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 지지 않을 우리 모두에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평등을 외쳤던 ‘2019평등행진:평등을 말하라’가 많은 분들의 성원과 참여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무리집회를 하는 동안 집회 장소 옆 인도에서는 혐오선동세력의 방해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널리 알리지는 않았지만 행진 도착 전에는 마무리집회를 위해 일찍 세웠던 무대 앞이 혐오선동세력에 의해 점거되기도 했습니다. 무대 현수막에서 ‘평등’,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단어를 본 이들이 ‘이 자리에서 동성애 찬성집회가 열린다’며 당장이라도 무대를 부술듯 달려들기도 했습니다. 이때문에 마무리집회 시작이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돌아가시는 길 마음이 평화롭지만은 않았을 듯합니다. 우리가 함께 만든 무지개 물결 안에서 혐오에 굴하지 않는 자유와 평등의 기운을 만끽했지만 혐오선동세력이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이라는 점이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마주하는 현실이 더욱 버겁게 느껴지는 분도 있었을 테고 누군가의 존재를 면전에서 부정하는 혐오선동세력의 모습에 분노를 가눌 수 없는 분도 있을 듯합니다.
각자의 용기가 서로에게 힘을 주었듯 우리 모두가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통해 더욱 힘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되, 각자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시간도 충분히 가지시길 바랍니다. 각자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은 시간들을 돌아보며 더욱 강해진 우리가 되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행진에서부터 마무리집회까지 우리는 우리의 존엄을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동성애 결사반대’를 내걸고 있는 이들앞에서 당당하게 내가 성소수자임을, 성소수자와 함께 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내가 누구든 우리는 혐오에 맞서 함께 평등을 이룰 것임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이 쫓아내고 싶어하는 난민을 환영한다고 이야기했고 ‘정상가족’을 거부하며 다양한 우리 삶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우리를 드러낸 10월19일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모이고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세상이 평등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2019년10월22일
2019평등행진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