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예감]’을’들의 이어말하기 (5)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 형태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다섯 번째 이어말하기 |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우리는 일터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일터에 들어간 후까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합니다.
그리고 일터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그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끊임없이 밀어냅니다.
‘반차별’은 어떻게 자본의 힘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서로 다른 일터에서 경험하는,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주세요.

 


 

 

 

 

첫 번째 이야기손님 

나를 잃지 않고 일하고 싶은, 형태

 

 

 

최근 며칠 동안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이라는 이번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주제를 떠올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일터에서 나를 밀고 있는 힘이 무엇일까? 그 힘의 근본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힘이 밀어낸다면 나는 밀리지 않기 위해서 어떤 삶의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그중에서도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일터에서는 나에게 남성다움을 강요하고 결혼을 강요합니다. 이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한지 횃수로 8년째. 취직을 할 때마다 단골인사는 여자친구는 있는지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자친구는 있냐는 질문은 결혼은 언제할거냐? 라는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올해 저는 서른 한 살인데 벌써 제 주위의 남자 동료들은 이미 결혼을 했거나 할 예정이라 요즘 들어 회사에서는 저에게 소개팅을 제안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얼른 여자 친구 사겨요 그래야 1~2년 안에 결혼 하지?”

 

일터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저는 이성애자 남성이 되어 버리고 여자 친구가 없으니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되고 당연히 여성과 결혼해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20대 중반까지는 친한 레즈비언 친구가 가상의 여자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일하던 일터가 나에게 마치 너는 이성애자 남성이야! 너는 꼭 이성애자 남성이어야 해! 라고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8년부터 5년째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콜센터에서 일하다보면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성에 대하여 거부하는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스스로가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 못견뎌하며 일터를 떠나던 남성 상담원 노동자들이 여성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에 대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내가 그래도 남자인데 언제까지 이래야하냐?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뭐 남자니까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무의식적으로 이미 남성스러움이 여성스러움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 생각하는 일터에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이성애자 남성임을 강요 받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콜센터이지만 그 안에서도 남성 노동자들의 문화는 다른 일터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회식은 꼭 모두가 참여해야하고 여성 노동자들이 회식 자리에서 사라진 후에는 남자들끼리의 친목을 도모한다며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자고 하거나 좋은데 가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당연하게 합니다. 남자니까! 남자가! 형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굳이 회식 자리에 계속 참여해야 하는 일터는 그만 두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들게 만들었습니다.

 

나를 내보일 수 있는 직장 동료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와 동갑이던 남성 동료에게 나의 성적지향에 대하여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마치 지나가는 열병이라는 식으로 반응했습니다. 그 이후에 회식 때 같이 노래방을 간 적이 있는데 일부러 야한 영상이 나오는 화면을 보여주며 괜찮지 않냐고 이 여자 좀 보라며 노골적으로 이야기 했었고 한번은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며 내가 낼 돈을 대신 내줄테니 즐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노래방 도우미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손님이 진상손님인지 어떤 때 가장 일하기 어려운지에 대하여 이야기 했던 것은 나쁘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그 날 동성애자인 저의 성적지향은 완전하게 무시당했다 생각합니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일터에서 동성애자인 나는 유령이나 다름없는데 내가 동성애자인 것을 드러내니 이제는 아예 무시하였습니다. 많이 화가 났고 괴로웠지만 일터에서 그 일에 대하여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고 이야기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 후에 그 회사에서 퇴사를 했습니다. 물론 더 괜찮은 회사를 찾아서 옮길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저에게 있지만 이것은 더 나은 곳을 찾기 위한 권리를 말하기 이전에 일터에서 내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밀려난 것이고 자발적으로 그만두게 포기하게 만든 것입니다. 당시에 2년 7개월 정도를 다닌 일터였었고 주임의 직급에 부팀장이었던 상황에서 그것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제 삶에 있어서도 가장 모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그 직장동료가 저에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형태 니가 아직 여자 맛을 못봐서 그래~! 진짜 더 경험해보면 달라질거야!”

 

앞으로 살면서 그런 사건으로 내가 노력하고 쌓아왔던 것을 내가 이성애자 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밀려나게 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일터는 저에게 이성애자 남성이기를 강요합니다. 그래서 남자다워야 하고 당연히 여성을 사랑해야 하고 여성과 결혼을 해서 당연히 이성애자만으로 이루어진 정상적인 가족을 구성하기를 압박합니다.

 

저는 제가 이성애자 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밀려나고 싶지도 않고 밀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데 일터는 저에게 이성애자 남성이 아니어도 저는 이성애자 남성이 아닙니다 동성애자 남성입니다! 라고 일터에서 드러내지 말라고 합니다. 저는 저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 현실이 동성애자만의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부당한 것은 개인이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인해서 그런 일터에서 일하는 것이니 더 좋은 일터로 가기 전까지는 일터에서는 닥치고 일만하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남성이 아니기 때문에 고학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이성애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터는 채용시부터 혹은 일하는 동안에 일터에서 노동자를 밀어냅니다. 같은 사람이고 같은 노동자인데도 세상은 노동자도 노동자마다 계급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정말 은밀하고 조용하고 때론 교묘하게 속내를 드러냅니다. 저는 이것이 굉장히 공포스러운데 세상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당연히 남성이 여성보다는 노동을 더 많이 해야하고 저학력자보다는 고학력자가 더 나은 노동을 할 기회를 가져야하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게 싫으면 정규직이 되어야 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은 취업을 할 기회조차 박탈 당하기 쉽고 이성애자가 아닌 노동자는 일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것이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심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밀어내는 힘이 또 다른 노동자들을 밀어내고 내가 밀리면 다른 노동자들도 같이 밀린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의 고난이 다른 이들에게도 고난으로 닿고 있어서 그 고난이 나를 일터에서 밀려나게 할 때 같이 그 힘을 밀어내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도 밀려나지 않고 밀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나를 잃지 않고 일하고 싶습니다.

 

 

 

 

다섯 번째 이어말하기 | 일터에서 밀어내는 힘

 

01

02

03

첫 번째 이야기손님

나를 잃지 않고

일하고 싶은

형태

두 번째 이야기손님

이름을 불리고 싶었던

아리데

번째 이야기손님

현수막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애여성노동자

김상

 

 

 

 

 

 

 

활동보고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