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방역이 아니다
지난 3월 17일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고시했다. 외국인노동자 전원, 그리고 외국인노동자를 1인이라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 전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였고, 처분에 따르지 않으면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서울시만이 아니다. 앞서 대구, 경상북도, 경기도, 강원, 인천, 광주, 전라남도에서도 ‘외국인노동자’를 특정하여 전수검사 받을 것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려 시행하였거나 시행 중이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분리하여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출신국가나 국적과 무관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감염 확산의 주범처럼 취급하는 이번 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조장한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작년 한국사회는 코로나19 감염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 혐오와 차별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음을 깨달아왔다. 그런데 3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 정세균)는 법무부, 고용노동부와 함께 ‘외국인’을 문제 삼는 대책을 논의하였다.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혐오와 차별을 경계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이때, 국가가 차별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최근 수도권 이주노동자 집단 숙소 등에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내린 조치일뿐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다수 근무하는 공장이나 숙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공간의 밀집도가 높고 마스크, 손소독제 지급 등 방역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려울만큼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래 발생하고 있는 집단감염에 대한 역학적 위험도를 분석하여 범위를 정하여 검사를 권해야지 ‘외국인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집어 검사를 강제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적인 조치일뿐이다.
바이러스는 ‘어떤 사람’인지 골라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인지에 따라 확산된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고 싶다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노동자’는 안전할 권리, 평등할 권리를 가진 시민임을 인정해야 한다.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는 지금 당장 행정명령을 철회하라. 정부는 지자체에서 시행되는 행정명령이 차별행위임을 인식하고 이주민도 시민으로서 함께 안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2021년 3월 18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