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육군은 부대원들의 지지와 응원에 응답하여 변희수 하사의 군인으로서의 소임을 보장하라

[논평]육군은 부대원들의 지지와 응원에 응답하여 변희수 하사의 군인으로서의 소임을 보장하라

22일, 육군 전역심사위원회는 복무 중 성 확정 수술을 받고 복무를 지속하고자 원했던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의 전역을 결정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한 결정이었다. 이로써 변 하사는 성정체성 뿐만 아니라, 노동권에 있어서도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되었다.

심사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변 하사에 대해 긴급 구제 결정을 내리며 이것이 “현역 복무 중 성전환자에 대한 별도의 입법이나 전례가 없고, 해당 부사관의 성전환 수술행위를 신체장애로 판단해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은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행위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전역 심사를 연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군은 개인의 성별 정정과 무관하게 성기 훼손이 심신 장애 3등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어이 전역을 결정한 것이다.

성별이분법으로 명확히 구분된 군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에게 안전하지 않다. 성소수자 색출 사건, 해군내 성소수자여군 성폭력사건까지 심각한 폭력이 자행된 곳이기도 하다. 비단 성소수자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밝혀진 각종 괴롭힘과 가혹행위를 보더라도 군은 인권침해가 만연한 현장이었다. 때문에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자신을 드러낸 변 하사는 상상하기 어려운 용기를 낸 것일 뿐 아니라 군인으로써 자신의 직업에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토록 큰 용기를 낸 데는 부대원들의 지지와 응원, 군이 차츰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변 하사는 자신이 바라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군인의 소임을 다하리라는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미 변 하사와 동료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함께 하고 있었다.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 수용했고 지지해주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군의 결정은 다양한 정체성을 받아들인 구성원들의 바람과 변화에의 기대를 반영한 결정이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역심사위원회는 한낱 절차와 규정에 매몰되어 이들의 믿음을 배반했다. 심지어 그 결정은 차별을 또다른 차별로 정당화한 것이었다. 군은 오늘의 결정을 두고두고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어떤 조직이든 변화의 바람은 분다. 군도 마찬가지다. 이번 일은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군 복무를 희망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병역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피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논의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어야 한다.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일이야 말로 진정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한편 인권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발빠른 입장을 냈으나 그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뒷짐지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권고가 무시된 상황에서 인권위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한 국방부가 강제성이 없는 인권위 권고를 가볍게 무시해버린 이번 사례를 보더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중심으로 한 실효성있는 제도 마련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2020년1월2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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