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향해 함께 도전합시다>
5월31일 핑크닷에서 발표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메세지입니다.
이종걸(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치이즈(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웬티현(한국이주여성상담센터 베트남상담원),신아(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윤가브리엘(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대표),이형숙(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 회장) 여섯 분께서 낭독해주셨습니다. 다음은 메세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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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여서 말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우리의 축제가 허가 받아야 되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장소를 빼앗기도 하고 행진을 직접 막아서기도 하며, 참가자들의 말과 옷차림을 검열하려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허락을 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는 우리의 권리입니다. 성소수자라서, 나이가 어려서, 노동자라서, 사상이나 정치적 의견이 달라서, 등등, 그 어떤 핑계도 우리가 모이고 말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만큼 민주주의는 전진할 것입니다.
우리는 폭력에 함께 맞설 것입니다.
폭력이 사랑이라니요. 학생이라서, 누군가의 자식이라서, 아내라서, 미등록 체류자라서 맞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 성폭력을 성관계로 둔갑시키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일터에서, 괴롭힘에 함께 맞섭시다. 우리의 성별, 외모, 성적 지향, 출신국가, 나이, 장애 등 무엇도 괴롭힘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폭력의 이유가 나에게 있지 않음을 기억하며, 폭력에 맞서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랑 살든 그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혼자 살거나 가족을 이루고 살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자립할 수 없는 증거라도 되나요? 가족이나 시설에 가두지 마십시오. 결혼이 의무인가요? 강요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누군가 혼인관계로 살겠다고 하면 혼인신고를 받으십시오. 동성이든 이성이든 누가 누구와 어떻게 살지 국가는 재단하지 마십시오. 가족에 표준이 있습니까? 한부모가족에 위기나 결손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마십시오. 다문화가족을 구별해서 다르게 대우하지 마십시오.
다양한 가족이 인정될수록 가족이 가족같아집니다.
우리는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교육, 주거, 건강, 노동, 휴식에 대한 권리를 가집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하며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력이 낮거나 집이 없거나 병에 걸렸거나 종교가 다르다는 사실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채용, 승진, 임금, 휴가, 정년 등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주택, 금융서비스, 교통수단, 시설물, 문화생활에 접근하는 데에도 차별은 없어야 합니다. 누구도 권리를 누리기 위해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평등에 도전합시다.
증오의 선동에 함께 대항합시다.
‘동성애 반대’, ‘난민 반대’와 같은 말들이 어지럽게 떠돕니다. 혐오의 기운은 국회와 언론을 통해 더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난민, 외국인, 정신장애인, 홈리스를 범죄나 질병과 연결시키는 관행과 제도도 있습니다. 존재를 공공연히 부정하는 폭력에 이 사회가 붙잡혀 있습니다.
동료시민으로서, 동료시민을 위해, 혐오에 갇힌 사회를 구출합시다. 우리는 사라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라져야 할 것은 오직 혐오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시민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합시다.
우리는 차별당하며 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차별하지 않고 동료시민으로 만나는 방법을 익힐 것입니다. 누군가 겪은 차별의 이야기를 소중히 들을 것입니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도 꺼낼 것입니다. 무엇이 차별인지도 모르는 사회를 바꿀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 평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의 출발선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변화에 도전해야 합니다. 혐오는 평등을 가둘 수 없습니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평등도 멈추지 않습니다. 평등을 위해 함께 용기를 냅시다.
사진제공: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