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UP] 별이 빛나는 밤, 차별이 지는 밤!

쭌(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무더운 여름이 죽자고 덤벼들던 8월 중엽의 한 날, 어떠한 의미에서 피로 맺어진 사람들이 가평과 대성리 사이의 계곡으로 모였다. 그날 밤,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이하 커뮤니티 알)에서 준비한 2019 알 여름인권캠프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뜨겁게 잔을 나누었고 그렇게 인권캠프가 이틀째를 맞은 날, 술에서 이제 막 벗어난 감염인들앞에 멋진 아우라를 풍기는 두 사람이 등장했다!

 

서로의 차별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인 ‘차별잇수다’를 진행하기위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사월님과 신아님이 머나먼 산골까지 찾아오셨다. 모두의 기대하는 마음과 첫만남의 수줍음이 모여 미묘한 환영 인사가 오갔다. 하지만 기대와는 별개로 외부 단체의 진행은 처음이라 조금은 긴장도 되고 내가 가진 경험들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을까 걱정 또한 되었다.

 

프로그램은 일상에서 겪은 차별 경험을 활동지를 통해 공유하고 서로 공감과 격려의 말,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등을 함께 생각해보는 내용이었다. 위와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이 여태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커뮤니티 알이 가진 질병이라는 특수한 구심점으로 인해 여태까지 공유하던 차별 경험은 대부분 HIV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차별잇수다’는 단순히 질병으로 인한 차별 경험이 아닌 개인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 전반에 걸친 차별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고 이를 위해 진행을 맡은 사월님과 신아님은 본인이 겪은, 혹은 깊게 공감되었던 차별 경험 등을 공유해주셨다. 구체적인 예시를 바탕으로 커뮤니티 알의 회원들은 자신의 삶에서 여태 주목하지 못했던 다양한 차별 경험을 떠올리고 공유할 수 있었다. HIV를 포함한 다양한 병력과 장애로 인한 차별 경험, 외모, 성적 지향, 학력, 그리고 성별 등으로 인한 차별 경험 등 우리가 여태 HIV 감염이라는 큰 트라우마로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차별이 단순히 하나의 정체성에서 비롯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우리가 겪는 차별이 어떠한 연속적인 선상에 놓여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건강한 신체를 가지지 못했기에, 보편적이라고 여겨져 온 성 관념을 가지지 않았기에, 돈이 없기에, 그리고 남성성기를 가지지 않았기에 겪는 차별은 상대적 결핍으로 인한 권력의 양산으로 집약되었다. 우리는 더 가진 것이 권력이 되고 이것이 당연한 차별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 고통받고있다. 불가항적으로 얻어진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으며, 이것이 권력으로 이어질 때 불가항적으로 얻지 못한 이들은 고통받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한, 더 가진 것이 권력이 되는 구조 자체를 부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있다. 누군가와 다르다고 해서 나의 삶 또한 다른 취급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삶 또한 함께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동성애를 가능하게 하거나 여성이 남성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자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의 삶이, 그리고 타인의 삶이 최소한 부숴지지 않게 ‘함께 살아가자’는 외침에 가깝지 않을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프로그램, ‘차별잇수다’는 ‘잇다’라는 표현이 쓰인 것처럼 우리 삶 전반에 자리한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하나로 이어져있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하늘의 별들을 이어서 만들어진 별자리처럼 다양한 차별 경험을 이어서 큰 구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고, 또 언제가는 차별로 얼룩진 저 하늘이 평등으로 빛나길 바란다.

월간평등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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