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대전 MBC는 채용 성차별에 대한 인권위 시정권고를 즉시 이행하라

대전 MBC는 채용 성차별에 대한 인권위 시정권고를 즉시 이행하라
 
지난 6월 17일 국가인권위는 대전 MBC에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여성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나 계약직으로 채용해 온 성차별 채용 관행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대전 MBC가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 하에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환경을 유지하였다 판단하였다. 이에 대전 MBC에 ‘대책 마련’, ‘진정인들의 정규직 전환’, ‘위로금 지급’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전 MBC의 대응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대전 MBC는 18일 성차별적 채용 관행 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응답하면서도 진정인들의 정규직 전환, 위로금 지급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고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진정인 중 1인에게는 “구속력 있는 고발을 하라”고도 했다.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가 강제성이 없는 것을 이유로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이는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무조차 저버린 행동이다. 더군다나 결정문에 따르면 대전 MBC는 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을 이유로 진정인들을 방송에서 하차시키는 등 불이익 조치를 했다. 이처럼 악의적, 지속적인 차별행위를 하였음에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는 대전 MBC의 태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 MBC는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를 즉시 이행하라. 또한 대전 MBC의 51%의 지분을 소유한 MBC 역시 이 사건에 대해 상응한 책임을 저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건이다.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시정권고라 할지라도 인권과 평등의 원칙을 준수할 공영방송인 대전 MBC가 이를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대전 MBC가 사법판단을 기다리겠다는 핑계로 권고 이행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이는 피해자가 법정 투쟁을 통해 스스로 피해를 입증하고 비용 등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구조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인 차별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차별 소송에 있어 입증책임의 전환, 소송 지원 등을 통해 피해자의 불리한 지위를 보완해주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만일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대전 MBC가 지금처럼 뻔뻔히 나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채용 성차별은 1997년부터 지속된 것이다. 20년이 넘는 차별의 관행 속에서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한 진정인들에게 연대를 보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대전 MBC가 국가인권위 권고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또한 고용에 있어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2020년 6월 19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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