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책임을 이행할 때, 바로 지금이다
– 손솔 의원의 국회 공론화위원회 제안에 부쳐
7월 22일 오늘, 국회 소통관에서 진보당 손솔 의원이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의지를 밝히며 국회 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설치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1년을 넘긴 지금, 뒤늦게나마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정치의 의지가 표명되고 국회 논의를 촉구하는 발걸음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1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10만 국민동의청원의 심사기한을 국회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연장에 재연장을 거듭했다.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차례의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공청회 외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어가지 못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21대 국회의 외면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불합리한 오해와 왜곡을 키워왔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 시간들을 전환시킬 중차대한 책임이 바로 22대 국회에 있다.
특히 차별과 불평등, 혐오와 적대로 얼룩진 윤석열 시대를 끝내고도 광장에 나섰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의해 다시금 외면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의 속도에 발맞춰야 할 때다. 국회는 헌법상 평등권 실현을 위한 실질적 조치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열고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법 제정에 이를 때까지 입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차별금지법 발의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는 22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한다.
더불어 손솔 의원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론화위원회’에 부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국회 공론화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명확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차별금지법을 두고서 20여 년 가까이 ‘누군가를 법의 보호에서 배제해야 한다’, ‘특정한 차별금지사유는 법안에서 삭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소모적인 논쟁을 해왔다. 이러한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주장들이 어떻게 차별과 혐오를 심화시키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해왔는지, 온 사회와 시민들이 뼈저리게 경험했음은 물론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이러한 비합리적 논쟁을 넘어서서 이제 ‘제정’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과정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공론화는 말 그대로 제정을 위한 숙의의 과정이며,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대 반대’, 특정 차별금지사유의 ‘포괄 대 일부 삭제’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구도를 넘어서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둘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론화는 ‘차별받는 사람’의 위치에서 효과적인 ‘차별 해소’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차별을 경험하는 시민들이 삶을 위협하는 부담을 감수하지 않아도 차별에 잘 대응하고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다양한 차별의 양태를 잘 포착하고 적절하게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차별 시정이 차별받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차별이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고 살피면서 차별금지법에 반영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국회의 책임은 한국사회에 현존하는 차별을 시정하고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고 법 제정에 나서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 뒤에 멈춰섰던 시간을 지나,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사회의 전망이 떠들썩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미 20여 년 가까이 시민들이 만들어온 길이 있기에, 마냥 어렵지도 막막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
2025년 7월 2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