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군대내 성폭력, 차별의 구조를 갈아엎어라
-故이 중사의 명복을 빌며-
2021년 5월 19일, 또 한 명의 성폭력 피해자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故이 중사가 생전 겪었을 깊은 절망에 분노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시금 성폭력이란 차별적 구조에 기인하는 것임이 드러났다. 故 이 중사 사건과 비슷한 양상의 성폭력 사건은 계속 발생해왔다. 군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대서특필 될때마다 각 군과 국방부는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시스템을 정비하겠다 공언하였다. 그러나 이미 시스템이 갖추어질 충분한 시간이 지난 2021년 여름의 초입, 이 사회는 또 다시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를 떠나보냈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위계적인 조직과 성차별적인 군대문화 속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조차 오롯히 인정받지 못하였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군대내 성적 괴롭힘의 피해가 드러났을 때 어떤 불이익이 있었는가 묻는 설문조사에 35.3%의 응답자가 집단따돌림이라 답하였고 가해자 또는 부대 내 선임에게 보복을 당했다는 응답과 상관에 의해 보복을 당했다는 응답이 각 23.5%였다. 그리고 성적 괴롭힘에 대응했을 때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군이 가해자와 피해자 중 누구의 편에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응답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고인은 가해자에게 조롱과 ‘신고하면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렸고 청원휴가 이후 옮겨간 부대에서는 ‘관심사병이 왔다’는 조롱과 집단따돌림을 겪었다. 2014년의 조사에서 드러난 군의 성차별적 현실은 변함이 없었고, 이로 인해 지금도 발생하고 있을 군대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故이 중사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공군도 국방부도 이번 사건이 가해자 장 중사의 악함과 공군 20비행단의 대처 능력 미흡 때문만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 조직 전체의 차별적인 문화와 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 그리고 개선이 필요한 때이다. 실효성없는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군에 만연한 성차별적인 문화와 구조를 갈아엎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녀의 평안한 안식을 위하여 군은 무엇보다 가해자를 엄벌하고 책임자 전원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폐쇄적인 군 사법체계를 개선하고 성차별적 구조를 타파하여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군 조직으로 변화할 것을 촉구한다.
2021년 6월 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