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채용 면접에서의 차별적 질문, 이제는 없애자
채용 차별 철폐,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동아제약 면접 당사자의 문제제기로 면접 과정에서의 성차별 질문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동아제약은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이라고만 언급하며 차별에 대한 사과도,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채용 면접에서의 차별적 질문이 왜 차별인지까지 설명해야 하는가. 기업과 정부는 모른 척 하며 차별을 방치하고 있다.
면접에서의 차별적 질문은 채용차별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다. 이런 질문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라거나 구직자의 태도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쉽게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구직자의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이러한 질문 자체가 차별과 괴롭힘에 해당한다.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구별하고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별, 나이, 외모, 학력, 성별정체성, 장애 등을 이유로 던져지는 질문은 이후의 구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도 근절되어야 한다.
차별적 질문이 왜 차별인지는 충분히 설명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진보인지 보수인지, 왜 진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사안을 차별행위로 판단했다.(16진정0664900) 면접관은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차별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도 나온 바 있다. 면접위원이 구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지원자에게 ‘수어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을 질문한 사건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라는 판결이다.(수원고등법원. 선고 2019누13363 판결)
정부는 채용차별을 없애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신고나 민원이 들어온 다음에야 겨우 움직이며 차별을 방치하고 있다. 이번 동아제약 채용차별 사건 역시 신고된 사례가 아니었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모집과 채용에서 차별을 금지하지만 정부가 못 본 척 하는 사이 채용차별은 ‘기본값’이 되고 있다. 동아제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시작으로, 채용차별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채용차별을 없애는 과정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필수적이다. 첫째, 채용 차별의 내용을 명시하기 때문이다.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성별 등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성별 등과 관련된 조건을 제시 또는 요구하거나, 성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행위’를 금지되어야 할 차별행위로 규정한다. 둘째, 채용 과정의 차별은 하나의 이유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나 ‘용모’ 등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차별금지사유를 열거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셋째, 차별행위를 당한 당사자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뿐만 아니라 법원의 구제 절차를 활용할 기회가 열린다. 또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시정 의무를 체계화하여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당사자의 용기 덕분에 채용 차별이 다시 문제로 등장했다. 기업과 정부가 뭐라든, 차별은 차별이다. 이제는 끝내자.
2021년 3월 1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