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UP] 기독여민회의 정혜진, 남궁희수 활동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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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은 성탄절이다. 일부 보수기독교 단체들이 성소수자, 이주민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지만, 예수는 차별 없는 사랑의 정신을 강조한 분이시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한 세상을 바라며 차별금지법제정운동에 함께하는 많은 기독교단체들 역시 존재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최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함께 한 기독여민회의 두 활동가를 만나 예수· 여성· 민중의 가치와 반차별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독여민회는 어떤 단체인가?

혜진 “예수· 여성· 민중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NGO이고, 현재 여성단체연합 소속이다. 1986년에 설립되었고, 지난 삼십여 년 동안 사회복지 운동, 평화운동, 여성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 중에서도 지역탁아방 운동은 기독여민회가 주도했고, 방위비 삭감 운동과 같은 평화 운동에도 앞장섰다. 이 일을 하셨던 분들이 지금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창립을 주도한 멤버들이기도 하다. 타종교를 가진 분들도 드물게 계시지만, 주로 개신교인들이며, 평신도와 성직자가 반반 정도의 비율인 것 같다. 교단을 가리지 않고 개신교에 속하는 여러 교파들이 함께하는 초교파 단체라 할 수 있다. 회원은 200-300명이며 현재는 회원사업, 장학사업, 교육사업(세미나) 등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두 분의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희수 “감리교 목사이며 기독여민회에서 일한 지는 3년 조금 넘었다. 2016년이 기독여민회 30주년이었는데 그 전 해인 2015년도부터 총무로 일하고 있다. 그 전에는 감리교단 조직에 있었기 때문에 초교파조직으로 오게 된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혜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평신도이며, 기독여민회 회원활동은 2002년부터 시작했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하는 때였는데, 신학 공부가 교회와 사회 현장과 괴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이 기독여민회 활동을 하게 한 것 같다. 기독여민회 선배들이 일하시는 곳, 가령 이주민노동자 센터 같은 현장들을 탐방하기도 하고 여러 모임들에 참여하면서 신학을 ‘몸으로 살아내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작년에 박사학위를 마무리하면서 기독여민회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서 임원활동을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연구실장으로 반반상근 일을 시작했다. 모교에서 시간강사로도 일하고, 번역일도 함께 하고 있다.”

 

 

성차별에 맞서, 성서 안의 근본정신을 강조해야

기독교의 여러 요인들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감하신다면 그렇게 느껴지는 지점들은?

희수 “성경이 일단 성차별적이다. 남성목사가 여성목사보다 수적으로 많기 때문에 시스템이 남성목사에 맞춰져 있고 여전히 교단의 권력은 남성목사 중심이다. 그래서 교단 내에서는 여성할당제처럼 15% 여성참여를 실현해달라는 운동을 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눈에 드러나도 특별히 문제제기 하지 않는 조직이었다. 3교회 내 여성인권, 여성들의 활동영역에 대하여 가시적으로 이야기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여성목사를 어떻게 동료로 대해야 하는지 아예 그런 문화 자체도 잡혀 있지 않다. 사회보다 교회가 더 가부장적인 곳이다.”

혜진 “교회와 교단이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이라는 말에는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성서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성서가 성차별적이다”라고만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성서 안에는 성차별적인 요소들이 분명 있고, 그런 부분들을 여성, 소수자의 경험에서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작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과 함께 성서의 근본 정신이 무엇인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성서 안에는 여성해방적, 인간해방적인 요소가 있고, 권력에 대한 저항의 정신이 면면히 흐르기 때문이다. 이런 해방의 큰 줄기 안에서 성서 안에 엄연히 존재하는 성차별적 본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작업은 기독여민회가 초반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해온 일이다.”

희수 “기독여민회에서 매주 세미나를 하는데, 안희정 전 지사 1심 선고가 나던 주간에 마침 다니엘서의 수산나 이야기를 함께 읽고 토론하게 되었다. 성차별과 갑질이 팽배한 현실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성폭력이 성서 속의 한 여성 인물의 이야기와 겹쳐서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성서 본문에서 하나님은 힘있는 남성들에 의해 부당한 죽음을 당할 뻔한, 한 억울한 여성의 편이시다. 성서는 성차별적인 현실을 반영하지만, 그럼에도 그 밑에 여성해방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이 본문에서도 알 수 있다.”*

 

 

혐오에 저항하는 연대

많은 혐오선동에 보수기독교를 표방하는 세력들의 횡포가 있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이런 모습에 대해서 보수기독교세력이 아닌 다른 종교인들, 신도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혜진 “얼마 전 우리 단체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급진적 포용주의와 성소수자’ 같은 행사를 기획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몇 해 전부터 개신교 주요 교단들에서 성소수자나 관련 목회를 하는 분들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공표하는 일들이 있었다. 퀴어퍼레이드를 방해하는 움직임도 나타났고, 최근 장신대에서 혐오에 반대하는 무지개 퍼포먼스를 한 학생들을 징계한 일도 있었고.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분노와 더불어, 저런 사람들이 기독교를 대변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기독교인이 모두 소수자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데, 다른 생각을 가진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아서 저렇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반성도 하게 된 것이다. 분노하고,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과연 그들이 행하는 차별과 배제가 정말 기독교적인 것인지, 성서의 정신에 부합하는지 따져보고 제대로 알고 나서 또 그것을 알리는 일도 해야겠다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급진적 포용주의와 성소수자 자료집
▲  그리스도교 신앙의 급진적 포용주의와 성소수자 자료집
ⓒ 기독여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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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 “기독여민회에서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 즈음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보수기독교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교회법을 바꾸거나 이단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성소수자를 억압하고 있다. 건전한 생각을 하고, 복음을 온전히 실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 점에서 아주 소소한 연대를 하고 있지만 기독여민회는 교단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나아가기로 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본격적인 운동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예전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제는 저항할 수밖에 없는 세력이 나타나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겠다 싶었다.”

혜진 “강연은 크게 두 부분으로 진행되었다. 1부는 신학, 정신의학에서 전문가를 한분씩 모셔서 이야기를 들었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는 성서의 구절들을 다시 해석해보고, 그런 구절들을 넘어 성경 전반에 어떤 평등적 메시지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 선생님으로부터는 성소수자는 전혀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전환치료는 잘못되었고, 정신의학의 역할은 오히려 소수자들이 사회의 편견과 차별로부터 아픔을 겪을 때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말씀도 들었다. 2부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고 청중들의 호응도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모신 두 분이 모두 기독교 신앙인이셨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성소수자들에게 신앙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성소수자들과 그 가족들이 믿고 고백하는 신앙에 오히려 겸손하게 응답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서로 확인하게 되었고, 앞으로 침묵하지 말고 이런 입장들을 더 밝혀야겠다, 자신감을 갖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희수 “결국에는 기독교인으로서 성소수자를 긍정하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있다. 퀴어축제의 혐오세력들 뿐 아니라 그런 것을 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위협감.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자기 검열이 발생한다. 그런 차원에서 자신을 드러내도 안전한 공간으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또 다시 고립될 테니 양지에서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에 대하여 자유롭게 말하고 지지하고 그 지지를 지지받을 수 있는 곳이 더 필요하다.”

그 행사 당시에 혐오세력은 오지 않았나?

혜진 “다행히 오지 않았다.”

희수 “우리는 아직까지는 아주 전면에서 싸우거나 그런 경험은 없다. 혐오세력도 굉장히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그분들의 신앙고백이라는 것이 적극적인 신앙이라기 보다는 한 리더십에 의하여 집단화 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의 행사 같은 것이 그들에게 대항할 의지를 별로 주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접근이 앞으로 더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예수, 여성, 민중의 정신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가입의 계기와 이유는?

혜진 “11월 행사를 준비하던 중에 10월 말에 ncck 주최로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시민종교사회 간담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몇 분 임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불교 4개 종단에서 오신 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개신교 보수 세력이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이 실감이 되면서 한 사람의 개신교인으로서 낯이 뜨거웠다. 불교 쪽에서 오신 분이 ‘종교에서 반차별, 인간 평등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할 때가 특히 그랬다. 그래서 강연회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회적인 행사로 그치지 말고 관련법이나 제도가 마련되는 데도 힘을 함께 모아야겠다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10월30일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촉구 종교시민사회 간담회
▲  10월30일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촉구 종교시민사회 간담회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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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 운동에 함께 하는 것은 기독여민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혜진 “기독여민회의 색깔에서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기독여민회 회원분들은 기본적으로 평등 감수성이 있는 분들이다. 아동, 장애인, 노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복지 활동가들도 많고, 여성 성직자분들은 교회와 교단의 성차별에 일찌감치 문제의식을 가지고 싸워오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에 대해서 당연히 공감할 것이고, 그럼에도 성소수자 이슈로 인해 보수 기독교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에 다들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실 것이라 짐작한다. 실무자 두 사람이 1인시위에 참여하고 사진 공유하면서 활동 상황을 알려드리면 다들 응원하시고 참여도 함께 하시리라 믿는다.”

희수 “여성민중운동을 기조로 단체가 시작되었다. 저희 안의 실제 멤버들은 진보적인 지식인 그룹이 되어가는 거 아닌가 싶은 고민이 있지만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운동의 주된 사업 대상은 여성민중이다. 점차 우리 사회에서 고통당하는 민중은 누구인가 했을 때, 특히 기독교 때문에 고통 받는 민중은 성소수자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당연해졌고 어떤 회원도 우리가 왜 성소수자에 대하여 이야기하냐고 항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얘기하자고 동의해주었다. 실무자로서 힘 받아서 하고 있고, 본래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활동이 기독교내에서는 엄청난 전쟁이 될 것이다. 분명한 목적의식에 기반. 성소수자 관련해서 계속 관심은 있었지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전환의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선 내용에서 하지 못한 말씀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마디해달라.

혜진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기독여민회의 정신은 “예수, 여성, 민중”이다. 그래서 어떤 활동을 기획하든 “오늘의 민중은 누구인가”를 질문해 보고, 예수의 정신에 근거해서, 그리고 여성들의 경험에 입각해서 현실을 비판하고 그 대안들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소수자들과 약자들의 권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는 일에 함께 하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기독여민회가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한 것도, 미혼모 단체들과 연대하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에도 가입하게 되었는데, 연대활동을 통해 우리 단체의 기치도 새롭게 되새기면서 구체적인 제도 변화에도 기여하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다.”

희수 “매년 발행하는 소식지의 제목이 ‘일하는 여성의 기쁜 소식’이다. 초창기에는 정말 여성노동자, 가정 안에서 일을 하는 여성 등에 대하여 정보, 생각 등을 나누는 소식지였다. 점차 일하는 여성에 대한 생각도 다양해지고 그 안에서 사회적 소수자라는 표현으로 다양한 모습의 여성. 비혼여성, 싱글맘, 성소수자 등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모든 사회적 소수자에게 기쁜 소식이 되고자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지금 30년이 지나서 단체의 존립여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음 세대를 낳는 산파의 역할을 해보자는 다짐을 했는데, 다음 세대란 누군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런 인터뷰도 굉장히 오랜만이다. 계속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연대와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린다.”

 

수산나라는 여인이 있었다. 마을의 원로 두 명이 유부녀인 수산나를 겁탈하려 시도하는데 실패하자 수산나를 젊은 남성과 간음하였다는 누명을 씌워 사형에 처하려 한다. 그때 하나님께서 수산나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 자리에 있던 다니엘에게 진실을 깨우치는 지혜를 주시어 수산나의 무죄를 밝히게 하셨다. (다니엘서 13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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