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행동/차별금지법제정연대 –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제작진 면담 보고]
지난 10월 28일,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편이 방송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의 방송은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아닌 공영방송을 이용한 차별과 혐오를 노골적으로 전파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에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각각 논평을 통해 방송의 문제점을 이야기했고, 이후 공동 대응 단위를 꾸려 방송 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였고, 해당 내용을 정리하여 심야토론 제작진에 의견서 및 면담요청서를 발송하였습니다.
그리고 12. 19. 무지개행동과 차제연은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 기획담당, 담당작가와 면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1.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함이었던 점, 2. 그럼에도 방송에서 소수자 인권을 다룸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그 결과 성소수자를 부정하는 혐오가 전시된 것에 유감을 느낀다는 점, 3. 근본적으로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송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서로 확인하였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무지개행동/차제연은 다음 사항을 제작진에 전달했습니다.
1. 사회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상황에서 공영방송인 KBS가 방송을 통해 소수자 인권에 대해 다룬다면, 소수자를 부정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보다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주제선정, 진행, 패널 선정 단계부터 면밀한 검토 및 검증을 하고 필요하다면 인권단체들의 자문을 구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2. 인권문제를 다룸에 있어 다른 정책문제처럼 단지 찬반구도로 다루는 것이 여러 방송들에도 있는데 이는 방송이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인권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공영방송이 기계적 중립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누구의 인권도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사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3.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토론 프로그램의 전제가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고 사회 구성원 누구도 차별, 배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되어야 한다. 방송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가 부정될 때는 이것이 이러한 전제를 위반한 것이라는 것을 확고하게 주지시키는 것도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방송의 공정성과 인권존중 둘 모두를 함께 맞춰가기 위한 방송의 역할을 고민하여야 한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무지개행동/차제연의 의견에 모두 공감하며 방송 내용에 대해 무겁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그 동안 공정성, 객관성만을 언론의 역할로 생각했는데, 인권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답하였습니다.
무지개행동/차제연과 KBS 제작진은 이처럼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인권을 다룸에 있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고 대화를 가져가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은 한 편의 방송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닌 소수자 인권, 차별금지를 위해 방송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무지개행동/차제연은 앞으로도 방송과 인권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만들고 이를 논의하는 자리들을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앞으로의 활동에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8. 12. 31.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