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난민인권네트워크 이현서
저는 이주민, 난민 인권 옹호 단체인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 사무실로, 또는 (어떻게 알았는지) 제 개인 핸드폰으로 모르는 사람이 전화가 와서는 외칩니다. “한국 사람이 먼저지, 이 매국노야!”
활동을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건, 평등과 인권에 누가 먼저랄 게 있냐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 자체로 존중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생명들이잖아요. 저는 자꾸 뭐가 먼저라면서 순서를 논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뒤처지고 소외되는 것에 지친 상태였습니다. ‘사람이 먼저다’란 멋진 슬로건을 가지고도 어째서인지 그 ‘사람’들을 순위 매기면서 숨어있는 정부가 답답했고요. 그래서 이번 평등행진을 함께 준비하게 됐습니다.
평등행진 준비와 참여 과정은 저에게 참 따뜻하고 경이로운 순간들이었습니다. 주로 이주 인권만 다루던 제가 다른 여러 가지 의제들에도 눈을 뜨고, 비슷한 믿음을 갖고 있는 동료들을 만나 많은 것들을 배운 기회였고요.
평등행진 당일, 난생 처음으로 행진 차량에 탑승해 (어설프지만 열심히) 구호를 외치며 가다 보니, 마무리 집회가 열린 청와대 앞에서는 혐오 세력(?)이 극성스러운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혐오와 적개심으로 가득찬 그들 맞은편에서 우리가 당당하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였던 게 기억납니다. 막바지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맨 뒤에서 그 풍경을 바라볼 때 마음이 많이 뭉클했습니다.
아직도 해야할 일들이, 맞서고 뒤엎고 소리쳐야 하는 일들과 종종 서럽고 화나는 일들도 많이 남아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등행진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한데 모였던 이 기억은 제가 앞으로 활동하는 데에 큰 힘과 믿음이 될 것 같습니다. 평등행진이 필요없어지는 그날까지, 우리 계속 만나면 좋겠어요!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 집행위원장 윤김진서
-당신의 공간에 평등을 한 스푼!
지난 19일,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는 2019 평등행진을 함께 걸었습니다. 학교 시험기간이 겹친 회원 분들이 많아 아쉬웠지만, 대신 따뜻한 마음을 잔뜩 보내주셔서 즐겁게 행진했습니다.
구름이 동동 예쁘게 뜬 화창한 날씨 덕에 깃발을 올리기만 해도 들떴습니다.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이 행진에 참여한 우리가 정말 원하던 모습이라고 느꼈습니다. 조금씩은 다른 상황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싸워왔을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기꺼이 경청하고 공감한다는 게, 항상 바라오고 상상해 왔음에도 막상 직접 마주하니 그 감동이 남달랐습니다. 퀴어 활동가의 삶, 톨게이트 노동자의 요구, 이주 노동 활동가의 말들은 대학 페미니스트인 저와 친구들에게 더 넓은 연대와 대화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켰습니다. 발언대에 오르신 많은 분들의 문장 문장을, 단어 단어를 지금까지도 곱씹고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말들을 계속해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저는 그 날 수많은 깃발을 따라 걸으며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은 지금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곳에서 여성주의나 인권, 소수자 같은 말들은 마치 금지어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대학이, 어떠한 제어 장치도 없이 차별을 용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학에는 차별금지법, 차별금지학칙이나 차별금지규정이 필요합니다. 성폭력 사건, 혐오 발언, 노동 탄압은 끊이지 않는데 ‘마땅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은 제재되거나 개선되지 않습니다. 비단 대학만의 이야기일까요. 너무나도 많은 삶의 공간이 혐오를 방치하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평등행진 정리집회에서 우리의 무지개 물결 뒤에는 우리를 혐오하고 부정하려는 이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그 때에는 우리가 함께 있다는 감각 때문에 두렵지 않았지만 행진 바깥에서도 내가 항상 안전하지만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나의 생활 공간에서 내가 지워지는 경험은 너무나 슬프기 마련입니다. 평등행진같은 시간이, 공간이 더 오래 넓게 필요한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그런 이유로 슬퍼하게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차별금지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등이 차별받는 당사자만이 해야하는 요구가 아닌 모두가 상상할 수 있고 기꺼이 원할 수 있는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길 바랍니다. 우리가 조금은 덜 슬프고 덜 힘들게 평등하고 안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곧 누구의 어떤 공간이든 평등이 아주아주 기본적인 상식이 되어 나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게 되겠죠? 그 길에 유니브페미가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도록 치열하게 작당을 모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