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는 유엔의 낙제점을 부끄러워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하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은 이행되지 않았으며, 가까운 시일 내 계획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9일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대한민국정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권고에 관해 위와 같이 이야기하며 진전 불충분(insufficient progress)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2017년 위원회가 한국의 인권상황을 점검한 후 한국 기업의 해외 인권, 포괄적 차별금지법, 노조할 권리를 주요사항으로 하는 권고를 내린지 2년이 지나는 동안,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떠한 이행 의지도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2007년부터 이미 국제인권기구에서 지속적으로 나온 권고사항이다. 2019년에도 9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차별금지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고 해당법을 통해 출신지,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 금지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이들 권고들을 모두 무시한 채 어떠한 이행의지도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기막힌 것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지난 2019년 10월 한국이 5번째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됐다며 보도자료를 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기본적 권고조차 이행하지 않으면서 이사국 선출을 내세우는 정부의 뻔뻔한 태도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 12월 30일 인사청문회에서 “인권 중심의 포용사회를 약속한 이 정부에서 성적지향의 문제로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시급하게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추 장관은 법무부가 정부부처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주지하고 본인의 발언을 지켜서 신속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길 바란다. 한국이 더 이상 허울 좋은 인권이사회 이사국이 아닌, 정말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인권을 침해당하지 않는 국가로 만들기 위한 자신들의 책무를 분명히 상기하고 다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2020. 1. 7.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