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목요행동 📫12회차 🌈서울소식

2021년 7월 1일(목), 오전 11시00분,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된 <목요행동 12회차(서울)> 소식을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 보기 :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403625

 

 

🌳목요행동 📫12회차 🌈서울

 #진행개요

일시 : 2021년 7월 1일(목) 11시00분 국회의사당 앞

장소 : 국회 앞

주관 : 인권운동사랑방

주최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프로그램

■ 사회: 가원(인권운동사랑방)

■ 참가자 발언

발언1: 기후운동 주체로서의 청년 그리고 차별금지법 (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 조은혜)

발언2: 기후정의운동의 과제, 사회불평등과 차별금지법 (멸종반란한국, 김선철)

발언3: 에너지정의와 차별금지법 (에너지정의행동, 이영경)

발언4: 기후위기시대 일할 권리 그리고 차별금지법 (발전비정규직연대, 이태성)

발언5: 기후위기와 동물해방 그리고 차별금지법 (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 직접행동 DxE, 은영)

– 기자회견문 낭독 : 다같이

– 평등한지구 퍼포먼스 : 다같이

 

퍼포먼스 영상

 

 

#발언

 

 

 

• 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_조은혜 

 

지난 5월, 녹색미래정상회의- P4G 국제외교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에서 쓰일 영상을 위해 환경부는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 청년위원회’에게 정해준 구호를 외쳐라,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해라, 등응 요구하며 사례비 지급하겠다고 한 일이 있었습니다. 해당 청년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전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청년’ ‘청소년’이 소비되는 방식입니다. 기후 생태 위기판 뿐이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청년 청년’ 해 대는데, 사실 이제는 청년으로서 무언가 이야기한다는 게 불편하고 짜증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기후 생태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세대간 차별의 경계에 서 있는 청년으로서 몇 마디 하겠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홈페이지에서 ‘불평등에 도전하는 것이 평등을 위한 과정이라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깊은 공감이 됩니다.’도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주해야겠지요. 그리고 인정해야겠지요. 지금이 불평등의 시대라는 것을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청년들이 처한 불평등을 꼽자면 기후생태위기를 방관한 기성세대 기득권자들은 없어졌을 세상 남아서

남은 생을 6차 대멸종과 기후붕괴 시대를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겠죠.

지금을 9포세대라고 하나요.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외모, 건강을 포기한 세대라고 합니다. 절망하고 두려워할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을 지 모릅니다. 사치일 지 모릅니다

 

지금도 기후생태위기로 일상이 재난이 된 이들이, 죽어간 이들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청년 이주여성노동자 속헹씨는 지난 12월, 한파경보가 발효되었던 어느 날 밤 난방이 고장난 비닐하우스에서 홀로 숨졌습니다. 이주 여성 노동자뿐 일까요. 대규모 감염병과 기후생태위기는 깊이 연결되어있습니다. 작년 청도대남병원이라는 정신장애인 시설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확산을 막는다며 그들을 그냥 가둬버렸습니다. 결국 한 시설 안의 전원이 감염되었습니다. 장마 홍수, 산사태에 소와 닭들은 축산공장에 갇혀있다 꼼짝없이 수몰되고, 화재에 꼼짝없이 산채로 타죽습니다. 그리고는 언론은 재산피해가 얼마였는지만 이야기합니다. 작년 장마, 지붕에 올라간 소를 보셨지요. 구출되어서 그 소가 간 곳은 어디일까요, 도살장입니다.

 

보이지 않게 죽어간 이들을 저는 미처 다 알지도 못합니다. 게다가 앞으로 점점 더 혼란스러워질 세상이 두렵습니다. 이 위기를 막지 않는다면 사회 붕괴는 우리가 맞딱드려야만 하는 미래입니다. 붕괴의 시대에 차별과 혐오, 폭력은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지금껏 차별받던 이들은 더욱 강력한 차별과 폭력에 놓일 것입니다.

 

이 위기를 막는 것은 결국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의 기후위기, 생태위기는 무한 경쟁, 다른 존재들을 도구화해 온 우리의 고장난 세계관의 결과이자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청년이자 여성이자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동물로서,그냥 살아있는 존재로서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된다고 내버려뒀던 것들을, 다 바로 잡아서 이 위기에 맞섭시다.

능력이라 이름 붙은 차별의 증표들을 부수어버립시다. 차별하지 맙시다. 차별하면 안 된다고, 법전에 새겨 넣읍시다. 동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빈민들,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의 민중들.모든 차별받는 존재들에게 연대합시다. 함께 연대로 차별에 저항하여, 모두가 존엄한 삶으로 나아갑시다

 

 

 

• 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 직접행동 DxE_은영 

기후위기의 원인은 차별과 혐오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분리짓고 어떤 존재는 저런 존재는 그런 존재는 어느정도의 폭력을 감수할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부당하게 폭력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는 여성,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유색인종, 노동자, 빈자들로 그렇게 어느 누구도 차별과 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실상 우리는 자본이 요구하는 엄격한 정상성을 기준으로 그에 벗어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무력하게 살아가기를 요구 당했습니다. 사회를 더 깔끔하게 자본이 원하는 그 효율적인 방식으로 굴러가게 하기 위하여 제도는 차별을 발명하고 더욱 정당화했습니다. 발명된 차별이 정당화되어 그렇게 통제될 수 없었던 혐오의 결과가 바로 이 기후위기입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이 인간 동물인 우리와는 다르다고 분리하였습니다. 인간 사회 내에서 사회를 위해 모두를 위해 약자가 마땅히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라 했던 것처럼, 동물은 인간을 위해서 마땅히 희생되고 죽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와 다른 존재, 나아가 천하고 마땅히 부려도 되는 존재, 더럽고 불쾌하여 꼭꼭 감춰두어야 하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목적에 의해서만 인간의 편의에 의해서만 동물은 사용되는 존재였습니다. 발명된 차별 위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생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래도 되나? 우리가 뭔데? 그들이 누군데? 이게 무엇을 위한건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우리가 정말 그들과 다른가? 우리는 동물들이 겪는 고통을 고통이라 이름 붙이기 조차 거부했습니다.

 

발명된 차별에 기대어 통제될 수 없어진 폭력은 더욱 속도를 높였습니다. 더 많은 동물들을 감금하고자 더 많은 동물을 인간을 위한 목적으로 개량하고 유전자를 변이하여 생산해내고자 지구의 토양을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밀림과 숲을 불태우고 강을 메워 그 땅을 축산 기지들로 빼곡히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수의 동물들을 감금하기 위한 시설을 지구 가득 채웠고, 더 효율적으로 동물들을 통제하고자 사료기지를 온땅에 구축했습니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이 도시 서울중심 너머의 온 땅들은 감금된 동물을 감당하기 위한 땅으로 조각나 있습니다. 한국 땅에서만 하루 몇백만의 동물들이 살해되는 지금,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그들의 피와 오물과 살점은 땅으로, 강과 바다로 그대로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 감금 시설에서는 주체할 수 없이 가득 차는 가스로 질식사 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화재와 홍수에 갇혀진 채 타죽고 익사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동물들을 몰아넣고 숲과 강을 파괴하여 서식지가 사라진 내쫓긴 동물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차별하는 모습 그대로 차별과 혐오의 끝에 놓인 동물들이 있습니다. 동물을 분리한 우리 인간동물은 동물과 최악의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역사상 최악의 전쟁은 다름 아닌 바로 지금 동물을 학살하는 우리의 모습에 있습니다. 동물과 잘못된 관계에 놓인 우리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신종플루, 사스, 에볼라, 메르스 수 많은 동물유래 전염병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차별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폭력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혐오는 서로를 돌보지 못하게 합니다. 우리는 이상의 기후위기와 전염병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폭력을 멈추는 일을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돌아갈 그리고 외면할 여유는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원인은 인간중심성입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종차별입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차별과 혐오입니다.

 

 

 

• 멸종반란한국 김선철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주인집이 캠핑 간 틈을 빌어 송강호네 가족은 그 집에서 술판을 벌인다. 그러나 장대비에 계획을 취소한 주인 가족은 돌아오고 송강호네 가족은 서스펜스 넘치는 탈출극 끝에 원래 살던 집을 향해 걷는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터널을 지나고 작은 폭포수를 이룬 계단을 내려간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동네와 집은 물에 잠겨 있다. 그들은 이재민이 되어 동네 체육관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신세가 된다. 반면 주인집 아들은 쏟아지는 비 속에도 캠핑 놀이를 하겠다며 마당의 텐트 속에서 놀고 젊은 부부는 전면 유리창을 통해 아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랑을 나눈다.

 

영화의 많은 장면들 중에 유독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 기후위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더 잦아지고 더 심각한 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폭우와 태풍, 폭염, 가뭄 등은 세계곳곳에 비교적 고루 분포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재앙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가난한 나라들이 많은 남반구에 집중된다. 한 나라 안에서도 기후재앙은 가난하고 차별 받는 이들에게 집중된다. 폭우가 쏟아져 누군가는 집과 생명을 잃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폭우조차 호사롭게 즐길 여유가 주어진다. 폭염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 이들은 픽픽 쓰러지겠지만 누군가는 에어컨 속에서 그 더위를 피해 간다. 농업 부문의 이주 노동자는 추운 겨울을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다가 얼어 죽는다. 재난의 상황에서 누구는 재빨리 뛰어나갈 수 있는 길이 다른 누군가에겐 너무나 먼 길일 수 있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행정 서비스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안전하지 않은 이들에겐 사치다. 산업전환으로 공장이 문 닫아도 누구는 새 일자리에 대한 기대가 있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다. 정의로운 전환이라 하지만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기후재앙으로 피해를 받는 것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전세계 난민의 80%도 여성이다. 기후재앙의 피해는 이처럼 편파적이다.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렇게 기후위기의 피해에 가장 극단적으로 노출된 이들일수록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은 적게 한다는 점이다. 반면에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이들일수록 기후위기의 피해로부터 안전하다. 헌법상 보장된 보편적 권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차별금지법은 이런 기후부정의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최소한의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처벌권도 없이 원칙적인 수준에서 ‘보호’를 목적으로 삼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보수 기독교에 최근에는 교육부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기업들은 기업 자율 경영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이런 반대의 목소리는 지금의 사회경제체제가 얼마나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에 기반해왔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나 국회는 기후부정의, 차별과 혐오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기후부정의가 지속되는 조건에서는 기후위기 극복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기반한 기후정의기본법은 이런 암담한 상황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그리고 기후정의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차별금지법이다. 부자와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고, 기후재앙으로 피해를 입을 시민들에게는 기후위기 당사자로서 보호받을 권리와 함께 정책 설계에 참여할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차별의 피해 당사자들도 에외일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충인 사회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그렇기에 기후정의의 원칙과 차별과 혐오 금지를 법제화하는 것은 기후위기 극복과 이를 위한 사회적 힘을 모으기 위해 필수적이다. 아울러 구조화된 불평등을 넘어 공동체성이 회복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기후정의나 차별/혐오 금지의 목소리는 너무나 약하다. 더 많은 이들의 더 큰 목소리를 기대해본다.

 

 

 

• 발전비정규직 연대 이태성

저는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23년째 일하고 있고 아내, 두딸, 그리고 80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대해 수많은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고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깨끗한 나라를 물려주는데 저희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도 동의합니다.

저희는 이미 문재인정부의 민낯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고 김용균 안타까운 죽음이 있은지 오늘로 935일 2년 7개월이 훌쩍 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했습니다. 위험의 외주로를 없애고 노동자들을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유가족인 김미숙어머님을 안으며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김용균의 동료들은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평택항에서 23살 청년노동자 이선호군과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가 죽고있습니다.

산업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불안합니다.

발전소 폐쇄와 관련하여 문재인대통령은 일하는 노동자와 소외계층이 생겨나지 않겠다고 여러번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위원회에서 12개분야 정유, 금속, 자동자 등 협의체는 구성되었지만 직면한 에너지와 노동은 그 어디에도 당사자와의 소통은 없습니다. 차별을 넘어 기만입니다.

최근 류호정의원 설문조사와 jtbc, 경향신문 보도를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발전소에는 만천명의 노동자와 4만명이 넘는 가족들이 함께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 중 92%가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고 발전소 폐쇄계획을 알고 있는 노동자는 8%밖에 안되었습니다.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는 4%채 안되었습니다.

우리는 에너지 쓰레기도 쓰다버리는 소모품도 아닌 평범한 사람입니다.

문재인대통령께 제안합니다.

노동환경의 이해와 공정원칙에 따라 발전소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부차원의 실태조사와 고용 연구가 필요합니다.

둘째로 노동자, 시민사회, 환경단체와 지자체, 정부, 국회 차원의 범 사회적 논의기구를 즉각 만들고 대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공공성을 강화하고 경쟁폐혜인 죽음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통합적인 전력체계로 개편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할때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국민여러분 발전소 노동자들은 미세먼지와 탄소중립 앞에서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그들의 노동과 삶을 바라보아 주시길 간곡히 소망합니다.

 

 

#기자회견문

불평등이 초래한 기후위기, 차별금지법으로 평등한 지구를!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성사됐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수차례 다시 발의됐으나, 매번 정부와 국회의 책임방기 속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되거나 철회되었다. 정부와 국회가 차별금지, 평등의 원칙을 방기하자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어느덧 불평등과 차별이 구조화되고 익숙해져가는 시대, 이에 맞서고자하는 시민들의 연대와 운동이 다시금 시작됐다. 기후위기 시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역시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평등’을 외친다.

 

기후위기는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가열화와 동의어가 아니다.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에너지원만 개발되면 해소될 수 있는 위기가 아닌 것이다. 기후위기는 인간 사회가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를 착취하고 수탈하던 시스템의 위기가 드러난 것이다. 총체적인 생태위기의 일부일 뿐이다. 기후위기를 탄소배출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에, 핵발전이나 탄소포집기술이 현실성 있는 대안처럼 등장한다. 지형을 바꿔서라도 가능한 모든 곳에 태양광, 풍력 발전을 설치하는 것과 성층권에 태양광 반사 입자를 뿌리자는 ‘지구공학’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지구 생태계를 얼마든지 조작가능하고 수탈 가능한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그 주요한 ‘대상’이며, 이러한 폭력의 다른 이름이 바로 불평등과 차별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LNG 발전소를 짓는 한국판 ‘탈석탄’에서도 이러한 불평등과 차별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석탄을 태우기까지, 태운 이후 처리과정에서 ‘죽어가며’ 노동했던 석탄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석탄과 함께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노동자들이 먼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자본에게 노동자들은 석탄처럼 마구 채굴해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대상’일 따름이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수많은 화력, 핵발전소들이 농촌 지역에 건설되어 거대한 송전선로를 통해 도시와 공단으로 전기를 보내왔다.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 속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누구의 이윤과 권력으로 축적되어 왔는지 물어야 한다. 이러한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는 에너지 정의는 거대한 전환을 시작해야 하는 지금 더욱 절실한 가치가 되고 있다.

 

소위 ‘취약계층’은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또다시 청(소)년, 여성, 노동자, 빈곤계층이 지목된다. 권력이 지목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인 것처럼 호도된다. 권력이 자행하는 불평등과 차별이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지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청년을 미래세대라고 호명하면서 기후위기를 현재가 아닌 미래로 이미지화 한다. 하지만 취약계층일 뿐, 동등한 시민으로서 청년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여성, 빈곤계층에 대한 태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 위계의 말단에는 비인간 자연과 동물들이 있다. 결코 동등한 타자로서 자연과 대면하지 않았던 인간 사회는 단일한 ‘인간’을 전제하고 ‘자연’을 대상으로 수탈과 폭력을 자행해왔다. 자본은 인간과 동물의 분리를 정당화하며 그들을 수탈하고 터전을 빼앗는 폭력을 일삼았다. 그 결과를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로 겪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세계의 권력과 자본은 결코 스스로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불평등과 차별을 철폐하라는, 우리를 동등한 시민으로 대하라는 요구는 저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선언이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감각 속에서 함께 차별을 발견하고 대응하고 맞서 싸우는 운동이 긴요하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이미 도래한 기후위기 시대를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 서라도 말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바로 이러한 운동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 당장 제정하라!

2021년 7월 1일

기자회견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