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사람UP] 한명희 노들장애인야학 사무국장 “장애인들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야 한다”

재난 일어나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가만히 있다가 죽어야지”

 

여름의 초입에 들어서자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난해의 살인적인 더위는 가히 재난이라 칭할 수 있었습니다. 약자에게 재난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작년 폭염의 기억과 더불어 지난 강원산불 당시 기본적인 수어통역조차 지원되지 않았던 재난방송의 기억을 떠올리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이번 월간평등UP 주제를 ‘재난과 차별’로 잡게 되었습니다.

그 첫번째로 노들장애인야학의 한명희 사무국장님과 ‘장애인과 재난참사’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 먼저 지난 강원도 산불에서 드러난 재난 참사와 차별, 불평등의 문제를 이야기해주세요.

“재난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2년 전의 포항지진을 겪었는데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어요. 방송에서 수어통역이나 자막도 없었다는 것이죠. 미세먼지가 조금 심해도 문자가 오는 세상이지만 말입니다. 강원도 지역은 지역의 특성상 재난 상황에 취약한데도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어요.
 
재난이 발생한지도 모르면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도 모를 수 밖에 없어요. ‘불이야’하고 외치는 것부터 안 된 셈입니다. 미디어와 방송은 강원도 산불에 시각적 전달만 신경쓰는 것처럼 보였어요. 소방차가 1열로 서있는 모습 등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주려는 것처럼요.
 
이렇게 볼거리가 우선이고 장애인들에게는 정보 전달부터 안 되니 대응은 있을 수 없죠. 이것은 아쉽고 미흡한 정도가 아니라 큰 사고 상황입니다. 정부의 재난 대피 매뉴얼도 보면 장애유형별 구분만 설명돼 있어요. 차일피일 미룰게 아니라 대책과 예산이 필요합니다.”

 

– 재난 참사에 대한 대비와 예방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비와 예방을 하려면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장애인 등 재해 약자들을 위한 대비와 예방이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대피소에 장애인 화장실과 경사로가 필요하다는 설계 자체가 없는 것이죠. 나중에 실제 재난이 발생하고 나서 그 때 가서야 할 수도 없는 일인데 말이죠.
 
유엔권고안에도 재난의 예방, 계획, 대응, 복구에서 이런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예산, 계획, 교육, 매뉴얼도 없고 실행도 안 되고 있어요. 활동보조가 24시간 제공되는 것도 아니니 더욱 어려운 상황이죠. 중중장애인은 버튼만 누르면 119가 출동하는 응급알림이 있다고 하지만, 중증장애인이 어디에 누가 있고 이런 게 파악돼 있어야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지원할 거 아닙니까.
 
이것은 국가와 정부가 준비해야 하는데, 예컨대 저상버스도 시외버스에서는 사기업들이 많다보니까 프리미엄 버스 도입이 우선이고, 저상버스는 가장 늦게 도입된 것이거든요. 이처럼 돈 많은 사람들이 우선이고 더 가치있는 삶이 되는 것은 재난 상황도 마찬가지에요.
 
– 재난 참사가 발생했을 때 구조 과정과 피해의 정도나 내용에서도 차별을 경험하게 되나요?

“일본에서 후쿠시마 핵 참사 이후에 장애인은 대피소에 장애인 시설이 준비 안 돼 있으니 그냥 집에 있을 수밖에 없고, 활동보조인은 그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어요. 이런 것을 다루는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수도와 전기까지 끊긴 상황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방치돼 있다가 뒤늦게 민간에서 필요한 물자를 모으는 과정이 나와요.
 
포항 지진이나 강원도 산불에서도 당연히 좋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낡은 임대아파트나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피해가 다르겠죠. 같은 피해를 겪더라도 복구 속도가 다르구요. 자본이 없는 가난하고 취약한 소수자들이 더 힘들 수밖에 없는데 장애인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거든요. 즉 이미 사회적 안전망 밖에 있던 사람들이 재난이 벌어지면 아예 갈 데가 없어지는 것이죠.
 
언론과 방송도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전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나 규제가 없어요. 그러니 실제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는 게 아니라 재난영화 보여주듯이 스펙터클한 상황만 보도하게 되는 것 입니다. 수어통역이나 자막도 없고. 예컨대 미국은 대선후보 토론 때 각각의 후보마다 수어통역이 제공돼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1명이 다하니 누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보면서도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 결국, 재난 참사 이후에 피해를 보상하고 복구하는 과정에서도 차별을 겪는 재해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재난은 예방, 계획, 대응, 복구가 중요합니다. 재난이 일어나면 먼저 대피할 거처가 필요하고 거기에는 휠체어가 접근이 가능해야 해요. 경사로가 있어야 하고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야 하고 중중장애인은 에어매트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보통 대피소로 제공되는 체육관은 이런 게 없어요.
 
결국 자선과 봉사에 의존할게 아니라, 국가가 예산을 마련하고 준비하고 교육하고 훈련해야죠. 지역과의 연계가 중요한데, 장애인들이 있는 그 지역의 소방서 등은 사전 인지가 필요해요. 어디에 누가 살고 있는지 인지해야 구조가 가능하죠.
 
지금 노들야학은 재난 대비 기물들을 자체 예산으로 마련하고 있는데, 사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유럽은 장애인용 대피의자, 휠체어를 타고 내려갈 수 있는 완강기 등도 마련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는 식당과 가게에 장애인이 들어가기 쉬운 경사로를 만들자는 운동조차 이제 시작인데 재난 대비는 아직도 멀었죠.
 
지금은 재난이 닥쳐서, 전기가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것에 대부분의 장애인 당사자들이 패배적이에요. 그냥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다가 죽어야지 하고 답하죠. 20년 전과 10년 전과 지금이 달라진 게 없어요. 무언가 조금 더 나아가려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찾으려면 실제로 계획과 예산을 가지고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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