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궤도에 올리다” 토론회 현장스케치

사월(다산인권센터)

 

 

2018년 8월 29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첫 번째 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관심만큼 많은 이들이 함께 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 UN사회권위원회의 권고이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뜨거운 열의가 모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무엇인지, 각 계가 생각하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발제를 맡은 미류(인권운동사랑방,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님은 “이 자리를 통해 차별금지법이 ‘지금 꼭 필요한 법’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싶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더 많은 토론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2003년부터 추진되어온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를 거쳐 입법 예고되었으나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차별선동 단체들로 인해 7개의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된 점”을 언급하며 “이것은 7개의 사유에 대해서는 차별해도 된다는 것, 차별이 허용된다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야기했고 시민사회가 본격적으로 차별금지법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시민사회는 차별금지법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한국사회의 현실을 주목하며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각성이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각성되지 못했고 차별금지법은 10년째 유예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평등한 촛불 광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나, 계획이 있는가에 대해 국회와 정부가 대답해야할 때”라고 주장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상태는 누군가가 차별받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고 이 상태가 차별의 구조를 심화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미류님은 “이 사태를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 말고는 혐오와 차별을 종식시킬 수 없”으며 “무엇이 차별인지 알아차리는 만큼 더 많은 차별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사회의 고민으로 가져가며 평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 것”이므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이 사회에서 심화되는 차별과 혐오에 어떻게 맞서서 평등한 사회를 재건할 수 있을지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는 차별금지법의 방향과 개요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발제를 맡은 조혜인(희망을만드는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님은 “영역과 사유를 아우르며 교차하는 통합적인 법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고 개별로 생긴 법들을 포괄하는 법을 제정하는 국제적 정세”를 소개하며 “평등의 법리는 세계적으로 주고받으며 발전한다. 국내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사회적, 역사적인 맥락이 담겨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차별금지사유가 논란이 되었고 입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었음”을 지적하며 “이것은 누군가를 동등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가의 문제로 여겨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순히 누군가가 나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혐오나 차별인지, 혐오나 차별이라면 그 말 아래 차별적 구조를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며 “더 잘 말할 수 있는 법으로써 차별금지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차별의 문제는 편견과 고정관념 등에 의해 만들어지며 합리성이라는 이유로 발생한다. 기존의 합리성에 문제제기하며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입증해내는 것이 차별금지법”이며 “차별금지법을 통해 인권위, 법원, 사회일반에 적극적인 사회기준을 제시하여 차별에 대한 전향적인 사례가 생기고 법원에서 판결이 만들어질 때 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만들어지고 규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발제에 이어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토론자 고은지(난민인권센터)님은 최근 예맨 난민을 둘러싼 혐오와 차별의 확대를 소개하며 “가짜뉴스, 가짜 담론이 발생한 것은 이주, 특정국적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난민에 대한 혐오는 다른 이들을 향한 혐오와 맞닿아 있다며 혐오와 차별을 기반으로 한 협박, 물리적 폭력이 존재하며 당사자 집단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생각”해야 함을 짚어주었습니다.

 

두 번째 토론자 이종걸(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님은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에서 차별금지사유 삭제를 허용한 정부와 혐오선동세력에 대처한 국가기관의 문제를 짚으며 “차별선동세력들이 집단화되고 조직화되며 다양한 소수자들이 혐오와 차별을 만나게 되고 있다”며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주장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기본법으로서 꼭 필요한 법”임을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 토론자 이충은(민주주의법학연구회, 수원시 인권센터 시민인권보호관)님은 “차별금지사유가 상세하게 규정되어야 하며 사후적 구제수단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므로 사전적 구제수단이 함께 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인권영향평가 제도의 도입”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네 번째 토론자 김모드(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님은 촛불광장 이후 시민사회가 바라보는 차별금지법과 이어진 행동을 주요하게 꼽으며 “정부는 촛불이후 터져 나온 변화를 열망하는 목소리를 위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섯 번째 토론자 노선이(한국성폭력상담소)님은 여성운동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한 이야기를 토대로 토론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차별을 시정할 수 있도록 체계를 짜는 것이 중요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는 차별을 예방, 피해자 구제, 기존 성폭력 관련법으로 규제할 수 없었던 혐오표현에 제재가 필요”하며 “무엇이 차별인지, 왜 차별이 시정되어야하는지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권력구조를 바로 보고 폭력과 혐오를 반대하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 토론자 조형석(국가인권위원회)님은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강제수단과 강제집행력이 존재하지만 시정명령으로 가는 경우가 많으며 명령의 범위가 협소하여 규정범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내 국가의 의무 규정, 차별시정계획 수립 규정을 담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시정 수립의 의미를 담는 것”에 대해 주장했습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있었던 불합리함을 점차 발전시켜야한다”고 주장하며 토론을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고민들이 오고가며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은 단순히 법 제정운동을 넘어 차별의 구조에 맞서는 운동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고가는 이야기 속 촘촘히 쌓인 고민은 변화를 향한 구름판이 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첫 번째 토론회는 평등한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발 구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진행 될 차별금지법제정 운동의 여러 활동이 모여 변화의 날은 도래할 것입니다. 토론회에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후 활동에도 꾸준히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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