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UP] 2023-7월호 | 이 달의 이슈, 여기 있슈 : 혐오표현 정당현수막, 어떻게 대응할까?

[평등UP] 2023-7월호 | 이 달의 이슈, 여기 있슈 : 혐오표현 정당현수막, 어떻게 대응할까?

 

차별금지법과 결을 같이 하는 여러 입법 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고, 알뜰한 내용을 꽉꽉 담아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입법 이슈가 궁금해유? 바로 바로 “여기 있슈~”

 

7월의 입법대응팀의 이슈는 바로 “혐오표현을 담은 정당 현수막”입니다.

 

아직도 구시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몇몇 사람들은 지난 7월 1일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을지로2가 일대에 혐오표현이 가득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어요. 심지어 개인 명의가 아닌 정당의 모습을 띈 단체의 명의로 게시해 두었죠.

 

 

이렇게 정당 명의로 혐오표현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 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어서 정당 현수막에는 허가ㆍ신고 및 금지ㆍ제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정당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15일의 기간 내에서 내용 제한 없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게 된 거죠.

 

자유로운 정당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개정의 취지라는데, 아무리 정당이라고 한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특정한 대상과 집단을 향하여 혐오표현이라는 폭력을 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가능한 방법들을 고민해봅시다.

 

차별, 인권침해는 옥외광고물법 위반

 

정당 현수막의 난립은 앞서 말했듯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개정 이후에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고, 정당이 표시ㆍ설치할 수 있는 정책 관련 현수막의 개수와 규격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개정안들이 7건 발의되어 있습니다(각 최영희, 김성원, 송석준, 박명석, 김미애, 이만희, 박대수 대표발의)

 

옥외광고물법 제8조(적용 배제) 표시ㆍ설치 기간이 30일 이내인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허가ㆍ신고에 관한 제3조 및 금지ㆍ제한 등에 관한 제4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제3호는 표시ㆍ설치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광고물등도 포함한다.

8. 정당이 「정당법」 제37조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 다만, 현수막의 표시 방법 및 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문제는 해당 개정안들 모두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 ‘정당 현수막의 난립으로 인한 보행자·차량 통행 안전 위협 및 도시 미관 저해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혐오의 공해로 인하여 소수자의 평등과 존엄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개정이유로 들 수는 왜 없을까요.

 

사실 이미 옥외광고물법에는 이러한 혐오표현을 막는 조항이 있습니다. 옥외광고물법 제5조는 누구든지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2021년 서울 송파구는 이러한 조항 등에 근거해서 트랜스혐오를 담은 대형 전광판 광고에 게시중단 조치를 내렸습니다.* 하려면 할 수 있어요!!!

 

* [클릭] 성소수자가 ‘여성화장실 범죄자’?···대형전광판 혐오광고 논란, 경향신문, 2021년 11월 24일자.

 

혐오표현은 민주사회에서 허용 안돼

 

헌법 제8조는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하여 정당의 결성과 활동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헌법 제8조는 제2항에서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하여 어디까지나 정당 활동은 민주사회에서 정당한 것이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혐오표현은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는 것임이 명백하죠. 헌법재판소도 혐오표현을 금지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며 “차별·혐오표현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에서 발생하는 다소 과장되고, 부분적으로 잘못된 표현으로 민주주의를 위하여 허용되는 의사표현이 아니고, 그 경계를 넘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것을 인식하였거나 최소한 인식할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인권침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표현으로, 이는 민주주의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는 것으로 민주주의 의사형성의 보호를 위해서도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어요(헌법재판소 2017헌마1356 결정).

 

결국 정당이라고 무슨 내용의 현수막이든 게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민주주의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 내에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지 않는 활동만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은 정당이 있다면? 유권자로서 심판을!!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지금의 현수막 풍경은 달라졌을까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 구별, 제한, 배제, 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를 차별로 보고 있습니다. 혐오 표현을 담은 현수막은 광고 행위로서 차별임이 명백하죠. 그렇다면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위와 같은 정당의 혐오표현 현수막 난립은 대응할 수 있었을 수 있겠죠.

 

물론 구체적인 사례에서는 정당활동, 다른 법과의 관계 등 복잡한 문제가 있긴 해요.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평등의 원칙이 바로 섰다면! 애초에 시민들이 저렇게 혐오를 일삼는 정당을 두고 보지 않았을 것 혐오의 문제가 보다 공론화되고 이를 없애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더 활발히 진행되었을 터이고요. 이것이 바로 혐오에 대처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혐오의 공해로부터 평등하고 존엄한 생활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21대 국회는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