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사회악은 차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UN 등 국제사회도 수 차례 법안 제정 권고
장애인과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6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대의 사회악은 차별”이라며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요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새 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강조하지만 한국사회의 인권침해와 차별과 국민행복 사이에는 심각한 간극이 있다면서 “인권보장과 차별금지를 위한 법 제정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비정규직, 청소년, 비혼모, HIV 감염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멈추게 하는 기본적인 인권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정부에 법 제정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이에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합의 부재’를 이유로 미온적인 대응을 보였다. 법무부는 2010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분과위원회까지 구성, 운영했음에도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논의도 진행 되지 않은 채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국제사회도 한국정부에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누차 권고했다. UN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제도(UPR)는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정부는 “법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의제인 ‘성적지향’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구과정에서 포함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거나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마련 권고에 대해서는 “실정법 위반”이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밖에도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아동권리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며 한국정부가 신속히 행동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19대 국회에선 김한길, 최원식 (이상 민주통합당), 김재연(통합진보당) 의원이 각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월, 차기정부의 인권과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꼽아 인수위에 전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대내외적 요구가 날로 높아져 가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차별금지법 마련에 의지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면 ‘불통’의 정부라 불린 전임 정부의 전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서재경 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를 이유로 받은 차별에 합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사례를 언급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차별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경 활동가는 이어 “모르고 저지르는 폭력과 차별도 차별이긴 마찬가지”라며 “차별을 사회적인 범죄로 인식하는 기반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여론화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