손님 

동자동 쪽방촌 마을공동체와 함께 하는, 조승화

 

 

가난은 분명 냄새가 있다. 가난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 만드는 냄새도 있겠지만 가난이 풍기는 냄새는 차별적 시선을 더욱 확고하게 한다. 가난의 냄새? 이 냄새를 대부분은 싫어한다. 혹은 원치 않게 익숙해지기도 하지만 이 냄새를 사랑하는 사람은 거의 본적 없다. 이 가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 바로 쪽방촌이다.

 

1. 쪽방에서 무슨 냄새가 난다고?

 

서울역 맞은편은 빌딩 숲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그 빌딩 뒤편에는 한사람 누울 만한 작은 방들이 모여 만들어진 쪽방촌이 있다. 동자동 쪽방촌. 쪽방은 1.5-2평 크기의 방에 따로 주방시설은 없으며 주민들은 공동화장실, 공동세면장을 사용한다. 방세는 월세 18-25만원까지. 가난한 주민에게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보증금을 낼 수 없는 형편이라 이 불편한 쪽방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주민의 대부분은 남성, 주민의 대부분은 1인 가구, 주민의 대부분은 월평균 50만원의 소득.

 

이런 형편의 쪽방과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서 전혀 냄새가 안 난다면 이상한 일이다. 50년 이상 된 낡은 쪽방 건물에는 이상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건물 특유의 냄새가 풍긴다. 재래식의 비위생적인 화장실은 여름철에는 방 안까지 그 냄새가 들어와 코를 찌르기도 한다. 쪽방 안은 오래된 건물의 먼지, 곰팡이 냄새가 습기 차고 오래된 벽지를 뚫고 들어오고, 다 깨진 창문을 통해 거리의 냄새가 들어와 뒤섞여 쪽방 특유의 냄새를 지닌다. 거기에 음식 냄새까지. (부엌이 따로 없는 쪽방은 방 안에서 밥을 지어 먹는다.) 제법 깔끔한 주민들도 이런 쪽방만의 특유한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원치 않게 이 냄새에 익숙해지고 이 냄새가 몸에 배여 냄새가 나는지도 잘 모르고 살아간다.

2. 짙은 가난이 켜켜이 쌓인 냄새들

 

길 구석에 쌓인 소주병들에서 나는 냄새는 동네에 알콜릭 주민이 많다는 것을 단박에 알게 한다. 비가오지 않는 날엔 동네 골목 골목 주민들이 모여 앉아 소주나 막걸리를 드시는 모습과 쉽게 마주친다. 술로 인해 가끔 싸움도 일어난다. 하지만 적은 소득에 유일한 즐거움이라 쉽게 술을 끊지는 못하신다. ‘술이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사나’라고 얘기하는 주민도 있다. 가족 그리고 사회와의 단절을 경험한 주민들이 제법 많으시다. 오래된 고독이 많들어 낸 냄새인지. 혹은 안 아프신 분이 없을 정도인 동네라 약냄새인지. 뭔가 외로움 짙은 냄새를 동네에서 맡을 때가 많다.

 

노숙과 쪽방을 반복하는 주민들에게서 가끔 노숙과 노숙과 비슷한 상태가 되어버린 쪽방을 볼 때가 있다. 신문지나 옷가지를 끊임없이 방에 가득 모아 산을 이루고 그 위에서 주무시는 주민도 만나기도 한다. 그 속에 냄새는 사실 무슨 냄새라고 얘기하기 힘든 냄새가 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끔 이 속에서 냄새와 냄새의 갈등이 일어난다. 쪽방에 오래 거주한 주민은 자연스럽게 노숙의 냄새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 냄새로 주민들 간에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짙은 가난은 코를 찌르는 묘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냄새를 가지지 않은 이들이 이 냄새를 마냥 싫은 눈빛으로 본다면, 쪽방주민은 노숙인은 마냥 혐오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냄새가 좋아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다. 가난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듯.

 

3.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나는 냄새들

 

아주 가끔 쪽방에서 썩은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날 때가 있다. 나도 이 냄새를 맡아 본적은 없다. 다만 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이런 비린내가 나는 방을 열면 사람이 죽어 있다. 사람이 죽어 오래 방치되면 이런 냄새가 난단다. 이것이 쪽방의 고독사이다. 우리 동자동 쪽방에서만 해도 1년에 4-5번은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외로이 살다가 누구에게 도움도 요청하지 못하고 쪽방에서 외로이 죽음을 맞이하고 며칠 후 방에서 냄새가 나서 이웃에게, 쪽방 방세를 받으러 온 관리자에게 발견된 죽음.

 

내가 그 비슷한 냄새를 맡은 것은 죽어가는, 혹은 삶을 포기한 듯 보이는 한 주민에게서 라고 생각 든다. 이웃 쪽방주민이 한 쪽방에서 냄새가 나고 사람이 죽어가는 것 같아 나와 함께 그 쪽방에 가보았다. 술병은 방안에 뒹굴고 있었고 다리가 장애가 있어 보이는 주민은 그냥 방 가운데 쓰러져 누워 계셨다. 이미 방에는 배설물과 그로인한 여러 이물질, 구더기가 가득 있었다. 이런 상태로 일주일이상 방안에 나오지 않고 있던 것이다. 토할 듯 역한 냄새가 내 온몸에도 번졌고 죽음 직전의 냄새처럼 느껴졌다.

 

주민들은 이 냄새에 무덤덤하다. 또 누군가가 죽었구나. 라고 생각 할뿐이다. 쪽방관리인도 고독사한 주민의 시신이 처리되면 급하게 방을 치우고 또 쪽방주민을 받는다.

4. 이것이 사람 냄새다.

 

이것이 불편해도 우리사회가 만든 가난의 냄새이고 사람의 냄새다. 특별할 것도 없다. 나와 다른 냄새라며 혐오하는 그들에게도 더 역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이 냄새의 근원에는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 없이 풍기게 되는 냄새이다. 이 냄새가 가난한 이들의 탓이라 돌리고 단지 혐오스럽게 생각한다면 그 순간 우리는 그 가난한 이를 무시하는 것이 분명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난을 개인에게 돌리게 되는 행위. 그리고 우리사회의 가난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남게 될 것이다.

 

 

 

 

네 번째 이어말하기 | 냄새의 출처

 

 

01

02

03

04

첫 번째 이야기손님

‘반말 해도 되는 사람?’

마문

번째 이야기손님

동자동 쪽방지역 주민

공동체와 함께하는

조승화

세 번째 이야기손님

기록노동의

존재와 의미를 알리고

싶어하는

희정

네 번째 이야기손님

분홍 메니큐어를

하는

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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