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회적 토론을 실천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 취임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에 부쳐

 

사회적 토론을 실천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 취임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에 부쳐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차별금지법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이며 제정해야 한다고 보지만, 정부의 우선순위 과제는 아니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십 수년 째 ‘사회적 합의’를 말하는 것 외에 한 발짝도 더 내딛지 않는 정치의 행보를 봐왔기에, 우리는 묻고 또 물을 수 밖에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그 사회적 토론과 합의의 과정 한 가운데 있기를 요구하는 것이 과도한가.

 

‘가능하다면 대한민국 모두의 문제, 특정 지역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면서 가능한 대안을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의지와 실천으로, 타운홀미팅을 통해 국민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다. 우리 삶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차별이야 말로, 보편적인 인권 실현의 대표적인 과제로 꼽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이야 말로 ‘모두의 문제’다. 보수개신교라는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이 뚜렷하고 제도정치가 이를 묵인해 온 가운데, 차별금지법이 논쟁적이고 예민한 주제라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아는 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수개신교의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주장을 넘어설 수 있는 방안,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사회적 목표에 이를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계획, 차별금지법을 시민적 합의로 만들어갈 전망을 국가 차원에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요구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정부의 과제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시민 그 어느 누구도 시급성을 부정하지 않는 경제·민생과 우선순위 경쟁을 붙일 필요는 없다. 국회의 대의 기능과 입법 역할로만 한정할 명분 또한 없다. 과거 윤석열 정부는 차별금지법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도 정부의 역할을 ‘국회 논의 시’ 협력하겠다,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방식으로 매우 소극적으로 설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국민의힘 논평에 낯이 뜨겁지 않은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서 정부와 국회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정을 이루어내야 할 핵심적인 주체다. 노무현 정부처럼 차별금지법을 정부안으로 발의하지 않더라도, 차별금지법처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포괄적인 기본법은 국회와 정부가 여러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하고, 협상해서 제정을 추진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자유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모두에 2026년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중간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전 정권처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추진 중이다’라고 보고서에 담을 변명거리도 없다. 4개의 법안이 발의되었던 21대와 달리, 개원 1년이 넘도록 22대 국회에서는 단 하나의 차별금지법안도 발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 거듭 표명해왔기에, 우리는 요구하고 또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차별금지법을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나갈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실행하지 않은 채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방도란 없다.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회피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 정부’의 면모를 차별금지법 제정에 발휘해야 할 때다.

 

2025년 7월 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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