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불공정을 공정으로 은폐하는 대신 차별의 현실을 직시하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에 부쳐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당선은 한국사회 차별의 현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한다.

첫째, 이준석 당대표는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은 무엇인가. 모집채용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거나 탈락하는 것은 공정한가. 고졸이라는 이유로,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공정한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해고로부터 보호되지 않는 것은 공정한가. 어떤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만연하다. 그가 차별 받는 수많은 집단을 두고 특정 집단과 계층만 언급하는 것이야말로 불공정하다. 이준석 당대표가 과연 공정한 사회를 이룰 것인지, 불공정을 공정으로 은폐하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 지켜보겠다.

둘째,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그는 ‘모든 할당제 폐지’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할당제’는 흔히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 또는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로 불린다. 오랜 기간 누적된 차별의 결과 형성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치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유의미한 할당제를 가져본 적도 없다. 그나마 자리잡은 것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할당제다. 그러나 이런 할당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성 의원 비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그만큼 차별의 현실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는 ‘할당제’를 문제로 부각시키며 마치 차별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우대받고 있다는 착시효과를 만들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는 9일 한국방송 토론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별을 시정하려면 차별을 알아야 한다. 선명한 차별의 현실을 부인하는 것을 멈추고 더욱 너른 시야로 차별의 현실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이준석 당대표는 스스로 합리적인 정치인이라 자임해왔다. 우리는 국민의힘이 이준석 당대표 당선과 함께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 반대’를 추궁하거나 여러 혐오를 확산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제 이런 비합리적 억지와 선을 그을 줄 아는 국민의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괴롭힘 당해도 되는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계약직 채용만 이루어져도 되는가,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목욕탕 출입을 거부당해도 되는가. 이런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1야당 대표로서 노력하기를 촉구한다.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거대 양당의 전당대회가 모두 끝나고 새로운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었다. 다시 대선을 앞두고 각축을 벌이기 시작할 테다. 앞으로 열릴 정치적 토론의 장에 사회구성원 중 어떤 집단이 등장하고 어떤 집단이 배제되는지가 한국사회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성차별을 비롯해 모든 차별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있을 것인가.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

 

2021년 6월 1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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