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차별금지법 부담스러워 중단”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무부의 보수세력 눈치보기’ 규탄
김도연 기자 2011.01.27 13:17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추진을 중단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 1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차별금지법
중단에 대한 우려를 담아 보낸 공개 질의서에 대해 법무부가 “만약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
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답한 것이다.
중단에 대한 우려를 담아 보낸 공개 질의서에 대해 법무부가 “만약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
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7일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높아가는 가운데에서 일부 종교계와 재계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반대한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중단한다는 것은 인권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법무부를 규탄하고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 지난 5일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출범 기자회견’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2008년 차별금지법 추진이 중단된 지 3년만인 2010년,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해 10여 차례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법무부는 2010년 말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 운영이 만료되었음에도 현재까지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3일, 차별금지법 중단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개 질의서를 발송하였고 25일 법무부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법무부는 답변서에서 “법무부가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진정에 따라 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구속력이 없고, 차별금지 관련 개별법은 선언적 규정이 많으며, 구제수단이 규정된 일부 개별법만으로는 사회 내에서 주로 문제되는 차별행위의 피해자를 충실히 구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서도 “이와 같은 입법 필요성과 함께 차별금지로 인하여 제한될 개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또는 사적 자치와 종교의 자유, 공공의 안전 등과의 조화 문제도 차별금지 기본법 제정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차별금지 기본법을 선언적 입법이 아니라 차별금지 위반에 대하여 법적 강제력이 있는 구제조치를 포함하는 법률로 마련하고자 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그 상대방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자를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차별금지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며 “만약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혀 사실상 차별금지법 추진 중단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법무부가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합의’ 부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왔던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를 이제 와서 다시 주장하는 것은 결국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왜곡하고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와 재계 등의 세력들의 눈치보기를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사회적으로 차별과 혐오가 점점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법무부는 도대체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있느냐”며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홍보하고 사회구성원과 소통하는 역할, 설득하는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차별 앞에 무릎 꿇는 법무부는 인권정책을 해나갈 자격이 없다. 진정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누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지, 우려가 되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무엇인지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