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요구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백만 보 앞으로 당겨보자고 10월 12일 부산을 출발했습니다. 6월 국회에 들어간 국민동의청원 심사를 시작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였습니다. 30일을 걸어 11월 10일 국회 앞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들은 대답은, 심사를 2024년 5월 29일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입니다.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오라더니 서랍 속에 썩히겠다는 겁니까. 휴지통에 버리겠다는 겁니까. 국회는 지금 우리 사회의 차별받는 사람들을 버린 셈입니다.
국회는 차별 받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높은 벽을 세운 건물 안에서 이미 확보한 기득권을 놓고 권력을 다투느라 여념이 없으니까요. 차별 받는 사람들은 길에 있었습니다. 이종걸과 미류, 두 사람이 떠난 행진은 결코 두 사람만의 행진이 아니었습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와 함께 걸었습니다. 차별 당하고도 싸워보지 못해 억울한 사람, 싸움을 시작하자 오히려 비난당해 서러운 사람, 누가 싸우든 그 곁에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는 사람, 사람 차별하지 말자는 약속은 모두의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고와 평등을 빚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한걸음씩 내딛는 동안 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묻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귀 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차별금지법을 한 번도 발의해본 적 없는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합니까? 헌법이 보장한 평등할 권리를 부정합니까? 21대 국회에서 3개의 대표발의 법안을 낸 더불어민주당에 묻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부끄러워서 대통령 후보만 되면 숨깁니까. 성소수자혐오를 대가로 표를 구걸하는 게 부끄러운 줄을 모릅니까. 국회에 묻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동안 당신들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는 국회를 단 하루도 봐줄 생각이 없습니다. 2021년 연내제정에서 단 하루도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평등길에서 만난 사람들, 평등길을 함께 걸은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차별과 싸워온 사람들, 서로 연대하며 평등을 일구어온 사람들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하나. 국회는 차별금지법 연내 논의 계획을 밝혀라.
하나. 쟁점이 있다는 이유로 논의조차 회피하는 법안은 없었다. 국회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지금 바로 시작하라.
하나. 모든 정당은 차별금지법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하라. 법에 논의해야할 쟁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하라.
하나. 평등의 가치에 동의하는 정당들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계획을 밝히고 지금 바로 제정을 위한 행동에 나서라.
하나. 2021년을 넘기지 말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평등의 시민들은 이제 국회 앞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국회 앞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서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끌어낼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결의합니다.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반드시 쟁취합시다!
2021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