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의 길잡이가 될 차별금지법 – 전북
정다루(전북평화와인권연대)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위한 전북 시민공청회에 스탭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스탭으로 참여하기로 했을 때, 전북 지역에서 차별과 평등의 문제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시민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단 생각에 약간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대를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 탓에 예상과 달리 온라인에서 공청회가 진행된 게 약간은 아쉬웠어요. 진행팀의 실수로 문자통역 자막이 제대로 송출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고요. 온라인 행사는 아직도 어쩐지 어색하고 긴장되는 느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온라인이라 가능한 경험도 있었어요. 이번에 정말 많은 분이 공청회에 참여해주셨고 특히 전북 지역 공청회인데도 서울에서 참여해주신 분까지 계셔서, 더 많이 연결되어있단 느낌을 받으며 공청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번에 나눠주신 발제를 통해서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대해 알고 있던 걸 되짚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차별금지법은 길잡이일 뿐이고 우리는 아직 그 길잡이조차 만들지 못한 거란 말씀이었어요. 항상 인권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저 역시도 혐오와 배제의 벽에 부딪칠수록 점점 방어하고 반박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차별금지법 제정!” 하고 전부 끝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법을 길잡이 삼아 앞으로 더 먼 길을 갈 수 있을 거란 말씀에 뒤가 아니라 앞을 바라볼 수 있는 힘, 평등이 무엇이고 차별금지법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할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이번 공청회는 특별히 전북단위로 진행되어서, 다른 누구도 아닌 여기 전라북도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째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지를 더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된 것 같아요. 토론에서 활동가들이 나눠주신 이야기 속 사건 하나하나는 낯설지 않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그걸 차별금지법이라는 실로 꿰어서 새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차별금지법을 가지고 나와 내 이웃이 지나 온 차별의 토양을 바꾸고 싸워 볼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기겠구나 하는 희망도 되었고요. 또 장애/노동/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을 만났는데, 가능하다면 다음 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더 길게 더 깊게 들어보고 싶단 마음도 들었어요. 앞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다른 활동에 계속 참여하며 더 듣고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