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및 면담요청서 :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해

 

수 신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제작진
발 신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외 27개 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knp+외 117개 단체)

담 당
제 목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 제출 및 면담 요청서
발 송 일 2018년 12월 5일 총 8매

 

지난 10월 27일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은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금태섭, 이언주, 진중권, 조영길 4명의 패널을 초청하여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날의 방송은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진지한 공론의 장이 아닌,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노골적 혐오의 장’이 되었습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사전 예고된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의 현실과 차별금지법의 필요성보다는 ‘성소수자 정체성이 선천적/후천적인지’,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의견이 허용될 것인지’와 같은,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주요 의제로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패널로 나온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조영길 변호사는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를 주장하며, 성소수자의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들을 반복적으로 하였습니다. 또한 언론을 통해 허위사실로 밝혀진 내용들을 근거로 제시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사회자 또는 프로그램 제작진 차원의 어떠한 제지나 사실정정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처럼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토론의 대상으로 삼고 공중파에서 노골적인 혐오와 거짓된 정보가 전파되게 한 <엄경철의 심야토론> 제작진, 나아가 KBS에 유감을 느낍니다. 이에 KBS가 공영방송사로서 인권존중의 책무를 다하고 향후 이러한 공중파를 통한 혐오가 전시되지 않도록 더 나은 대책마련을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다음과 같이 의견서 및 면담요청서를 보냅니다.

 

  • 면담 요청에 대하여 1212() 까지 공식적인 답변서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다 음

 

 

  • 인권존중과 차별금지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0조 역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인간존엄의 불가침성과 이를 보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인권의 보편성과 불가침성은 현대 민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서 국가는 물론 사인 역시 이러한 인권을 존중할 의무를 집니다. 특히 언론은 입법, 행정, 사법에 이어 ‘제4부’라 불릴 정도로 현대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과 책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언론에 있어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에 못지않게 준수되어야할 책무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방송법」 제5조 제1항은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여야 한다” 고 명시하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 제1항 역시 “ 방송은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하여, 방송의 인권보장 책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KBS의 「방송편성규약」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인권을 신장하며 민주주의 기본질서의 정착에 앞장”서는 것을 방송편성에 있어 지켜야 할 일반 기준으로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언론의 인권보장 책무에 있어 중요한 것이 사회적 소수자 집단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소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전하는 언론이 앞장서서 이들의 의견이 충실히 표명되고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방송법」 제6조 제5항 역시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하여, 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한 방송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은 보다 구체적으로 장애인,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등 상대적으로 소수인 집단을 다룸에 있어 언론이 지켜야할 지침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인권보장의 원칙과 언론의 공정성

 

이처럼 언론, 특히 공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방송의 경우 높은 인권존중 의무가 있음에도 이번 방송토론 또는 뉴스보도 등에서 소수자의 존엄성을 해치는 혐오발언이 반대의견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령 여성혐오의 문제를 다루며 단순히 ‘여혐과 남혐’의 대립구도로 토론을 진행하거나, 대선, 지방선거 후보 TV토론에서 후보자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발언을 함에도 이를 선거과정에서의 하나의 의견표명으로 다루는 모습을 많은 언론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의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소모적인 논쟁만이 제기되면서 막상 혐오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진전되지 않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번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방송 역시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피상적 이야기만이 오갔을 뿐 차별금지법에 대한 구체적인 쟁점은 제대로 이야기되지도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해석이 깔려 있습니다. 특히 토론프로그램과 같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두 제시해야 하는 경우, ‘기계적 중립’이라는 명목에 집착하여 ‘인권’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인권의 보편성과 불가침성을 공공연하게 부정하는 인물을 패널로 선정하고, 명백한 혐오와 차별 선동에 대해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동등한 발언기회, 시간을 보장하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공정성이 진정으로 어떠한 것인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는 “대담·토론프로그램의 경우 형평성, 균형성, 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출연자 선정에 있어 대립되는 개인과 단체 참여를 합리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 곧 어떠한 사안에 대해 찬반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토론에 동등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한 의견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고, 무엇보다 「방송법」이 규정한 인권존중과 소수자 권리보장의 정신에 부합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적인’ 의견들이 공론장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균형 있고 공정한 토론이 가능한 것입니다. KBS의 「공정성 가이드라인」 역시 일반준칙에서 “공정성은 비례적이거나 산술적인 균형 또는 외견상의 중립성에 의해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의를 추구하는 윤리적 자세로 접근할 때 확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러한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권’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인권을 부정하는 의견을 반대의견으로 내세워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애시 당초 잘못된 구성이며, 특히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소수자의 존재 차제를 찬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구조적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일 뿐 균형적이고 공정한 토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이 “문화다양성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보장될 때에만, 이루어지고 보장될 수 있다” 강조하고 있는 것의 의미에 대해 언론은 숙고해야만 할 것입니다.

 

 

  •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의 문제점

 

위와 같은 원칙들에 비추어보았을 때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방송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1) 방송 기획의 문제 : 이 날의 방송은 처음 기획 당시부터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의제로 삼아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를 하나의 의견으로 설정하고 있었습니다. 방송 2일 전인 10. 25. SNS에 공지된 국민패널모집 안내를 보면,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의 초창기 주제는 ‘동성애, 어떻게 볼 것인가’입니다. 동성애자의 인권보장에 대한 사회의 역할을 토론하는 것이 아닌 동성애를 찬성할지 반대할지를 토론주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내문의 말미에는 “대한민국의 풀리지 않는 논란, 동성애!” 라고 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아닌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가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결국 방송 기획 자체부터 이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다른 의견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주제를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으로 바꾸었음에도 실제 방송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구체적 토론보다는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진 것입니다.

 

2) 패널구성의 문제 : 앞서 보았듯이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토론프로그램의 패널로서 발언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KBS가 진정으로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한 합리적인 토론을 만들고 싶었다면,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차별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하에 이를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이 가능할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패널로 선정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날 출연한 이언주, 조영길 두 패널은 앞장서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해 온 인물들입니다. 특히 조영길 패널의 경우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유해하고 혐오를 유발한다”는 혐오발언을 공공연하게 해 온 인물이며, 이 날 방송에서도 ‘동성애독재’ ‘동성애 전체주의’라는 노골적인 성소수자혐오를 드러냈습니다. KBS는 방송을 기획함에 있어 이러한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과 확인을 하였는지가 의문이 듭니다.

또한 시청자 패널 역시 성소수자로서 자신이 겪고 있는 차별현실을 이야기한 당사자와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오히려 혜택을 받고 있다”는 입장의 신학대학교 학생을 각각 내세웠습니다. 성소수자들이 혜택을 누린다는 발언 자체가 근거 없을뿐더러 성소수자 당사자와 신학대학교 학생이라는 두 시민패널의 구성은 어떠한 의도에서 설정된 것인지 역시 의문이 듭니다.

 

3) 허위정보의 전파 :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하여 방송의 객관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미 공공기관과 언론 등을 통해 검증이 이루어진 ‘허위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졌음에도 사회자가 이를 제지하거나 방송화면상 이에 대한 정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령 이언주, 조영길 패널이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반대의견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처벌된다거나, 근거로 제시한 ‘외국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했다가 잡혀갔다’, ‘동성애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이가 벌금 폭탄을 맞았다’는 등의 내용은 모두 허위로 밝혀진 내용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들 KBS는 아무런 여과없이 이들 정보를 사실인양 방송을 통해 전파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였습니다.

4) 시청자 의견 노출 : 이날 방송에서는 화면 하단에 시청자들의 문자의견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자의견에는 “혐오가 아니라 반대할 자유다”, “동성애, 무엇을 차별받는다는 말인가요”, “동성애는 질병이다”, “퀴어축제 보고 싶지 않은 자유는 누가 보장해주는지요” 등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물론 시청자들의 문자를 통해 토론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 속에서 열린 의견의 장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KBS는 예상했어야 하고 또한 실제로 그러한 내용들이 계속 방송을 통해 전파된다면 KBS는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날 방송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종합의견 및 면담요청

 

인권 문제 역시 방송에서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의 토론은 인권이 보장되고 어떠한 혐오와 차별도 없는 사회를 위해 언론을 포함하여 사회구성원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번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방송과 같이 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차별과 혐오의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KBS가 인권문제를 다룸에 있어 보다 공영방송사로서 보다 높은 책임성을 가질 것을 요구합니다.

 

한편으로 KBS가 ‘공정성 가이드라인 제작’, ‘성평등센터 신설’ 등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방송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온 사실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KBS가 이번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방송의 문제를 단지 방송 한편만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권이 존중받고 평등한 방송환경을 만들기 위한 어떤 변화들이 있어야 할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함께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 의견서를 제출함과 더불어 이번 방송의 제작책임자인 김영철 책임프로듀서에게 면담을 요청드립니다. 면담을 통하여 KBS가 인권보장을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점검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

 

* <붙임> 면담요청서

 

 

2018. 12. 5.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붙임> 면담요청서

 

 

면담요청서

 

 

□ 때 : 20181219() 10

□ 곳 : KBS방송사

(면담요청에 대한 답변을 1212()까지 주시기 바랍니다)

 

 

□ 면담대상 : KBS 김영철 책임프로듀서

 

□ 면담내용 : 엄경철의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 혐오와 차별 문제를 다룸에 있어 언론의 역할

 

 

□ 면담요청단체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면담 참석인원 6명 내외)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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