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제주도의회의 처참한 인권의식과 누더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규탄한다

 

제주도의회의 처참한 인권의식과 누더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규탄한다

 

지난 12월 23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이 통과되었다.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에 이어 6번째 학생인권조례 제정이다.  하지만 이번 조례 제정에 대해 우리는 결코 환영의 뜻을 보낼 수 없다. 이번에 제정된 조례는 당초 발의안에서 크게 벗어난 학생인권조례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조례안은 지난 7월 고은실 의원 외 21인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것이다. 제주도의회 총의석수가 43석이라는 점에서 과반수의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 12월 18일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도내 교사 2천여명이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유를 들어 발의안에서 대폭 수정한 대안을 본회의에 부의했고 이것이 23일 가결된 것이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조례에서 학생이 아닌 교사들의 의견을 이유로 수정을 한 것도 문제적이지만 그 수정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첫째로 성적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사유를 대폭 삭제했다. 당초 발의안에서는 “학생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제3호에 따른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와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교육위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차별금지사유로 “성별, 종교, 나이, 출신지역, 장애, 용모나 신체조건, 징계, 학업 성적”만을 명시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차별금지사유가 19개인 것을 고려하면 차별금지사유를 대폭 삭제한 것이다. 무엇보다 위 교육위가 이야기한 반대의견 대다수가 동성애, 성소수자혐오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해당 대안은 ‘성적지향’을 삭제하기 위해 의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참고로 앞서 제정된 5개 지자체의 학생인권조례안 모두가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둘째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학생인권조례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다. 발의안에 있던 학생인권옹호관이 삭제되고 도교육청 소관 부서에서 담당하는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상담과 조사업무를 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학생의 인권침해와 차별 은 교육기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것임에도 이에 대한 대응을 외부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가 아닌 교육청 산하 부서가 하는 것으로 축소한 것이다. 나아가 학생과 관련된 정책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학생참여위원회 규정도 삭제되었다. 그야말로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는 조례의 목적을 완전히 훼손한 누더기 조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의회의는 조례 논의 과정에서도 낮은 인권의식을 보여주었다. 23일 조례안 토론과정에서 강충룡 의원이 공개적으로 “전 동성애, 동성애자 싫어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사안과도 무관하고 공론장에서의 명백한 혐오표현이라 할 수 있는 이 발언에 도의원 누구도 공개적인 제지를 하지 않은채 조례안이 그대로 통과된 것은, 그만큼 제주도의회의 전체적인 인권수준이 개탄할 만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조례가 통과된 것과 바로 같은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회 특별보고를 받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문제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어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역시 비슷한 취지의 평등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평등을 바라는 도민들의 의견도 대의하지 못하고 정부와 국회의 기조에도 발맞추지 못하는 제주도의회는 정녕 부끄럽지도 아니한가.

 

우리는 제주도의회에 요구한다. 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의 취지와 목적에 맞도록 하루빨리 원안대로 조례안을 개정하라. 또한 의회에서 강창룡 의원의 발언과 같은 혐오표현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라. 이번 조례 제정에 대해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연대는 논평을 통해 인권조례다운 인권조례를 위한 개정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역시 제주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제주도 내의 모든 학생들이 인권을 보장받고 평등한 공동체가 실현될 때까지 연대와 투쟁을 지속할 것이다.

 

2020. 12. 24.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입장

One thought on “[공동논평] 제주도의회의 처참한 인권의식과 누더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규탄한다

  •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