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차별금지법 제정 중단에 대해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지난 1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법무부에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계획에 관한 공개 질의를 했습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한 답변을 세 차례나 연기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결국 지금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어려우며, 그 이유는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합의’ 부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왔던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를 이제와서 다시 주장하는 것은 결국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왜곡하고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와 재계 등의 세력들의 눈치보기를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아래의 글은 법무부에서 온 답변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질의에 대한 법무부 답변>
법무부는 2006년부터 다른 정부부처 및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한국 사회 내에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하여 존재하는 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구제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헌법 상 평등의 원칙을 구체화하는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해왔습니다.
법무부는 2007년 12월 국회에 정부안으로 차별금지법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2008년 5월 17대 국회 회기만료로 차별금지법안이 폐기된 이후에도, 법무부는 차별금지 관련 90여개 국내 개별법을 검토하고, EU지침,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의 입법례를 연구하여 ‘각국의 차별금지법’ 자료집 1~3권을 발간하였으며, 2008년과 2009년 ‘차별금지법 T/F’를 구성․운영하였고, 특히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의 제정과정과 그 시사점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관련 전문가, 단체 추천자, 관계부처 공무원 등 1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특별분과위원회를 발족하여 4월부터 11월까지 총 13회에 걸쳐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국내적으로 차별금지와 관련된 90여개의 개별법이 있고, 특히 공적․사적 영역 전반에 걸쳐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국가인권위원회법」이 이미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상과 같이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진정에 따라 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구속력이 없고, 차별금지 관련 개별법은 선언적 규정이 많으며, 구제수단이 규정된 일부 개별법만으로는 사회 내에서 주로 문제되는 차별행위의 피해자를 충실히 구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입법 필요성과 함께 차별금지 기본법 제정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 바로 차별금지로 인하여 제한될 개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또는 사적 자치와 종교의 자유, 공공의 안전 등과의 조화 문제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이는 차별금지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별금지 기본법을 선언적 입법이 아니라 차별금지 위반에 대하여 법적 강제력이 있는 구제조치를 포함하는 법률로 마련하고자 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그 상대방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자를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만약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선진 외국의 입법례들은 차별금지법이 적용되는 범위를 제한하거나 차별금지에 대한 다양한 예외를 구체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는 향후 차별금지 기본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요인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유사 입법례를 갖고 있는 외국에서 이러한 부담을 어떻게 해소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함과 동시에 각국에서 차별금지법이 적용되는 개별 판례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작년 12월에는 차별금지 기본법제를 갖춘 독일과 영국의 차별 관련 기구를 방문하여, 입법 과정 및 법 집행 단계에서 고려할 사항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였고, 향후 업무협조를 위한 실무 네트워크를 구축하였습니다.
귀 연대의 소속단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업무에 관심을 기울여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여러 단체들의 우려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조사․연구 검토가 필수불가결하고 이러한 노력이 추후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시 사회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이후에도 차별금지 업무와 관련하여 의견을 보내주시면 검토하여 정책 추진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